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8.06 18:49
수정 : 2008.08.06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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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선물 받은 예쁜 포장지 안에 들어있던 사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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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농심과 함께 하는 라면 공모전 ‘삶은 라면’의 추억
중3이었던 성희와 나는 동네에서 꽤나 유명했던 어느 보습학원에서 수학을 공부하고 있었다. 물론 우리는 당연히 공부를 위해 학원을 다니기 시작한 것이었지만 사춘기를 한창 지나고 있을 나이의 여학생들에겐 이성을 만나는 공간이란 의미도 빠질 수가 없는 것이었다. 특히 고등학생 오빠들은 마치 티브이에 나오는 연예인과 다를 바 없는 호감의 대상이었다.
그러던 중 성희의 레이더에 딱 걸린 사람이 있었으니 그야 말로 장동건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부리부리한 눈매를 가진 사람이었다. 우리는 그 오빠에 대해서 어떻게 정보를 빼낼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그 오빠가 듣고 있던 수학 수업의 선생님이 바로 우리랑 허물없이 친구처럼 지내는 윤선생님이란 사실을 알고는 그 수업이 끝나자 마자 바로 교무실로 달려갔다.
“선생님 있잖아요, 아까 선생님 수업시간에 창문 쪽에 제일 뒤에 앉아 있던 오빠 기억나요?”
“아, 성민이. 근데 그건 왜 물어보니?”
“소개시켜주세요.”
“선생님이 어떻게 학생들 연애사건에 끼어드냐?”
“아이 선생님.”
“몰라, 그건 절대 안돼. 그건 그렇고 XX 고등학교 내일부터 예술제 한다던데. 사진에 관심 없니?”
다음날 우리는 예쁜 장미 한 다발을 사 들고 XX고등학교의 사진 전시실을 찾았다. 사진 감상은 뒷전이었고, 오직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곁눈질을 해가며 오빠를 찾았다. 드디어 전시실 구석의 의자에 앉아서 무언가를 적고 있는 오빠를 발견하고는 다가가서 꽃다발을 건넸다.
“축하해요. 저희는 오빠랑 같은 학원에 다니는데 예술제 한다는 소릴 듣고 찾아왔어요. 오빠 사진은 어디있죠?”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지만, 기분은 좋은 얼굴로 사진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었다. 감상이 끝난 후 가려고 하자 오빠가 우리를 불렀다. 그리고는 노란색 리본이 달린 하늘색의 작고 네모난 상자를 건넸다. “저, 이거. 여기까지 찾아와 줘서 고마워.” “아이, 괜찮은데 뭐 이런걸.”
우리가 온다는 걸 선생님이 이야기를 해서 선물을 준비한 것일까? 아니면 찾아온 사람들에게 주려고 미리 준비해 둔걸까? 오빠와 인사를 끝내고 전시실을 나올 때까지 내 머릿속은 이런 저런 궁금증들로 가득 찼다.
“어서 열어봐.” 나는 성희를 재촉했다.
“싫어 집에 가서 혼자 볼 거야.”
“아이, 그러지 말고 좀 보자. 내가 오늘 떡볶이 살게.”
그러고는 살며시 뚜껑을 연 성희의 표정은 지금 생각 해보면 알약을 삼킨다고 삼켰는데 하나가 딱 걸렸을 때 바로 그 표정이었다. 쓰디쓴 맛을 느끼고 있을 때의 바로 그 표정.
반쯤 열려 진 상자의 틈으로 보이는 것은 ‘육개장 사발면’ 이란 선명한 글씨였다. 나는 한바탕 배꼽을 잡고 웃었다.
“몰라, 이상한 오빠야. 이거 너나 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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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과 함께 하는 라면 공모전〉 ‘삶은 라면’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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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날 우리는 우리가 요구하기도 전에 성민 오빠가 선생님의 조카라는 충격적인 사실과 함께 어제 사건의 자초지종을 선생님으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학원에서 왔다는 얘기를 듣고 그래도 뭐라도 답례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오빠는 친구가 주고 간 초콜릿 상자가 떠올랐다고 한다. 당연히 초콜릿이 그대로 들어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우리에게 주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오빠는 이미 부피가 커서 가방에 들어가지 않는 상자에서 초콜릿만 빼내 가방에다 담아둔 상태였다. 점심때 친구들과 사발면을 먹다가 하나가 남았는데, 전시실에 손님들이 보는 곳에 그냥 두기 뭐해서 그 상자 속에다 넣어두었던 것이었다. 그걸 깜빡 잊고 있다가 집에 가서 가방을 열어보고는 그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물론 성희 덕분에 난 그 사발면을 집에 가져가서 맛있게 먹었다.
라면 중에서 사발면 종류를 가장 좋아하는 나는 여전히 지금도 사발면을 먹을 때면 항상 그 때의 일이 생각나서 한 번씩 풋하고 웃음을 터트린다.
김지영/ 용인시 죽전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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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 : 내 삶은, 삶은 라면 - 라면에 얽힌 추억·이야기 ◎ 분량 : 200자 원고지 10장 안팎 + 관련사진. 반드시 연락처나 전자우편 명기. ◎ 기간 : 1차 공모 - 6월13일∼8월15일 ◎ 응모 방법 : 농심 고객안심 캠페인 홈페이지(www.promise-tree.com)에 공모. ◎ 마감 : 매주 금요일 자정 ◎ 상품 : ‘농심호텔 패키지 상품권 + 농심 베스트셀러 선물세트’ 40만원 상당 ◎ 발표·게재일 : 개별 연락/매주 목요일 〈esc〉요리면 ◎ 문의 : 농심 (02)820-8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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