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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막스사가 1950년대 출시한 슈퍼맨 양철 장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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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김혁의 장난감공화국
2008년 할리우드 영화는 슈퍼 히어로들이 장악한 느낌이다. <스파이더맨>, <엑스맨>으로 몇 해 전부터 슬슬 불어오던 바람이 올해 <아이언맨>, <인크레더블 헐크>, <다크나이트>를 기점으로 가히 폭발하는 듯하다. 장난감과 슈퍼 히어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슈퍼 히어로 장난감 중에 가장 좋아하는 것은 1950년대 막스(Marx)에서 출시한 슈퍼맨 양철 장난감이다. 슈퍼맨이 악당의 비행기를 잡은 모습의 이 장난감은 태엽을 감아 주면 비행기가 날아가고(사실은 바퀴로 굴러 가지만) 슈퍼맨이 그 주위를 빙글빙글 돈다.쫄쫄이 바지 위에 팬티를 덧입은 우스꽝스러운 패션의 슈퍼맨은 그 센스 없는 의상 외에는 나무랄 데 없는 능력을 갖춘 슈퍼 히어로다. 1938년 죠 슈스터와 제리 시걸이라는 10대 만화가들에 의해 창작된 슈퍼맨 캐릭터는 단돈 500달러에 그 판권이 팔렸다. 그 인기가 이렇게까지 커질 줄을 몰랐던 ‘어린’ 만화가들은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하며 소송까지 걸었지만 권리를 되찾아 오는 데 실패했다. 미국의 경영학자들이 항상 미래를 내다보지 못해 저지른 금세기 매우 큰 실수 중의 하나로 언급을 하는데 당사자들의 속은 어떻겠는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슈퍼맨이지만, 과연 슈퍼맨은 죽지 않을까? 슈퍼맨은 만화 속에서 단 한 번 죽음을 맞는다. 슈퍼맨을 죽음에 이르게 한 적은 ‘둠스데이’라는 외계 생명체. 1992년 발간된 <슈퍼맨 : 강철의 사나이>에 등장한 둠스데이는 지구 시간으로 수천 년 전 클립톤 행성 과학자 버튼의 유전자 배양으로 만들어졌는데 몸의 상당 부분이 슈퍼맨에게 치명적인 클립토나이트로 구성되어 있다.
포악한 성격에 상대방을 파괴시키면서 희열을 느끼도록 키워진 둠스데이는 자신의 창조자마저 살해하고 우주를 돌아다니며 악행을 일삼다가 지구로 온 뒤에도 파괴를 계속하며 수많은 슈퍼 히어로들을 무력화시킨다. 마지막에 메트로폴리스를 배경으로 슈퍼맨과 사투를 벌이는데, 연인 로이스와의 결혼을 앞두던 슈퍼맨은 이 자리에서 둠스데이를 처치하고 세상을 구하지만 자신도 숨을 거둔다. 그리고 수많은 슈퍼 히어로들의 조문 행렬 속에 슈퍼맨의 장례식이 끝난다.
영화 속 미국 슈퍼 히어로들을 바라보고 또 박수 치다가,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용감한 포즈의 슈퍼 히어로 장난감을 바라보다가, 잘 알려지지 않은 슈퍼맨의 죽음이 떠올랐다.
김혁 장난감수집가·테마파크기획자 blog.naver.com/kheg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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