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8.13 17:31
수정 : 2008.08.1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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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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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아시아의 꽃미남
과감한 누드로 경계를 허물고 가능성을 확장한 ‘프리미엄급 아이돌’ 야마시타 도모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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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 야먀시타 도모히사
⊙ 생년월일 : 1985년 4월 9일
⊙ 애칭 : 야마삐(야먀P)
⊙ 특징 : 벗으면 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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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에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요구하는 것이 정상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꽃미남에게 ‘나이스 바디’까지 갖추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확실히 욕심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한 여자에게 필요 이상의 것을 요구하고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깨닫지 못하는 남자를 보면 대체로 ‘바운더리’와 ‘마지노선’은 섞어야 제맛인 것 같다. 애당초 남자와 여자는 서로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들어주며 설레는 관계가 되는 것이 정석이라고 배웠다.(어디서?)
11살 때 연예계 첫발… 가수로도 초절정 인기
그러니까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야마시타 도모히사가 오늘날의 꽃미남에게는 이율배반적일 것만 같았던 장엄한 근육질 육체로 연약한 아이돌 소년의 경계를 넘어섰을 때 꽃미남이 이 세상에서 누릴 가능성은 가히 몇 배는 더 확장되었다는 그런 이야기다. 가수 비의 몸을 가진 순정만화 속 주인공이라고 하면 되려나? 십대 시절, TV 속 화면에 뽀얀 얼굴을 가지고 데뷔했던 순수 소년이 약관의 나이를 넘긴 어느 날 한 여성지에 자신의 ‘풀 누드’를 전격 공개했다고 생각해 보시라! 구체적인 얘기는 이렇다.
야마시타 도모히사(이하 애칭 야마삐)는 일본의 유명한 연예기획사 <쟈니즈 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11살 때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 <뽀이>라는 타이틀의 TV 드라마에서 14살의 나이로 주연을 맡으면서 유명세를 얻었고, 2000년에는 말 없는 어두운 미소년 역할을 연기한 〈I.W.G.P〉라는 일본 TBS의 드라마에서 연기력을 주목받았다. 영화 <한밤중의 야지 기타>로 한국에서도 많은 팬을 거느린 일본의 유명한 드라마 작가 구도 간쿠로의 출세작이기도 했던 이 드라마에서 야마시타는 기존의 순수했던 아이돌 이미지를 배반하고,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며 의미심장한 ‘1차 성징기’를 보내게 된다.
이후 <카타치바레>, <롱러브레터표류교실>, <런치의 여왕> 등 일본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각종 인기 드라마에서 귀여운 남동생 역이나 질풍노도의 성장기 소년을 연기하며 점점 늠름하게 ‘남자’를 연마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2004년, 그는 드디어 <그것은 갑자기 폭풍처럼>이라는 타이틀의 드라마에서 유부녀와 사랑에 빠지는 고교생 역을 맡는다.(만세!) 일본 트렌드의 바로미터 구실을 한다는 ‘게츠쿠’의 주연도 빼놓을 수 없는 활약. 게츠쿠는 일본 후지 TV의 월요일 드라마를 부르는 말인데 야마삐는 현재 <코드블루>라는 타이틀의 드라마에서 마치 <그레이 아나토미>의 아시아 버전을 연상케 하는 젊은 의사 역으로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또 야마삐는 자신이 소속된 아이돌 그룹 ‘NEWS’에서의 활동으로 가수로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은 소설 <노부타를 프로듀스>를 드라마화한 작품에서는 공동 주연을 맡은 또 다른 쟈니즈 아이돌 가메나시 가즈야와 함께 한정 유닛을 결성해 부른 주제가 <청춘 아미고>가 15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 음반시장의 어려움은 일본도 마찬가지여서 최근 몇 년간 밀리언셀러가 된 음반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이 싱글 CD의 경우 소녀팬들뿐만 아니라 ‘아저씨팬’에게까지 어필하는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그야말로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그의 누드가 공개된 것은 올해 2월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한때 에세이를 게재해 잘 알려진 일본의 유력 여성지 <앙앙>은 최근 몇 년간 아이돌 스타의 스타일리시한 누드화보를 싣는 과감하면서도 바람직한(!)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그 영광의 주인공이 된 야마삐가 넘기 어려운 ‘아이돌 수위’를 깨 부수며 자신의 울퉁불퉁한 근육을 거의 모두 다 과시하는 과감한 누드를 선보인 것이다.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이런 연약한 얼굴의 미소년이 그 안에 그런 엄청난 근육질 몸매를 숨기고 있을 거라고 말이다.
아시아에서 수많은 소녀팬들을 거느리는 아이돌 스타를 끊임없이 양산해 내는 일본의 쟈니즈 엔터테인먼트는 어린 남자아이들을 ‘주니어’라는 명칭으로 기획사에 소속시켜 정식으로 데뷔하기 전까지 수 년간 차곡차곡 방송활동을 경험시키는 그들만의 독특한 시스템을 가졌다.(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슈퍼주니어 등이 비슷한 방식의 활동을 한다) 아이들은 모두 일정한 양식의 ‘이력서’를 제출하고, 엄청난 경쟁률의 오디션을 거쳐 쟈니즈 주니어가 되는 자격을 얻게 된다. 주니어가 되는 계기도 제각각이다. 혼자 두고 보기 아까운 아들을 꽃미남 제국에 입성시키고 싶은 어머니가 적극적인 의지로 사무소에 이력서를 보내는가 하면, 그 스스로가 ‘꽃미남 아이돌’이 되고 싶어 직접 이력서를 보내는 경우도 있다. 또 사촌누나가 멋대로 이력서를 보내는 패턴, 같은 반 여자친구가 보내주는 패턴 등등 재미있는 사연들이 많다.
일본 TV 방송에서는 쟈니즈 소속의 탤런트들이 나오면 거의 예외 없이 “쟈니즈에 들어가게 된 계기는?”이라고 물어보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야마삐는 어땠을까. 어렸을 때부터 쟈니즈를 동경한 그는 무려 ‘스스로’ 사무소에 이력서를 냈다고 한다. 그렇다! 모름지기 꽃미남이라면 이 정도로 당당해야 하는 것이다!!!!
스스로 쟈니즈 사무소에 이력서를 내다
주니어로 활동하는 동안 ‘꽃미남 아이들’은 주니어 단계를 졸업하고 메인으로 데뷔한 선배들 뒤에서 백댄서를 보거나, NHK의 <소년 구락부>라는 쟈니즈 주니어 전용 방송에 출연하기도 하고, 유난히 그 ‘미모의 출중함’이 널리 알려지면 드라마 등에 아역으로 출연하며 자신의 인지도를 높여간다. 야마시타 도모히사는 주니어가 밟는 코스 중에서도 엘리트 코스만을 밟아 온 ‘프리미엄급 아이돌’이다. 화려한 성장기를 거쳐 2004년에는 일본에서 명문으로 꼽히는 메이지대학에도 합격해 현재 상경학부에 재학 중이다. 물론 올해 유급한 것도 당연히 화제가 됐다.
야마시타처럼 쟈니즈 주니어로 TV에 데뷔한 아이돌 스타들은 벌써 그 연예경력이 10년을 훌쩍 넘긴 경우가 많고, 시청자들은 TV 브라운관을 통해 한 아이가 성장하고, 변화하고, 새로워지는 시간을 그대로 기억한다. 어쩌면 진정한 국민동생이란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일본 사람들에게 ‘야마시타 도모히사’라는 이름을 물어보면 적어도 10명 중의 8명으로부터 ‘아~야마삐~’라는 대답이 돌아오는 것을 듣게 되는데, 그가 전국민에게 자신의 원래 이름이 아닌 ‘야마삐’라는 애칭으로 불리게 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그야말로 <아이돌 트루먼쇼>다. 그리고 그렇게 오랜 세월을 같이하다 보면 어느 날 문득 아이에서 어른이 돼버린 남자를 발견하고 놀라는 버라이어티함까지 따라온다.
이은혜/ <포포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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