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0.01 17:58
수정 : 2008.10.0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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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불가설명서] 〈e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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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사용불가설명서
제품명 : 〈esc〉
제품용도 : 일상탈출을 위한 3종 세트
1. 갑갑한 성이나 다름 없는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을 때 본 제품을 여럿 준비한다. 본 제품을 물에 적셔 묵직하게 만들어 세로로 둘둘 만다. 이렇게 여러 개를 만들어 라푼젤의 긴 머리카락처럼 연결한다. 한쪽을 옷장 등에 단단히 고정시키고 본 제품의 다른 쪽을 창 밖으로 늘어뜨린 다음 타고 내려간다.
※<한겨레>가 아닌 다른 신문으로 만들면 한창 내려가던 도중에 밧줄이 뚝 끊겨 일상에서 탈출하려다가 인생에서 탈출하게 될 수도 있으니 주의하십시오.
2.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탈출하고 싶을 때 본 제품을 여러 개 준비한다. 본 제품을 빳빳하게 하기 위해 먼저 풀을 먹여 다리미로 다린다. 이렇게 빳빳해진 본 제품을 여럿 준비해 풀로 이어 붙인 다음 종이 비행기를 접는다. 사람이 올라탈 수 있을 만큼 튼튼하게 제작된 본 제품을 이용해 패러글라이딩을 하듯이 타고 하늘을 향해 날아간다. 여행면만 모아 제작하면 여행 기사에 나온 장소 중 한 곳으로 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본 제품을 모으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 종이비행기의 일부분이 누렇게 변색돼 종이비행기의 성능이 떨어지면서 잘 날아가다가 갑자기 땅으로 뚝 떨어질 수 있으니 주의하십시오.
3. 지루한 일상에서 탈출하고는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를 때 본 제품을 준비한다. 본 제품의 제호가 인쇄된 1면을 여럿 모아 풀로 붙인다. 북으로 쓸 수 있을 만큼 두껍게 붙인 다음 나무를 덧대어 신문고를 만든다. 북채로 신문고를 세게 세 번 치면 램프의 요정 지니처럼 어디에선가 기자가 나타나 재미있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준다. 약하게 다섯번 두드리면 신문고에서 지난 기사 중 본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가장 잘 맞는 기사를 골라 낭독해 준다.
※본 제품이 아닌 다른 지면이나 섹션으로 신문고로 제작할 경우 재미있게 사는 법이 아니라 진지하게 사는 법을 알려줘 자칫 일상이 더 지루해질 수 있으니 주의하십시오.
글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그림 김중혁 객원기자
vonnegut@nate.com
※ 사용 불가 설명서는 이번 회로 연재를 마칩니다. 다음주부터 한단계 높아진 시즌2 ‘적용 불가 설명서’가 시작됩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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