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알바고양이 유키뽕〉
|
[매거진 esc] 송은이네 만화가게
출근하기 싫은 날, 아침까지 늘어져 자는 고양이를 보면 부럽다 못해 억울하다. 나는 왜 고양이가 아니고 직딩인가. 꼬박꼬박 사료 값 벌어오는 나를 봐서 하루만 대신 회사 가주면 안 되겠니? 고양이 귓등을 공허하게 울리는 절규를 내뱉고 현관을 나설 때면 유키뽕이 생각난다.
<알바 고양이 유키뽕>(아즈마 가즈히로 지음, 북박스 펴냄)의 주인 아케미는 무능한 주제에 술과 남자를 광적으로 좋아한다. 그런데 이 언니는 전생에 무슨 선업을 쌓았는지 고양이 복을 타고 났다. 고양이가 방세에 생활비, 술값까지 벌어 오질 않나, 술 먹고 부린 추태를 수습하질 않나 …, 이건 숫제 애완동물이 아니라 부모다. 회마다 패턴은 이렇다. 아케미가 월급을 받자마자 옷과 화장품을 무분별하게 질러대고 매일 술을 먹는다. 열흘도 못 가 돈이 똑 떨어진다. 유키뽕은 동전까지 탈탈 털린 다음 아르바이트 전선에 나선다. 고양이가 무슨 알바? 하겠지만, 무슨 일이든 가리지 않고 척척 해내는데다 성실하고, 결정적으로 사람보다 임금도 적게 받는 유키뽕은 웬만한 사람보다 인기가 좋아 불러주는 곳도 많다.
만화가 12권까지 이어지는 동안 유키뽕이 전전하는 직업은 막노동, 주방 보조, 폐차장 로봇 운전 등 수십 가지인데, 노동 환경과 일하는 방법, 인간 관계까지 자세하게 나와 아르바이트 교본으로 써도 손색 없을 정도다. 눈 밝은 독자는 유키뽕에게서 이주 노동자의 모습을 읽어내기도 하지만,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동글동글 귀여운 고양이가 온갖 험한 일을 하며 겪는 다양한 사람들과 유머 섞인 부조리는 그 자체로 재미있다. 다만 읽고 나서 애완동물을 보면 왠지 한숨이 나오는 부작용이 따른다.
김송은/ 만화전문지 <팝툰> 기자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