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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이 만드는 이탈리아 수공 자전거, 토마지니 신테지(sinte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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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자전거 명작열전
밀라노는 100년 이상 이탈리아 자전거 산업의 중심지였다. 유명한 이탈리아의 업체들 대부분이 밀라노 또는 그 인근에 밀집되어 있다. 밀라노 주위의 공방이나 업체에서 자전거 제작기술을 배워 독립한 사람들도 역시 밀라노 근처에서 자신의 사업을 시작해 밀라노는 패션의 중심지이자 이탈리아 자전거 산업의 중심점이라고도 할 만하다. 그런데, 최근 10년여년 이탈리아의 자전거 산업은 크게 변화했다. 전통과 자부심으로 이탈리아에서 자전거를 생산하던 업체들이 미국업체들과의 경쟁 끝에 이탈리아 자체 생산을 점차 줄이고 대만이나 중국에서 주문자상표생산(OEM)으로 생산 비중을 차차 늘리며 밀라노에서 생산하는 자전거의 양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메이드 인 이탈리아’ 스티커가 붙은 자전거도 대만에서 프레임을 만들어 이탈리아에서 마무리와 도색·조립을 하는 수준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특히 대형, 유명 업체들의 제품들이 그러하다. 프레임 제작부터 완성까지 이탈리아에서 마무리하는 업체는 이제 남아 있지 않는 걸까? 아직까지도 100% 순수 자체 생산을 고집하는 업체가 일부 남아 있다. 그 중 하나가 창업자 이리오 토마지니의 이름을 딴 토마지니다. 15세 때 이미 자신의 이름으로 자전거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토마지니는 전설적인 자전거 프레임 제작자 주제페 페라의 수제자로 밀라노에서 수업을 받고, 고향 토스카나 그로세토에서 자신이 배운 전통적인 방법 그대로 자전거를 만들기 시작했다. 변화가 극심하던 밀라노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탓일까. 자동화와 대량생산, 인건비가 싼 국가에서의 오이엠 생산은 이탈리아 자전거 산업에서도 피할 수 없는 변화였지만, 토마니지는 그 변화의 물결에 조금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신테지는 토마지니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자전거 차체 중 하나다. 전제품이 자체 생산인 모델 중에서도 특별하게 여겨지는 것은 바로 프레임의 소재에 있다. 크롬몰리브덴 스틸. 쉽게 이야기하면 철이다. 100년 넘게 자전거의 차체를 만드는 데 쓰인 철, 그리고 그 소재를 전통적인 방식 그대로 만드는 노력. 알루미늄 합금과 카본 파이버, 티타늄 등의 첨단소재에 비해 초라해 보일 수도 있는 철이지만, 철 자체의 부드러운 승차감과 철에 깃든 전통, 그리고 자신의 몸에 맞춰 주문한 세상에 하나뿐인 프레임을 소유한다는 것은 그 가치를 이해할 줄 아는 애호가에게만 허락되는 사치다. 공방에서 일하는 가장 젊은 직원도 이미 20년 이상 토마지니에서 일을 해 왔기에 직원 모두 장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첨단기술과 소재, 유명 사이클리스트를 이용한 마케팅이 전부인 것처럼 여겨지는 오늘, 토마지니는 변함없이 옛 방식 그대로 자전거를 만든다. 이탈리아 사이클의 역사 그리고 전통을 실물로 확인하려면 토마지니의 신테지를 찾아보면 된다. 한동옥/ <자전거 생활> 편집장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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