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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7.30 22:17 수정 : 2008.08.01 16:57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부담없는 가격에 운전에서도 해방되는 패키지 여행의 즐거움

여행이 곧 일이다 보니 개별적으로 움직일 때가 많다. 그런데도 가만히 꼽아보니 전주 한옥마을과 한지박물관, 홍도와 흑산도, 환선굴, 양떼목장 등 패키지 여행의 기억도 꽤 여러 번이다.

패키지 여행의 절대 미덕은 저렴한 가격이다. 예를 들어 보성 차밭과 담양 대숲을 엮은 당일 여행 상품이 3만~4만원 정도다. 서울에서 두 명이 간다고 했을 때, 왕복 기름값에도 안 되는 금액으로 교통, 식사, 입장료, 가이드 설명까지 들을 수 있으니 이 아니 좋을쏘냐.

패키지의 두 번째 즐거움은 운전에서 해방된다는 점. 여행이라는 게 대부분은 먼 지역을 찾아, 두루 돌아다니고, 드라이브도 즐기는 일이므로 운전 거리가 만만찮다. 남친·남편·아빠들은 무슨 죄로 여행 내내 운전을 도맡아야 하는가 말이다. 물론 여성 운전자들도 많고, 둘이서 교대 운전도 하지만 당장 우리집만 해도 운전은 늘 남편 몫이고, 난 아이와 뒷자리에서 놀고 먹고 잔다. 직접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되기에 먼 곳을, 그것도 밤에 출발하는 무박 2일 코스로 다녀올 수 있는 거다.

패키지를 어르신 관광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내가 다녀 보건대 어르신들은 주로 마을이나 모임 단위로 관광버스를 대절해서 가는 경우가 더 많다. 일반 패키지에는 간혹 어르신이나 중장년층도 있지만 아이들이 있는 3~4인 가족, 젊은 처자들, 젊은 연인, 엄마와 젊은 딸, 드물지만 총각 등 구성이 무지 다양하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다가, 옆자리에 앉은 덕분에 쉽게 친해지기도 한다. 관계가 지속되긴 어려우나 여행하는 동안에는 친구처럼, 가족처럼 느껴진다.

또다른 즐거움은 돌아오는 길에 있다. 누구나 한번쯤은 일요일 저녁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의 그 지겨운 정체를 경험해 봤을 것이다. 쌩쌩 달리는 버스를 부러워도 해 보고, 전용차로제를 무시하고 가는 자동차에 야유를 보내기도 했을 터이다. 막히는 도로 위에서 내가 탄 버스만 신나게 달리는 기분, 무지 고소하다.

소소한 장점도 많다. 여행을 하려면 모아야 할 정보의 양도 대단하다. 오가는 길이며 맛집·숙소·관광지 정보 등 며칠을 정보의 바다에서 헤엄쳐야 한다. 패키지는 일정이 정해져 있고, 식당·숙소가 잡혀 있으며, 가는 곳마다 자세한 설명을 해주는 전문 가이드가 동행하니 쉽고 편하다. 내가 할 일은 여행지와 여행사를 고르는 일 뿐이다. 여행이 썩 즐겁지 않았을 경우 책임을 ‘전가’할 수 있는 대상(여행사, 가이드, 운전기사 등)이 있다는 것도 유리하다. 커플이든 가족이든 한 명이 전담해서 여행을 짜기 마련인데 준비하느라 고생하고도 막상 돌아와서 욕먹는 일이 왕왕 생기기 때문. 관광버스를 이용하므로 개별 여행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이 줄어들고 에너지도 절감하는 친환경 여행의 실천이라는 것도 작은 기쁨이다.

김숙현/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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