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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9.24 17:20 수정 : 2008.09.24 17:20

<트로픽 선더> (2008)

[매거진 esc] 김은형의 웃기는 영화

올곧은 코미디 영화의 팬으로써 요즘 최고 관심사는 <트로픽 선더>를 언제쯤 볼 수 있느냐다. 벤 스틸러가 <주랜더> 이후 7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영화라는 소개만 들어도 ‘아오~!’ 보름달 밤의 외로운 늑대처럼 짖고 싶어진다. 게다가 벤 스틸러와 함께 잭 블랙이 주인공이다. 게다가 또다른 주인공인 우리의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피부를 몽땅 검은색으로 염색한 오스카상 다섯번 수상의 명배우로 출연한단다. 궁금해서 졸도할 것 같다. 그러나 아시아권에서 인도와 한국만 아직도 개봉일정 미정. 한국 관객의 웃음에 대한 열망이 말레이시아나 타이 사람만도 못하단 말이냐. 각성하라, 한국 관객! 아니 한국 배급사?

하여 약 끊은 마약중독자처럼 퀭한 눈으로 검색창에 ‘트로픽 선더’를 시도때도 없이 치곤 하는 못쓸 버릇이 생겼는데, 성과가 없었던 건 아니다. <트로픽 선더>는 아직 보지 않은 사람도, 어쩌면 앞으로도 어둠의 경로를 헤매야 할 불행한 운명의 관객도 위로할 만한 밑반찬들을 내놓고 있었다. 예를 들어 세 주연배우가 모여 홍보 비디오를 만든답시고 앉아서 전작(<아이언맨>, <쿵푸팬더>) 자랑만 하다가 폭력이 난무하는 동영상이라든지, 세 인물의 극중 이름으로 만들어진 누리집 등등.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초유의 대작 영화를 찍다가 진짜 전쟁을 하게 된다는 내용의 <트로픽 선더>에서 세 캐릭터는 영화 속 영화의 배우들이기도 한데, 각자의 홈페이지에는 배우 소개와 역대 출연작 소개도 있다. 물론 다 뻥이다. 그 중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하는 배우 커크 라자루스의 누리집에 소개된 <사탄의 뒷골목>(Satan’s Alley) 예고편이 뒤집어진다. <스파이더맨>의 토비 맥과이어가 카메오 출연한 이 예고편에서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 아니 커크 라자루스와 토비 맥과이어는 에로틱한 음악을 배경으로 금지된 사랑에 빠진 수도사 커플로 등장한다. 베이징 영화제에서 울부짖는원숭이상을 받은 영화라나, 뭐라나 ….

압권은 <트로픽 선더>의 메이킹 다큐멘터리 <광기의 폭우>(rain of madness) 예고편이다. 메이킹 다큐? 물론 뻥이다. 어쨌든 베트남의 열대우림 위를 나는 헬리콥터들과 도어스의 ‘디 엔드’로 시작하는 이 예고편은 누가 봐도 <지옥의 묵시록> 메이킹 다큐의 패러디다.

김은형의 웃기는 영화
크랭크인한 지 겨우 5일이 지나 촬영이 두 달 연기됐고, 이로 말미암아 1억 달러가 공중분해됐다는 암울한 멘트까지 말이다. 배우들의 허접한 행태가 언뜻언뜻 화면을 스쳐가면서도 엄청나게 진지하고 음울하게 진행되는 이 다큐는 방콕청춘영화제 최고 다큐상뿐 아니라 티후아나의 꽥꽥대는 당나귀상을 받았고, 모두가 수상자영화제에서도 특별언급된 작품이란다. 난다 긴다 하는 구라쟁이들이 울고갈 엄청난 ‘×구라’의 향연이다.

하지만 이런 클립들을 찔끔찔끔 보며 좋아해 봤자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이다. <다크 나이트>를 꺾고 미국 흥행에서도 성공한 <트로픽 선더>, 한국관객도 보게 해 주세요∼!(낭독은 ‘봉숭아 학당’의 여성학자 톤으로^^)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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