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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힐 신은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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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송은이네 만화가게
‘마린 보이’ 박태환이 더위도 짜증도 다 날려주었단다. 그의 기록보단 화사한 웃음에 더 관심이 많은 팬으로서 소박한 판타지가 하나 있다면 박태환과 김연아가 사귀어버렸으면! (두 분에겐 죄송;;) 얼마나 예쁠까, 그 짝. 여기 뜨거운 짝이 또 하나 있다. 지나가면 남녀 모두 돌아보고, 심지어 담임까지 반할 정도로 예쁜 소녀 고경희와, 잘생긴데다 싸움으로 ‘짱먹는’ 소년 양욱일. 지난달 5권이 출간된 천계영의 <하이힐을 신은 소녀>(서울문화사 펴냄)에 나오는 이 두 고딩은 너무 잘 어울려서 동급생들에게조차 질투보다는 선망의 대상이다. 그러나 이들의 사랑은 순탄치 않으니, 소녀에게는 너무 예쁜 외모 때문에 씻지 못할 상처를 입었던 과거가, 소년에게는 그에게 집착하다 못해 자해공갈을 일삼는 쌍둥이 여동생이 있었던 것. 소녀와 소년은 오해와 질투와 확인을 반복하며 사랑을 키워나간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하이힐을 신고, 원인 모를 분노 때문에 마구 주먹을 휘두르는 이 아이들이 타인에 대한 부채감과 어른들의 불순한 시선을 견디어내며 성장하는 모습도 재밌다. 십여 년 전, <언플러그드 보이> <오디션> 등 새로운 감수성으로 무장한 만화로 소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천계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대놓고 현실성 없는 캐릭터와 상황 설정, 그러면서도 묘하게 설득력 있는 전개로 독자를 휘어잡는 힘은 여전히 장난이 아니다. 때문에 “이것은 한 소년과 한 소녀의 미친 듯한 사랑 이야기. 어른들은 이 이야기를 다 듣고도 믿지 못할 거야. 이제 겨우 열 몇 살인 우리들이 이토록 지독하게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을”이란 프롤로그의 내레이션을, 믿을 수는 없지만 믿고 싶어지는 것이다. 더울수록 힘들수록 리얼리티보단 판타지가 약이다. (여름 소년 겨울 소녀, 부탁해요~) 김송은/ 만화전문지 <팝툰> 기자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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