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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8.20 19:00 수정 : 2008.08.20 19:00

<잘 자 뿡뿡>

[매거진 esc] 송은이네 만화가게

약관의 나이에 금메달을 목에 거는 인생은 어릴 적부터 남달랐을 것 같다. 뛰어난 재능에 귀여운 외모, 그럼에도 자만하지 않고 훈련에 정진하는 성실함까지. 빛나는 오늘이 이미 예약녹화되어 있었겠지. 그런 어린이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저 그런, 기억도 희미할 만큼 존재감 없는 어린 시절을 지나왔을 터다.

<잘 자 뿡뿡>의 초등학생 뿡뿡은 어떤가 하면, 그저 그렇지만도 못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다. 심지어 인간도 아닌 새로 그려질 정도다. 역시 새처럼 생긴 실직자 아빠는 밤마다 엄마에게 시비를 걸고 싸움은 난투극이 되어, 엄마는 병원에 가고 아빠는 사라진다. 뿡뿡은 ‘하느님, 하느님, 칭쿠루뽕’이라는 주문을 외우면 하느님이 나타나 이야기를 들어준다고 믿는 4차원 소년인데, 한편으론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생각해도 된단다. 왜냐하면 너에겐 무한한 가능성이 있으니까 … 이런 낯간지러운 대사를 표정 하나 안 바꾸고 말할 수 있는 어른 따위 절~대 절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현실적인 아이다. 뿡뿡은 결국 외삼촌에게 맡겨지고, 그래도 무럭무럭 자라 밤마다 야릇한 꿈에 시달리기도 하고, 한눈에 반한 전학생 아이코와 풋사랑을 키워가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들과 함께 주운 포르노테이프에 녹화된 이상한 사건을 좇아 모험을 떠난다. 청춘의 불안과 성장을 담담하고 리얼하게 그려낸 <소라닌>의 작가 아사노 이니오의 신작 <잘 자 뿡뿡>은 사춘기 소년의 생활을, 황당한 설정과 통념을 비트는 유머로 그려낸다. “꿈은 아무리 크게 가져도 공짜지만 자기 그릇의 크기나 가정 형편을 고려하지 않으면 아주 크게 좌절할 수 있다”는 뿡뿡 담임의 경고처럼 세상은 어린아이들에게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지만, 우스갯소리처럼 늘어놓는 뿡뿡의 성장담은 시종 유쾌하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어쩌면 빛날지도 모를’ 미래 같은 건 오지 않는 독자들에게 심심한 위로가 될 것 같다.

김송은/ 만화전문지 <팝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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