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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액션배우다>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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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김중혁의 액션시대
딱 두 마디만 쓰고 이 글을 끝내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지금 당장 영화관으로 가서 <우린 액션배우다>를 관람하시라.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훌륭한 액션영화에 말을 덧붙이는 것은 무조건 사족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지면은 넓고 써야 할 분량은 많으니까 어쩔 수 없다. 고백하자면 나는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오해했다. 미리 짐작했다. ‘스턴트맨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라는 사전정보를 듣고 난 후 내 머릿속에는 이미 한 편의 영화가 완성돼 있었다. ‘나는 꼭 스턴트맨을 하고야 말 겁니다’와 같은 비장한 장인정신 30퍼센트, 맞고 쓰러지고 뒹굴지만 아무도 주목해주지 않는 스턴트맨의 힘겨운 삶 30퍼센트, 힘겹게 돈을 버는 생활인의 이야기 10퍼센트, 그래도 내일은 해가 뜬다며 자신의 꿈을 향해서 묵묵히 걸어가자는 희망찬 메시지 30퍼센트. 대략 이 정도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영화에는 그딴 거 없다. 시작하자마자 딴 길로 새 나간다. 여러 가지 명장면이 많지만 <우린 액션배우다>의 분위기를 단번에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있다. 주인공 중 한 명인 전세진이 창문에 걸터앉아 광활한 평원을 바라보고 있다. 아, 멋있다. 호연지기가 넘쳐흐른다. 그러나 여기까지. 주머니에 있던 휴대전화가 스르륵 바닥으로 떨어지고 주인공은 맨발로 잡초더미에 뛰어들어 휴대전화를 찾는다. 겨우 찾아냈지만 휴대전화 껍데기가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어디 간 거야. ‘아, (이놈의) 인생’.(내레이션) 영화의 대부분 장면이 이렇게 뒤통수를 친다. 영화 보다가 한 스무 번은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다. 웃겨서 죽을 지경이다. 주인공들은 진지하지만 보는 사람은 배꼽이 빠진다. 이렇게 재미있는 코미디영화 본지 꽤 오랜만이다. <우린 액션배우다>는 자신의 꿈과 미래를 향해 걸어가는 20대 남자들의 이야기다. 사뭇 진지하고 자주 엉뚱하고 절대 답이 보이지 않는 인생들의 이야기다. 함께 액션스쿨에 입학했지만 그 끝은 모두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다. 답이 없어 보이는 그들의 인생이 부럽다. 어떤 상황에서도 건강하게 버티는 그들의 태도가 부럽다. 영화 마지막 부분, 주인공 곽진석은 외국으로 배낭여행을 떠난다. 배웅 나온 친구가 인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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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의 액션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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