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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9.24 18:41 수정 : 2008.09.27 11:28

중국 안후이성에서 만난 마오의 사진, 마오는 중국 인민들에게 여전히 그리움의 대상이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중국을 돌며 대형 동상·철지난 포스터·사당 신전의 그를 닥치는 대로 수집하다

나의 여행은 너무 진지해서 따분하다. 직업이 사진가인지라 작업으로서의 여행은 그리 즐거운 것은 아니다. 아니 즐겁자고 가는 여행이 아니다. 하지만 본인도 인간인지라 수십 차례의 여행을 즐거움 없이 다녔을까? 역시 나의 즐거움은 세상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것이다. 아무리 오랜 걸음도 지겨운 기다림도 찬란하게 빛과 어우러지는 한 장의 사진이 보상한다.

마오동상 기념품을 사면 신문지 포장을 해준다.

윈난성 농민들의 삶터에선 신으로 부활

하지만 역시나 그런 사진은 흔히 찍을 수도 얻어지지도 않는다. 사진은 분명 작가가 고생한 만큼 보상할 뿐 여간해서는 요행을 바라기가 힘들다. 그러니 어찌 여행이 고생스럽지 않겠는가? 남들처럼 맛있는 집을 찾아다닐 시간도, 시원한 카페에 앉아 여유를 부리기도 힘들다. 빛은 기다려주지 않고 사물의 움직임은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는다. 그런데 찍으려는 피사체와 주변 환경이 조화를 이루고 게다가 빛까지 드라마틱한 때를 사냥꾼처럼 노리는 이런 내가 싫을 때가 있다. 그래서 찍는다기보다는 수집하는 일을 시작했다. 2005년 중국 윈난을 여행할 때 겪은 일이다.

중국을 처음 여행한 것은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던 해였다. 내친김에 홍콩에서 쓰촨성 청두(성도)로 갔다. 그리고 그곳 인민광장에서 중국에서 가장 크다는 마오쩌둥의 동상을 봤다. 1937년 연안에서 발표된 <모순론>을 밑줄 쳐 가며 읽던 청년이 졸업 5년 만에 그와 상봉했으니 어찌 감격스럽지 않겠나만, 그의 등 뒤로 찬란하게 빛나던 삼성의 전광판만큼 모순된 풍경도 없었다.(지금은 삼성을 비롯한 다국적 자본의 전광판은 모두 사라졌다) 그것이 나와 마오쩌둥의 첫 만남이었다. 그 후로 동서남북 중국 전역을 돌아다녔고 내 사진 속 어딘가에는 꼭 그의 모습이 있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윈난의 농민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찢어지게 못사는 중국 서남지역의 농민들. 농산물 가격은 정부가 통제하고, 젊은이들은 돈 벌러 도시로 떠나고, 노인들의 고통스런 노동과 눈물, 분노가 쓰며든 대지. 그곳이 오늘 중국의 농촌이었다. 그곳에서 마오는 신으로 부활했다. 인민공사와 대약진의 아사를 딛고 문혁의 피바람도 씻긴 채 마오는 가정마다 금옥만당을 이뤄주고, 길흉화복을 점지해 주고, 때로는 고단한 농민들의 고해마저 들어주고 있었다. 나는 철 지난 포스터에서, 화려하게 금칠 된 초상화에서, 사당 신전에서, 골동품 상점에서, 하다못해 운전석 백미러에서 그의 얼굴을 발견했다. 그래서 그를 수집하기로 했다. 심각하게 고려한 사진은 포기하고 그냥 보이는 대로 찍은 사진으로 말이다.

중국 구이저우성에서 만난 사람이 중국 전통 피리를 불고 있다. 십자가 위의 마오 초상이 빛난다.
중국 후허하오터에 발견한 문화혁명 당시의 마오의 초상.

언제 가치 생길까… 아직은 파일과 폴더에


모래폭풍이 날리는 카슈가르에서는 인민공원 앞 마오 동상을, 안후이성의 <와호장룡> 촬영지에서는 마오의 기념품을, 구이저우성 유채농가에서는 예수보다 높은 곳에 자리 잡은 마오의 포스터를 찍었다. 사진들은 그저 보이는 대로 수집됐고, 필름은 파일에, 데이터는 폴더에 저장됐다. 그리고 해마다 수량은 늘어갔다. 흔히 ‘특정 장르의 정보를 모아두는’ 아카이브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아카이브가 어찌 사용될지 나도 알 수 없다. 당분간은 그냥 잠자고 있을 듯하다. 아직은 흔한 풍경이고 마오가 이슈는 아니다. 하지만 누가 아는가? 마오가 죽은 뒤 신으로 등극할지 몰랐듯 이 사진도 어떤 가치가 있는지 나도 마오도 모른다. 나는 오늘도 그저 마오를 만나면 마오를 찍을 뿐이다.

글·사진 이상엽/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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