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춘기 직장인>
|
[매거진 esc] 송은이네 만화가게
<사춘기 직장인>(홍인혜 지음, 애니북스 펴냄)은 제목부터 확 당긴다. 지겨워서 몸이 굳을 지경이어도, 불안과 증오로 마음속에 폭풍우가 쳐도, 묵묵히 자리에 앉아 모니터를 바라보며 삭이고, 사소한 일에 일희일비하다가도 알량한 월급에 호기로운 마음이 드는 직장인으로선 사춘기란 단어만으로도 ‘대략 공감’이다.
동그란 눈에 뱅스타일의 긴 생머리를 한 귀여운 루나파크는 광고회사에서 일하는 ‘어언 4년차 샐러리걸’인 작가의 분신이다. ‘기억하지 않으면 애초부터 없었던 일이 되어버릴 것 같아서’ 경쟁 피티 준비로 밤일과 밤샘과 휴일근무를 하는 틈틈이 그린 그림일기다. 만원 빌려준 동료에게 달란 말도 못하고, 그렇다고 잊어버리지도 못하는 소심쟁이, 국물도 기름기도 없는 비빔면이 530kcal나 된다는 데 분노하며 다이어트에 신경 쓰는, 평범한 20대가 일기만화 최고 덕목인 공감을 이끌어낸다. 급한 일을 미뤄두고 마음은 쫓기면서도 한없이 다른 일에 매진하는 이들을 보고, ‘사람은 다 연약하니까’란 결론을 내리는 센스는 산뜻하고 따뜻하다.
직장생활에 대한 에피소드들도 재밌다. 처녀가 시집 안 간다는 거, 노인이 얼른 죽고 싶다는 거, 장사꾼이 이문 안 남는다는 거, 여기까진 다 아는 3대 거짓말. 루나파크 말로, 여기에 직장인이 ‘이노무 회사 내가 그만둔다!’를 더하면 4대 거짓말이 된단다. 체중이 기본 5kg 늘고, 위염이니 대장염이니 하는 신경성 질병을 달고 살면서도 점심시간이 다가오면 즐거워지고, 자신의 일을 늘 사사건건 비판하는 사람을 싫어하면서도 지나치게 신경 쓰게 되는 직장인들의 습성을 꼭 집어 보여준다. 선배들은 다 일 잘하고, 부장 정도 되면 회사를 사랑한 나머지 휴일에도 일 생각만 할 것 같은데, 그들도 알고 보면 다 이런저런 습성을 공유한 직장인이라 생각하면, ‘좋다가도 좋지 않다’를 반복하는 환장할 직장생활도 꽤 견딜 만한 것처럼 느껴진다. 모쪼록 “직장인 파이팅!”이다.
김송은/ 만화전문지 <팝툰> 기자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