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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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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이다혜의 한 줄로 한 권 읽기
〈아웃사이더 예찬〉마이클 커닝햄 지음, 조동섭 옮김, 마음산책 펴냄 “어찌된 일인지, 결국에는 내가 프로빈스타운과 사랑에 빠졌다. 이상하고, 짜증스럽고, 위험할지도 모를 사람을 만났는데 결국 그 사람과 결혼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살다 보면 문자 그대로 “이곳이다” 싶은 장소를 만날 때가 있다. 몇 번이고 다시 오게 될 것 같은, 언제까지고 이 근처를 맴돌게 될 것 같은. 멋지다, 아름답다, 황홀하다는 감상과는 약간 다르다. 첫눈에 반해서만은 아니다. 외진 곳에 있거나, 불편하거나, 더럽거나, 날씨가 궂거나, 사람들이 불친절하거나 등 온갖 이유에도 어느 순간 몇 번이고 그 땅을 반복해 밟게 되는 일이 있다는 말이다. 그곳은 강원도의 호젓한 계곡일 수도 있고, 우도의 하이얀 해변일 수도 있고, 밤이면 약간 무서워지는 더러운 영등포 뒷골목일수도 있다. 마이클 커닝햄은 프로빈스타운에 대해 “일단 그곳을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랑은 유별나고 헤아릴 수 없이 격렬해진다”고 부연했지만, 그건 사랑에 빠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는 이야기 아니던가. 그는 유진 오닐과 테네시 윌리엄스, 노먼 메일러의 창작에의 열정을 자극한 땅 프로빈스타운과 사랑에 빠졌다. 고향도 뭣도 아니지만 그가 죽는다면 그의 재가 뿌려질 곳은 바로 프로빈스타운이다. 마이클 커닝햄에게 프로빈스타운이 특별해진 이유는 그곳이 언제나 아름답고 생활이 편리해서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렇지 않아서였다. 1월과 6월 날씨가 같은 게 매력인 남부 캘리포니아 출신인 그는, 여름이면 관광객이 미칠 듯이 몰려와서 일광욕과 섹스를 즐기고 떠나버린 뒤 대부분의 가게가 아예 문을 닫아버리는 프로빈스타운의 텅 빈 황량함과 불투명한 은빛 대기에 사로잡혔다. 이제 그는 가장 개인적인 방식으로 프로빈스타운을 기록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땅의 구석구석을 묘사하고, 각 계절의 변화와 동물의 삶을 그린다. 그에게는 더없이 살가운 장소들이겠으나 나에게는 하나같이 낯설기만 하다. 그런데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땅에 대해 누군가 이렇게 애정을 표현하는 걸 읽어가면서, 그 사랑을 약간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 사랑은 어디까지나 그의 것. 그렇다면 나의 “이곳”을 찾아내 이렇게 기록을 남겨 보는 건 어떨까. 올여름 휴가지에서는 셀카질을 그만두고 수첩과 카메라를 들고 나만의 “이곳”을 기록하러 떠나는 건 어떨까. 이다혜 좌충우돌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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