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7.09 22:15
수정 : 2008.07.09 22:15
[매거진 esc] 하우 투 스킨십
“대개 정치인과의 악수는 유쾌하지 않다. 의식적으로 상대의 손을 강하게 쥐는 습관들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을 인터뷰한 어느 신문기사 중 일부다. 흘려 읽을 수도 있었지만 직업과 스킨십을 연결한 부분이 눈에 띄어 한참을 머물렀던 글줄이다. 얼마 전 부서 후배가 정치인 두 사람을 인터뷰하고 돌아와서 한 말이 떠올랐다. “확실히 정치인 습관이 있데요. 그 두 분 들어오자마자 스튜디오에 있는 스태프들과 한 사람도 빠짐없이 악수를 한 후 자리에 앉았다니까요. 그 모습이 낯설었는데, 나중에 이것도 ‘직업병’이라고 농담처럼 이야기하더군요.”
이렇듯 누군가와 악수를 하다보면 자신을 어떻게 인상 지우고 싶은지, 관계를 어떻게 맺고 싶은지가 드러난다. 지난주 잠깐 언급했듯이, 악수는 사회적 관계에서 처음 시도하는 공식적인 스킨십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즈니스에서 악수는 중요한 자기표현이 된다. 처세술 책마다 ‘악수를 통해 첫인상을 남기라’는 조언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내용은 간단하다. 악수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여성이 남성에게 청해야 하며, 허리를 곧게 세우고 상호 대등하게 나누는 것이 좋고, 상대의 손을 잡았다가 놓는다는 기분으로 해야 하며, 너무 세게 잡거나 지나치게 흔드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식이다.
“악수를 성심껏 하세요. 왜 건성으로 잡고 마나요. 마음을 실어 잡은 손길은 깊은 인상을 남긴답니다.” 지난주 오랜만에 만난 유앤파트너즈의 유순신 대표가 악수에 관해 던진 한마디다. 악수가 습관처럼 틀에 박힌 행동이 돼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중요한 건 악수하는 방법이 아니라 악수하는 사람의 마음. 그게 손으로 전해지는 거다. 나를 각인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에게 긍정적으로 호기심을 표현하는 것, 이런 마음으로 청하는 손은 반가울 수밖에 없지 않을까.
김현주 〈코스모폴리탄〉 부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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