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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와 어머니, 그리고 콧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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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씨네21>과 함께하는 불량추억 공모전 수상작 2등 윤대현
몰래 야동을 감상하다 링거 주머니를 차고 병원에 드러눕기까지의 엽기적 고백
몇 분 후 구급차에 실려 처량한 표정으로 누워 있는데 제게 구급대원이 사건의 정황에 대해 묻더군요. 그러자 어머님이 말을 꺼내셨죠. 내심 설마 사실대로 말씀하시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가슴이 아팠습니다. “야가 야시시한 음란물을 보다가 흥분을 해서 코피가 이래 흐르네요. 근데 기가 허해서 그러는지 피가 멈출 생각을 안 해요. 어여 손 좀 써 주이소.” 구급대원의 그 벙 찐 얼굴은 절 몹시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한순간 변태가 된 것 같았습니다. 응급실에 도착을 하고 어머님은 의사에게 다시 설명을 할 수 밖에 없었고, 의사의 꺼림칙한 시선에 전 죽고만 싶었습니다. 이런저런 검사를 하고 나서야 손가락의 강한 반동에 따른 충격에 혈관이 터져서 많은 출혈이 발생했다는 진단 결과가 나왔습니다. 18년간의 꾸준한 터널 공사로 헐어버린 콧구멍은 2시간에 걸친 전기 봉합수술로 멋지게 재건축할 수 있었지만 마음에 생긴 상처는 아주 오래가더군요. 팔에는 혈액 주머니, 다리에는 링거 주머니를 달고서 며칠 병원생활을 하고 있으니 이상한 소문이 퍼지더군요. “저 사람 변태래” “보기에는 멀쩡하게 생겼는데 애가 좀 갔대” “야동보다 흥분해서 실려왔단다”라고 수군거리는 사람들의 시선이 따가웠고 주사를 놓기 위해 오는 간호사마저 조금만 신체가 닿아도 까무러치는 듯했습니다. 어떻게 알았는지 친구들이 문병을 온다고 하더군요. 학교에까지 이상한 소문이 났다가는 학교생활뿐 아니라 내 인생이 송두리째 매장당하게 생겼더라구요. 전화로 안 와도 된다고, 금방 퇴원한다고 사정과 설득, 나중에는 “오지마, 오면 죽어”라는 협박까지 하면서 친구의 방문을 막았습니다. 안오겠다는 친구의 확답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도 잠시, 그 죽일 놈의 친구 녀석이 어머니께 물어서 다음날 기어코 문병을 온 것입니다. 아~~그때의 심정이란. 친구의 한마디 한마디는 저승사자의 속삭임 같았고 그 친구가 사들고온 음료수 상자는 독극물로 착각이 들 정도로 날 공포스럽게 했습니다. ‘변태왕·정력감퇴·부실허우대’라는 새 별명 그 가슴 아픈 소문이 친구 녀석에게 들어가지 않도록 기도하고 기도했습니다. 하지만 신은 야동을 보는 날 용서하지 못하는 것인지 결국 소문은 친구 녀석의 두 귀로 쏙쏙 들어가고야 말았습니다. 거기다 옆에서 쉴 새 없이 웃어대는 비웃음과 심장에 비수를 꼽는 한마디 한마디는 제 모든 걸 나락으로 떨어지게 했습니다. “하하하, 이 변태자식, 그러게 조심 좀 하지.” “그게 그렇게 좋디? 코피까지 흘리고.” “짜식 지도 남자라고, 하하하.” 며칠 후 전 무사히 그 지옥 같은 병원을 퇴원할 수 있었지만 친구 녀석의 폭로에 학교에서 또 다른 지옥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그 사건 이후로 제겐 변태왕, 정력감퇴, 부실허우대 등 수없이 많은 별명이 생겨났고 아직도 그 파장에서 회복되지 못한 콧구멍과 마음의 상처는 아물지 못해서 가끔 야동을 볼 때면 쓰라림이 몰려오곤 한답니다. 윤대현/대구시 동구 신암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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