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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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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이다혜의 한 줄로 한 권 읽기
<봉크> 메리 로취 지음, 권 루시안 옮김, 파라북스 펴냄 “수겅롱 박사는 더 작고 더 구부정하고 더 붉고 더 늘어진 사례를 보아왔다. 마치 떨어진 와이셔츠 깃에서 삐져나온 플라스틱 조각처럼 보형물이 페니스 끝부분 밖으로 삐져나온 사례도 보았다.” 크기, 각도, 색깔. 이 세 가지 관점으로만 페니스의 기능을 판별하기란 쉽지 않지만 그 세 가지만큼 남자의 자존심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도 많지 않다. 분명한 것은 여자보다 남자들이 훨씬 많은 페니스를 보고, 관찰하고, 자신의 것과 비교하며 훨씬 자주 생각한다는 사실이다. 성과 과학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메리 로취의 <봉크>에는 자위, 클리토리스, 오르가슴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등장하지만 발기기능 장애를 해결하는 타이완의 해법에 관한 이야기는… 음, 특별히 재미있다. 웃을 얘기는 아니겠지만 로취의 화법 때문에 자꾸 웃음이 삐져나온다. 타이완의 수 박사는 남성의 성기능 장애를 수술로 해결하는 전문가인데, 얼마나 전문가냐 하면 페니스로 100킬로그램을 들어올리다가 찢어진 페니스를 고쳐주기도 했다. ‘마치 독창회 무대에 오르기 직전의 5학년 어린아이’처럼 연약하게 노출된 페니스를 거침없이 수술하는 수 박사는 한마디로 괴짜. 특히 그는 발기의 문제를 외과적으로 해결하는 전문가 치고는 정치가 뺨치는 현란한 언어를 구사하는 재주가 있다. 똑바로 안 서는 문제로 고민하시는 분들을 위한 박사의 설명은 이렇다. “남자는 대부분 공산주의자예요! 왼쪽으로 기울어지는 거죠! 그 다음으로 흔한 경우는 아래로 고개를 숙이는 거죠! 일본 신사들처럼 말이에요. 제3번은 오른쪽. 네 번째는 위쪽이에요! 코끼리처럼 말이죠!” 그가 오랫동안 각지의 연구자와 해부실에서 수집한 페니스 73개를 냉동실에 보관하고 있었는데 해부실의 누군가가 내다버렸다는 대목에 이르면 웃어야 할지 안타까워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수 박사의 열정만큼은 대단한 것으로 보인다. 수 박사는 혈관제거 수술을 통해 발기력을 회복하는 수술을 하는데, 국제발기기능지수를 위한 설문지 조사에 따르면 그에게서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유사한 수술을 다른 의사에게서 받은 환자들에 비해 그 효과를 오랫동안 누리고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고개 숙인 남자’의 문제가 대부분 심리적인 데 기인한다는 일반적인 위로법과 달리 수 박사와 같은 신의 손에 문제 해결을 맡기는 게 옳은 걸까? 로취의 추론은 이렇다. “타이완의 환자는 서양 환자보다 더 예의 바르든지 소심하다. 어쩌면 수 박사의 환자들은 수술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고 답하기를 망설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흠, 환자 파트너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다면 수 박사의 명성이 어찌되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이다혜 좌충우돌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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