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0.01 18:22
수정 : 2008.10.03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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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앤제이 갤러리 대표 박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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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전통마을에 젊은 예술가들 끌어모으는 원앤제이 갤러리 박원재 대표
최근 가회동 인근에는 젊은 창작자들의 발걸음이 잦아졌다. ‘원앤제이 갤러리’의 대표 박원재(33·사진)씨 또한 이런 변화 한가운데에서 그 누구보다 바쁘게 시계추를 돌리는 사람이다. 그의 한쪽에 새롭고 실험적인 작업을 선보이는 ‘핫’한 작가들이 있다면, 다른 한쪽에는 귀한 작품을 찾는 미술품 컬렉터들이 있다. 그 사이에서 스스로 “미술 일에 미쳐 있다”고 표현하는 박 대표는 지난 6월 가회동의 개조한 한옥으로 갤러리를 이전했다. 젊은 나이지만 이미 3년 전부터 갤러리를 운영해온 그에겐 한옥으로의 이전이 새로운 변화이자 도전인 셈이다.
“나무 기둥이나 낮은 천장 같은 한옥 구조가 전시된 작품들과 행여 어울리지 않을까봐 걱정했어요. 그런데 그림과 한옥이 서로 싸우지 않고 잘 도와주고 있어 다행이에요.” 흔히 현대미술 갤러리라 하면 하얀 벽에 사각형의 입방체를 떠올리게 되지만 ‘원앤제이’는 아담한 마당을 가진 한옥이다. 딱딱한 철문이나 유리문 없이 낮은 계단을 올라오면 옅은 색 잔디가 있고, 안채에는 짙은 오일 페인팅이 벽에 걸려 있다. 작은 알파벳으로 ‘갤러리’라고 쓰여 있긴 하지만 골목을 산책하는 보행자들에겐 정체불명의 공간처럼 보인다.
“바로 어제 저녁 전시를 오픈해서 지금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요. 오프닝이 있는 날에는 디제이를 불러와 시끌벅적하고 요란한 파티를 하거든요.” 고풍스러운 한옥의 외부는 여전히 옛 느낌을 주지만, 그 안에서는 젊은 작가의 최신작과 이를 보기 위해 몰려든 눈 밝은 사람들이 새로운 풍경을 만들기에 바쁘다. 한복집으로 사용되던 한옥을 갤러리로 변신시키기 위해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박 대표는 주변 이웃의 눈총도 많이 받았다. “불평도 많이 들어왔고 ‘뭐 하는 애들이 여기 들어온다는 거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어요. 옛날 그대로 전통 문화를 가꾸려 하는 분들이 보기엔 정체가 불분명한 애들처럼 보였던 거겠죠.”
사실 이전 갤러리의 증축을 위해 ‘임시’로 한옥 공간을 찾게 되었지만, 박 대표는 지금 한옥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는 일에 매료됐다. 그래서 가회동 한옥에서 작가들의 작업을 소개하는 일을 계속 할 계획이다. “대로변 한옥으로 이사한 후에 우연히 문을 열고 들어오는 관람객들이 부쩍 늘었어요. 가회동을 산책하다가 의도하지 않게 이곳에 들어와 그림을 보게 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게 좋아요. 한옥에서 기대했던 고미술이나 전통 문화가 아닌 의외의 젊은 작가들을 만나는 일이 관람객들에게도 짜릿한 경험이 될지 궁금하죠.” 사적 소유인 갤러리의 사회적인 기능에 대해 점점 고민하게 된다는 박 대표는 “인사동 화랑가의 시대가 아닌, 젊은 세대가 새롭게 만들어가는 미술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한다. “가회동에서 좀 있어 보이는 한옥 갤러리를 운영하는 게 목표는 아니죠. 공간으로 승부를 걸려는 건 아니에요. 약간 변종처럼 보이더라도 갤러리에서 계속 실험적인 작업을 보이고 싶어요. 작가들의 엉뚱한 작업도 보일 수 있는 곳이면 좋겠고요.” ‘원앤제이’에서는 10월25일까지 인물과 공간의 관계를 유화로 담아내는 작가 박진아의 개인전이 열린다.
글 현시원 기자·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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