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8.27 17:17
수정 : 2008.08.3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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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제 그 경기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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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너 어제 그 경기 봤어?
9연승 올림픽 금메달에 비교당하며 OTL
요즘 설기현 활약으로 조금 위로를 받네
올림픽이 끝나도 축구 팬들의 심리적 박탈감은 남아있다. 축구대표팀은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8강 진입에 실패했다. 풀럼 구단 투어로 한국을 찾았던 설기현은 영국 복귀 후 눈에 띄게 좋은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다. <스포탈 코리아> 서형욱 편집장과(사진 오른쪽) 서호정 기자가 올림픽 축구와 설기현 선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또 ‘유럽축구연맹(UEFA) 슈퍼컵’을 통해 한국 축구의 위상 변화를 내다봤다.
서형욱 올림픽에서 야구가 9전 전승으로 우승한 반면 축구는 1승1무1패로 8강 진입에 실패했다. 야구의 성공으로 축구의 실패가 과장되게 드러났다. 야구가 워낙 잘 했고 그 여파가 올림픽 이후에도 이어질 것이다.
서호정 야구를 보며 사실 내 일처럼 기뻐하기는 어려웠다. 야구는 한 순간에 터지는 임펙트가 크고 공 하나에도 가치를 음미할 수 있는 종목이다. 야구 결승전 날 K-리그 경기가 있어서 축구장에 취재를 갔다. 다들 그날 야구경기를 의식해 걱정을 했고 하프타임에 야구중계를 틀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관객들의 경기 집중도도 그리 높지 않았다. 경기 중간에 이승엽 선수가 홈런을 쳤는데 장내 아나운서가 이를 안내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요새 ‘축구장에 물 채워라’ 라는 식의 비아냥도 많다. 올림픽의 실패를 직접적으로 체감한다. 이번 올림픽을 두고 2002 월드컵 약발 무너졌다는 얘기도 있다.
인천 유나이티드와 SK 와이번스의 대결?
욱 야구 결승전 날 다섯 경기장에서 K-리그 경기가 있었다. 언론 보도가 거의 안 됐고 열성적인 소수를 제하고는 별 관심도 없었다. 잠실야구장을 비롯한 전국 야구장에서는 다들 모여 결승전 경기를 봤다. 이런 현상은 올림픽으로 끝나지 않는다. 당장 인천은 야구장과 축구경기장이 붙어있어서 후반기 인천 유나이티드 FC 홈경기가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홈경기랑 겹친다. 관객들의 반응이 비교될 것이다. 야구의 성공이 국민적 경사이기는 하지만 축구 입장에선 당분간 악재의 시기인 것만은 분명하다.
올림픽 경기에서 전력이나 조 편성이 나쁘지 않았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조였고 첫 경기도 잘 하면 승리할 수 있었다. 두 번째 경기는 어이없이 졌다. 지도자들의 경험과 노하우가 아직 부족한 게 아닌가 싶다. 세계청소년 대회나 월드컵에서 국내 지도자들은 안 하던 플레이를 펼친다. 큰 경기를 앞두고 긴장해, 훈련했던 포메이션이나 전술을 바꾸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실수가 더 크게 부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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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축구대표팀을 이끈 박성화 감독. 사진 공동취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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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박성화 감독이 청소년대표팀 감독을 맡은 바 있고 세계대회도 2번이나 경험했는데 이번 같은 전술적 착오를 일으켰다는 사실이 아쉽다. 히딩크 감독이 2002년 월드컵을 지휘할 때 그에게 배웠던 사람들이 현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또 축구협회가 이를 체계화 하지 못한 것도 문제다. 러시아에서는 히딩크 프로젝트로 그의 노하우를 뽑아내고 정착시키려는 노력을 한다. 능력 있는 외국인 감독이 오면 감독에게 제대로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욱 2002년 월드컵에서 중요한 알맹이는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버렸다. 겉치장 하는 것만 남고 토너먼트 팀과 평상시 팀을 어떻게 구성하는지에 대한 답은 못 구했다. 이것이 이번 경기의 한계였지만 선수들의 기량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
이제 설기현 얘기를 해보자. 작년만 해도 풀럼에서 한 골도 못 넣고 거의 찬밥신세였다. 7월 설기현 선수 소속팀이 한국 투어를 왔을 때도 잘 못했다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실 유명한 팀도 아니고 한국에서 주목을 못 받고 돌아갔다. 하지만 경기 기간 중 감독이 설기현의 뭔가를 캐치한 것만은 분명하다. 경기 주전으로 썼고 좋은 역할을 했다.
‘사모라’라는 좋은 짝을 만나다
정 울산에서의 마지막 경기 때 로이 호지슨 감독이 설기현에게 좋은 평을 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하지만 특별한 변화가 있었다. 경기 후반에 들어와 설기현이 공격수로 투입됐고 보비 사모라와 투톱으로 활동했다. 결정적인 슈팅기회를 놓쳤던 것은 사실이다. 그걸 보면서 감독이 강하게 지적하지 않을까, 혹시 감독 눈에서 엇나가는 게 아닐까 걱정했다. 그런데 의외로 공격수로서 공간을 창출하고 동료를 도와주며 괜찮은 플레이를 펼쳤다. 역시 감독이 설기현의 그 부분을 좋게 평가했다. 영국에 돌아가 연습 경기를 치르면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 시즌 개막 후 한국에서 선보였던 설기현과 사모라의 공격 조합이 지금 시즌 개막 후 2경기 연속 선발 출장하고 있다.
욱 첫 경기에서 골을 넣었고 두 번째 경기에서도 좋은 플레이를 보였다. 사실 축구계에서 1년 동안 신경조차 안 쓰던 선수를 감독이 발탁한 경우는 거의 없다. 설기현에게는 한국 투어가 일종의 반전의 기회가 됐다. 설기현의 부진을 두고 이제 한국에 들어와야 하지 않느냐는 뒷말까지 있었는데 제 2의 전성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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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은 1승1무1패의 성적으로 베이징 올림픽 8강 진입에 실패했다. 사진 공동취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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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좋은 짝을 만나는 게 중요하다. 지금 팀에서 같이 뛰는 공격수와의 호흡이 좋다. 특히 아스날과의 경기 때 사모라가 잘 해줬다. 설기현의 킥은 유럽의 어느 선수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좋다. 그날 같은 경우는 설기현이 공을 잡지 않고 원터치로 탁탁 쳤던 것이 바로 위협적인 공격으로 이어졌다. 지금 설기현은 감독이 뭘 원하는지 뭘 보여줘야 하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 같다.
욱 결국 본인이 생존 방법을 알아냈다. 전체적으로 플레이가 간결해진 것이 효과를 냈다. 기본 역량도 있지만 새로운 팀에 적응해 나가며 이를 발전의 토양으로 삼았다.
정 예전에는 세계 수준의 선수들이 어떻게 뛰나 보려고 일부 마니아들이 관심을 가졌다. 이제는 축구에 관심이 있든 아니든 해외 경기를 관심 있게 본다.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팀과 ‘UEFA컵’ 우승팀이 겨루는 29일 ‘유럽축구연맹 슈퍼컵’에서도 한국 선수들의 출전이 기대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챔피언스리그 우승)’에는 박지성이, ‘제니트(UEFA컵 우승)’ 에는 김동진, 이호가 있다. 예전에는 한국선수들이 유럽에 나가는 것을 국보유출로 표현하기도 했고 정치인들까지 간섭했다.
차범근 감독의 경우 박정희 전 대통령이 꼭 나가야 하나, 한국에서 뛰면 안 되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많은 선수들이 해외에 진출했다.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무대에 한국 선수가 다 나갔다. 그 밖의 중소 리그는 말할 것도 없다. 한국축구가 세계를 무대로 발전하는 양상을 보여주는 하나의 계기가 바로 ‘슈퍼컵’이다. 예전에는 각 리그나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기만을 바랐는데 이제는 그것 자체를 즐긴다. ‘슈퍼컵’을 두고 코리안 슈퍼 매치라고 자의적인 이야기도 한다. 유럽리그 경기라서 어찌 보면 우리와 상관없지만 자부심을 갖고 경기를 봐도 될 것이다.
‘유럽축구연맹 슈퍼컵’을 아십니까
욱 한 5-6년 전만 해도 유럽에서 한국 선수들이 뛰는 것 자체가 화제였다. 이제 훌륭한 팀에서 뛰는 우리 선수를 보면 그 경기 하나만으로 시대변화를 느낀다.
정 예전에는 한국 축구의 세계수준을 비교할 기회가 월드컵과 올림픽 밖에 없었다. 유럽에 나가있는 한국 선수는 극소수였다. 황선홍 부산 감독은 부상이라는 요인이 있었지만 독일의 아마추어 팀에서 뛰었다. 지금은 유럽에 진출한 박지성, 김두현 등이 있다. 만약 이런 선수들도 없고 올림픽에서도 실패했다면 지금보다 절망의 정도가 컸을 거다.
정리 현시원 기자
qq@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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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림픽으로 뜬 스타
“박주영이다. 팬들 사이에서는 실망했다는 목소리도 많지만 실질적으로 대표팀의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박주영에게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공격수로서의 역량을 재확인 시켜준 무대였다”(서형욱)
“리오넬 메시, 이런 선수가 23세 이하의 선수들 사이에서 뛸 경우 어떤 폐해를 주는지 보여줬다. 워낙 다른 선수들과 레벨 차가 난다. 아르헨티나 경기를 보면 메시가 등장하지 않는 골 장면이 없을 정도다. 키가 작아 별명이 벼룩인데 놀라운 실력을 갖춘 괴물이다.”(서호정)
■ 올림픽으로 진 스타
“중국 대표팀. 1무 2패로 예전의 위치에서 더 추락했다. 지금 중국축구협회장 사임설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 축구에 매번 진다는 공한증을 넘어 이제 거의 ‘중국인은 축구 하면 안 된다’는 말까지 나올 만큼 ‘공황’ 상태다. 올림픽 성공을 자축하며 월드컵 개최라는 목표를 세웠지만 축구는 초상집 분위기다. 이번 아시아 축구가 전체적으로 다 안 좋았지만 모든 절망의 집결체였다.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한다.”(서형욱)
“박성화 감독이다. 개인적으로 축구에 대한 열정과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세계 무대에서 보여주지 못했다. 세계청소년 대회 2번, 올림픽 1번의 경험은 감독만의 독보적이고 소중한 자산이다. 실패했던 사람의 명예회복을 보는 것도 스포츠의 묘미다. 더 큰 영광과 감동을 줄 수 있는 감독이 되길.”(서호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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