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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7.16 21:01 수정 : 2008.07.16 21:01

물 인심이 후한 카페가 좋다. 물맛 좋은 커피가 진짜다. 경복궁 옆 ‘스프링 컴 레인 폴’. 사진 이명석.

[매거진 esc] 이명석의 카페정키

‘물 좀 주소!’ 때론 목구멍이 타들어가는 듯한 갈증으로 카페 문을 연다. 그래도 물 인심이 후한 나라에서 태어나 다행이다. 식당이든 다방이든 물 한 잔은 쉽게 대접받는다. 허나 여름방학을 맞아 유럽 배낭여행을 떠난 친구들은 그곳의 야박함에 놀라고 있을 게다. ‘에비앙’이든 뭐시기 생수든, 목을 축이려면 일단 비싼 유로화를 꺼내야 한다.

빈의 링 스트라세를 따라 늘어선 고풍스러운 카페들에서는 조금 다른 대접을 기대해도 좋다. 아인슈패너든 멜랑제든 커피 한잔을 시키면 작은 유리 물잔이 따라 와 주기 때문이다. 예멘 등지에서 아랍식 커피를 마실 기회가 있다면, 역시 쟁반 위에 상냥하게 자리잡은 물 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 나는 쓰디쓴 커피를 마신 뒤에 물로 입을 헹구라는 건 줄 알았다. 그런데 반대였다. 물은 커피를 맞이하기 전에 입안을 정화하는 데 쓴다. 그 다음에 커피를 입안에 들여온 뒤, 그 진미를 혀뿌리와 콧구멍 사이에 남겨두어 긴 여운을 즐겨야 한다. 성급하게 물을 부어 씻어내서는 안 된다.

또다른 장점 때문에라도 커피잔보다 물잔에 입을 먼저 대야 한다. 커피의 농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 잔의 커피에서 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구할이 넘는다. 물맛에 따라 커피맛이 달라지리라는 점은 자명하다. 수돗물에 남은 철분이 타닌의 효과를 강화해 좋지 않은 쓴맛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미네랄워터의 금속 성분이 커피맛에 나쁜 영향을 주기도 한다. 먼저 입안에 머금은 물 한 잔이 정말로 평온할 때에야, 다음에 따라올 커피가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 것이라 기대한다.

정수기에 돈을 아끼는 카페도 얄밉지만, 물과 유리컵을 내주는 데 야박한 카페도 달갑지 않다. 커피의 잔향을 즐기는 것도 어느 정도지, 오랫동안 카페에 머물다 보면 꾸준히 물을 마실 수밖에 없다. 그때마다 일회용 종이컵을 펴서 물 몇 방울을 입에 털어 넣고 돌아오기가 참 궁색하다.

이명석 저술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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