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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7.16 17:03 수정 : 2008.07.16 17:03

〈파이트〉

[매거진 esc] 이다혜의 한 줄로 한 권읽기

〈파이트〉
노먼 메일러 지음, 남명성 옮김, 문학에디션 뿔 펴냄

“알리가 오른손 주먹으로 포먼을 공격합니다.”

노먼 메일러는 무하마드 알리를 찰리 채플린과 더불어 20세기의 위대한 천재로 꼽았다. 노먼 메일러의 <파이트>는 무하마드 알리가 조지 포먼과 격돌했던 ‘그 유명한’ 1974년 자이르공화국에서의 경기에 대한 책이다. 권투 역사 최고의 승부 중 하나로 기록된 그 경기의 승자는 무하마드 알리였다. 노먼 메일러는 이 경기가 있기 몇 주 전부터 이 시합의 모든 이야기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생각하면 <파이트>는 꽤 뻔한 이야기가 될 수 있었다. 글 솜씨 뛰어난 초로의 문인이 좋아하는 선수가 역사에 길이 남을 타이틀 매치를 승리하는 장면을 ‘(아프리카에)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하고. 승리의 황홀에 취한 전쟁기처럼.

<파이트>를 읽으면서 당황한 이유는 이 이야기가 전혀 그렇지 않다는 데 있었다. 이 책 속 알리는 독자가 이미 알고 있는 역사적 승리를 거머쥘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알리는 말이 너무 많고, 포먼은 너무 강하다. 알리가 우승한다면 그건 뇌물을 먹였기 때문일 거라는 책 속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아무도 알리의 승리를 기대하지 않는다. 알리는 링 위에서 얼마나 도망다닐 수 있을까? 알리의 승리는 그저 운이 좋았기 때문이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책을 3분의 1 정도 남겨놓고서야 경기가 시작된다. 한 기자가 소리를 지른다. “알리가 오른손 주먹으로 포먼을 공격합니다.” 이제 시합은 걷잡을 수 없이 달아오른다.

메일러는 설명한다. 챔피언은 다른 챔피언을 오른손을 앞세워 공격하지 않는다. 그것도 첫 라운드라면 더더욱. 그렇게 주먹을 뻗기도 어렵거니와 자신이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조금 더 먼 오른손이 목표까지 날아가는 데 추가로 걸리는 시간 동안 상대방이 가진 경보장치가 울리고 상대 선수는 반격을 시작한다. 그런데 솜씨 좋은 기능공처럼 기자들이 해설을 하는 동안 알리는 이미 달로 날아가는 중이었다. 오른손으로 선제공격을 하다니! 세상에! 경기에 불을 놓은 그 오른손 스트레이트에서부터 경기가 끝날 때까지, 메일러는 ‘읽는’ 경기가 ‘보는’ 경기만큼 흥미진진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인다. 알리, 보마예!

이다혜 좌충우돌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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