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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7.16 21:14 수정 : 2008.07.16 21:29

숲은 여름이면 울창하고 가을이면 다채롭다. 앞에 보이는 나무가 520년 된 금강소나무다.

[매거진 esc] 이병학의 걷고 싶은 숲길
궁궐용 목재를 대던 울진 금강소나무숲… 7~10월 반짝 개방 기회 놓치지 마시길

금강소나무숲 진입로 대광천변 바위의 황장봉계 표석. 일반인의 벌목을 금하는 뜻이다.


솔잎 두툼하게 깔린 소나무 숲길이다. 여린 바람에도 진하게 엄습해 오는 송진 내음에 안겨 오솔길을 오른다. 전후좌우로 미끈하게 뻗은 아름드리 기둥들이 첩첩이 깔렸다. 바르고 곧게 자란 금강소나무들이다. 전망대 쉼터의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둘러보면, 울울창창한 건너편 산자락이 푸르고도 붉다. 금강송 줄기들이 햇빛을 받아 노을에 물든 듯이 빛난다.

금강소나무 전시관의 방명록. 방문자들은 소나무에 대한 고마움을 한마디씩 표현하고 간다.
500살 이상 두 그루, 200살 이상은 8만 그루

숲해설가 이정애(53)씨가 앞산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소나무들이 여기서 보기엔 작아 보이지만, 실은 모두 지름 40㎝ 안팎의 150년 이상 된 노송들입니다.”

소나무 중의 소나무로 꼽히는 금강소나무, 금강소나무숲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경북 울진군 서면 소광리 금강소나무숲이다.

삼척과 울진의 경계를 이루는 응봉산·삿갓재 남쪽 자락 1610㏊에 평균 나이 150살, 평균 높이 23m의 금강소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져 있다. 520년 된 할아버지 소나무가 두 그루에 200살이 넘는 소나무만 8만그루에 이른다. 지름 60㎝를 웃도는 아름드리 소나무도 1700그루나 있다.

이 아름다운 소나무숲이 이달 다시 문을 열었다. 산림청은 이 숲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지난해부터 7~10월 4개월만 숲을 개방하고 있다. 주차장과 산책로, 숲안내판, 나무 표지판들을 설치하고 두 명의 숲해설가도 배치했다. 이전까지는 금강소나무전시관 앞까지만 일반인 출입이 허용됐다.

금강소나무는 줄기가 곧고 목질이 단단해 조선시대 궁궐용 목재나 왕실의 목관을 만드는 데 쓰였다. 황장목(黃腸木)이 금강송이다. 황장이란 소나무의 붉고 누런 속 부분(심재부)을 가리킨다. 금강소나무의 심재부는 일반 소나무에 비해 월등히 넓은데다, 단단해 잘 썩지 않는다. 자라는 속도가 느려 나이테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우 촘촘하다. 따라서 같은 굵기의 소나무라도 금강송과 일반소나무는 수령이 서너 배까지 차이가 난다.

숲 안 금강소나무전시관에 일반소나무·금강소나무의 단면을 자른 통나무와 켜서 만든 내장재를 전시해, 두 나무의 차이를 공부할 수 있다.

죽죽 뻗은 소나무들 사이로 오솔길이 이어진다.
조선 왕실에선 황장목을 확보하기 위해 전국의 울창한 소나무숲에 일반인의 벌목을 금하는 봉산(封山) 표석을 설치했다. 이곳에도 봉산 표석이 남아 있다. 숙종 6년(1680년) 숲 들머리 대광천 물가 바위에 황장봉계(黃腸封界) 표석을 설치하고 벌목을 금했다. 봉산의 경계로 정한 마을 이름들과 ‘길(吉)’이란 이를 산지기로 명한다는 글씨가 적혀 있다.

이 숲은 일제 때 대규모 목재 수탈의 수모를 당한 데 이어 한국전쟁 때는 일부가 불타기도 했다. 전쟁 뒤에도 이어지던 벌목은 1959년 정부에서 육종림으로 지정하면서 중단됐다. 82년엔 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해 본격적인 보호·보전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금강송은 춘양목으로도 불린다. 50년대까지 벌목된 금강송이 봉화 춘양역을 통해 각지로 실려 나갔기 때문이다.

이 숲의 수백년 묵은 노송들은 대개 줄기가 굽거나 굵은 곁가지가 많은 것들이다. 이정애씨가 말했다. “벌목할 때 곧게 뻗은 잘생긴 나무들만 베어 간 덕에 살아남은 못난이 나무들이죠.”

못나서 살아남은 소나무들은 숲에 고인 시간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거목으로 자랐다. 탐방객의 탄성을 받으며 숲의 산 역사로 우뚝 서 있다. 이씨가 덧붙였다. “하지만 요즘엔 후계목 조성사업을 위해 못난이들은 베어버리고 곧게 뻗은 나무들만 가려 키웁니다.”

소광리 숲이 금강소나무들로만 이뤄진 건 아니다. 금강소나무 생육을 위해 수많은 활엽수들이 희생됐지만, 지금도 산책로 주변으론 참나무·서어나무·사시나무·산딸나무·돌배나무·박달나무 들이 우거져 있다. 가을이면 색색의 단풍으로 물들어 또다른 볼거리를 안겨주는 나무들이다.

숲 안내소에서 신청하면 숲해설가의 안내를 받아 1시간30분~2시간 코스의 금강송숲 탐방로를 산책하면 좋다. 할아버지나무·못난이나무·미인송·공생목 등 재미있는 이름이 붙은 금강소나무들뿐 아니라, 다양한 활엽수들과 야생화에 대한 설명도 곁들여진다.

미인송은 350년 된 매끈하게 뻗은 소나무다. 높이 35m, 가슴 높이 지름이 82㎝에 이른다. 공생목은 120살 소나무와 80살 참나무의 줄기 일부가 붙어 있는 희귀한 모습이다. 남녀가 껴안고 입 맞추는 형상을 했다.

널찍한 임도를 따라가며 우람하게 또는 미끈하게 솟은 금강송 줄기를 감상하는 일도 즐겁지만, 임도를 벗어나 숲으로 들어서면 솔숲의 진면목을 만난다. 빽빽한 소나무 사이로 이어진 솔잎 쌓인 길을 오르내리는 동안 피부에 스며 마음속까지 핥아주는 듯한 피톤치드와 음이온의 기운을 느낀다.

껴안고 입맞추는 듯한 모습의 공생목

이병학의 걷고 싶은 숲길
이 숲에는 60년대까지도 일부 주민들이 화전을 일구거나 송이버섯을 채취하며 살았다. 산길 곳곳에 집터 흔적이 남았다. 이정애씨는 “산 위쪽과 아래쪽엔 더 오래전에 봉화 석포 쪽으로 오가던 옛길의 흔적도 또렷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 숲을 감상하려면 봉화~울진간 36번 국도에서 벗어나 30분 이상 포장·비포장길을 따라 들어가야 한다. 길은 험하고 멀어도, 멋진 암반을 타고 흘러내리는 소광천·대광천 물줄기와 산비탈에 우거진 소나무숲이 지루함을 덜어 준다. 먼 길을 찾아 들어와 숲을 감상한 탐방객들의 반응은 두 가지라고 이씨는 말했다.

“한 부류는 왜 이 좋은 숲을 쉽게 둘러보게 하기 위해 진입로를 포장하지 않느냐며 화를 내는 이들이고, 또 한 부류는 이 좋은 숲을 대대로 보전하기 위해 절대 포장하면 안 된다며 기뻐하는 이들이죠.”

이씨는 이 숲이 오래 보전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본다고 말했다. 두 부류의 비율이 3 대 7로, 포장에 반대하는 이들이 월등하게 많기 때문이다.

울진/글·사진 이병학 노드콘텐츠팀 기자 leebh99@hani.co.kr

금강소나무숲 여행쪽지

불영계곡이 가까워요

◎ 춘천~대구를 잇는 중앙고속도로 풍기나들목을 나가 36번 국도를 탄다. 영주~봉화~현동 거쳐 울진 쪽으로 간다. 통고산 자연휴양림 들머리 지나면 왼쪽으로 소광리 금강소나무숲 팻말이 나온다. 여기서 좌회전해 포장·비포장길이 이어지는 917번 지방도 따라 13㎞ 들어가면 금강소나무숲 관리소에 닿는다.

◎ 관리소에 숲해설가 두 명이 상주한다. 약 두 시간 걸리는 숲탐방로와 산책로를 돌며 금강소나무와 숲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숲 해설은 매일 오전 10시, 오후 2시에 진행한다. 방문객이 뜸할 땐 즉석에서 안내받을 수 있다. 남부지방산림청 울진국유림관리소 (054)783-7074.

◎ 소나무숲 관리소 못미쳐 소광2리 마을의 가정집에서 닭백숙(3만5천원·4인분)·산채정식(1만원)·된장찌개(5천원) 등을 먹을 수 있다. 반드시 예약해야 한다. (054)782-1164. 식당 이름은 없고 길 옆에 차림표 간판만 세워져 있다. 민박(2만원)도 가능하다.

소광1리에 하늘채펜션(054-782-9939)이 있다. 1박에 4만원(4평), 6만원(6평), 15만원(10평). 한 끼 5천원. 36번 국도변 새점마을(울진 방향)에 민박집과 식당이 많다.

멀지 않은 곳에 통고산자연휴양림, 불영계곡, 성류굴, 민물고기 생태체험관, 덕구온천, 덕구계곡 등이 있어 들러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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