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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7.09 22:12 수정 : 2008.07.09 22:12

지난해 일본 장난감 대상을 받은 ‘무한 푸치푸치’. 사진 일본 반다이 홈페이지.

[매거진 esc] 김혁의 장난감공화국

흔히 뽁뽁이라고 하는 포장용 에어캡. 깨지기 쉬운 물건을 포장할 때 요긴하게 쓰는데, 그 뽁뽁이를 보는 순간 손가락 끝이 근질근질해지는 것을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터뜨리기 시작한 뽁뽁이 터뜨리기가 쉽게 멈춰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터뜨리고 터뜨리고 마침내는 빨래 짜듯 비틀어 쥐어 짜기까지 하는 뽁뽁이. 그 기묘한 중독성을 아이디어로 삼은 장난감이 있다. 이름하여 무한 뽁뽁이. 2007년 가을, 일본 반다이에서 출시한 제품으로, 뽁뽁이의 일본식 의성어라고 할 ‘푸치 푸치’를 붙여 ‘무한 푸치 푸치’라는 이름으로 선보였다. 가로세로 5cm 가량 되는 네모난 장난감에 8개의 반투명 버튼이 설치되어 있어 이것을 계속해서 눌러 주는 방식이다. 말이 버튼이지 영락없는 뽁뽁이, 에어캡 터뜨릴 때의 느낌을 주는 장치가 붙어 있는 이 장난감은 실제 에어캡보다 더 기묘한 중독성을 느끼게 해준다.

제 아무리 잘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실제의 에어캡을 100% 그대로 재현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장난감으로써 또 다른 기능이 있어 재미를 더해 준다. 생각 없이 이 무한 뽁뽁이를 누르고 누르고 또 누르다 보면 기묘한 소리를 듣게 된다. 방귀 소리도 나고, 애기 울음소리, 개 짖는 소리에 여인네의 야릇한 콧소리도 들린다. 처음엔 잘못 들었거니 하지만 일정 간격으로 들려오는 이 소리의 정체는 무한 뽁뽁이에 숨겨진 재미난 기능. 무한 뽁뽁이에 설치된 8개의 버튼을 1번, 2번… 100번을 연속해서 누르면 내장된 십수 개의 소리 중 하나가 작은 스피커로 나오는 것이다. 동그란 버튼이 기본형이지만 1만 개당 1개꼴로 하트 모양의 단추가 달린 제품도 있어 수집가들의 애를 태운다.

자동으로 움직이고 말하고 변신하는 첨단 장난감이 난무하는 요즈음, 누르고 터뜨리기를 반복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욕망을 기반으로 만든 이 무한 뽁뽁이는 첨단 시대의 허점을 찌른 기발한 착상이요 기획이 아닐 수 없다. 아니다 다를까, 2007년 가을 출시된 무한 뽁뽁이는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하며 반다이의 효자 상품으로 떠올랐고 2007년 일본 장난감 대상을 받기에 이른다. 그 뒤를 이어서 완두콩 껍질을 까는 것을 재현한 무한 콩깍지, 5초 만에 버튼을 눌러 100분의 1초 간격으로 5초에 가까운 사람을 가려내는 5초 스타디움 등 인간의 기본적인 중독성(?)을 노린 장난감이 줄을 잇는다. 모두가 앞으로만 위로만 달려가는 세상. 이삿짐을 싸다 말고 멍하니 앉아 뽁뽁이를 터뜨리던 그 순간처럼, 무한 뽁뽁이나 꾹꾹 눌러대며 그 급하디급한 시간들을 죽여보면 어떨까?

김혁 장난감수집가·테마파크기획자 blog.naver.com/kheg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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