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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인천 북평 공동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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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한국의 사진가들
독특한 행동으로 유명한 최광호씨, 결혼식장에선 주례 보며 사진 찍어
고관대작들만 예식을 올린다는 강남의 한 예식장. 신랑이 입장한다. 그 순간 찰칵, 찰칵. 주례가 카메라를 든다. 사진을 계속 찍는다. 웅성웅성 “주례가 사진을 찍네.” 사람들이 귓속말을 한다. 뒤이어 주례가 ‘악’ 소리를 크게 외친다. “가장 좋아하는 소리가 바른 소리 할 ‘악’입니다. 신랑은 ‘악’ 소리처럼 바르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한다. 세 번의 ‘악’ 사이 그는 사진을 계속 찍는다. 사진가 최광호(52·아래 사진)의 독특한 행동은 잊지 못할 결혼식을 만들었다.
동생을 지울 수 없어 시작된 ‘악’ 소리
‘악’은 그의 사진집 시리즈 이름이다. 죽은 동생을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슬픔에서 시작되었다. 그의 나이 서른아홉 살, 8월15일, 동생을 화장하고 청량리에 있던 그의 작업실에서 동생의 사망지인 청평까지 카메라 하나 들고 무작정 걸으면서 사진을 찍었다. 다리가 저리고 발바닥이 부르텄지만 마음의 고통에 비하면 신체의 아픔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매년 8월15일이면 그렇게 무작정 걸으면서 사진을 찍는 일이 반복되었다. 벽제·성남·망우리 등. 사진 애호가들에게 조금씩 소문이 나면서 함께 걷는 이들도 늘어났다. <악> 시리즈는 그렇게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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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땅의 숨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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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인 소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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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 동안 그가 집착했던 주제는 죽음과 삶이었다. 21살에 목격한 할머니의 죽음이 시작이었다. “강원도 고성 불난 자리에 잘린 나무들을 보고 화가 났다. 자연이 훼손되면 그대로 두는 것이 가장 좋은 치유법이다.” 그의 목격담이다. 삭막한 자연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그는 그곳에 옷을 벗고 사진을 찍었다. 근원적인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 때문이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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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80년, 인천 〈포토그램-육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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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발견〉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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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최광호(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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