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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가회동 맛집 가회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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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가회동 올드 & 뉴
2008년 가을, 서울 종로구 가회동엔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아이팟 음악을 들으며 이곳에서 나름의 풍류를 즐기는 이들입니다. 테라스형 카페에서 담소를 나누고 정독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때때로 한옥 안에는 뭐가 있나 눈을 반짝입니다. 사실 가회동은 북한산 자락과 종로통을 낀 북촌 한옥마을과 전통이 숨 쉰다는 곳곳의 문화유산으로 예부터 이름난 ‘명소’였지요. 행정동인 가회동은 법정동인 가회동·계동·재동·원서동을 끼고 있어, 정독도서관과 헌법재판소, 창덕궁을 아우릅니다. 이 동네는 밤 10시만 되면 낮은 건물의 불빛이 꺼지고 저멀리 북한산의 성곽조명이 별처럼 다가옵니다. 고층빌딩이나 자극적인 상점 간판 대신 간간이 한옥의 처마지붕이 눈에 들어오지요. 고즈넉하다면 고즈넉하고, 주변의 인사동이나 삼청동처럼 사람들을 단번에 휘어잡을 만큼 어필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많은 이들이 이곳의 은근한 정취가 좋아, 이곳의 낡은 듯 새로운 움직임이 좋아 오래된 마을 가회동을 찾습니다. 놀기 좋아했던 18세기의 천재 박지원도 가회방에 친구들을 불러 모아 ‘술 먹고 가야금 튕기고 시 쓰며’ 놀았다고 합니다. 가회동은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있어 고관대작과 왕실 종친이 많이 살았습니다. 몇 백년이 흐른 지금 가회동 언덕길의 고급 한옥 주택은 완상용 산수화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가회동을 배경으로 2008년 우리는 어떤 감상을 남길 수 있을까요? 동화 속 타임머신 여행이나 박제된 엄숙한 박물관은 따분합니다. 밖으로 나와 풍문으로만 듣던 이 동네의 풍류를 내 것으로 한번 만들어 보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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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가회동 북촌 한옥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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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지역에 위치했던 ‘갤러리 스케이프’는 가회동으로 이전한 후 다양한 관람객들의 방문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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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에서 좀 놀아본 것과 청담동에서 놀아본 것의 ‘어감’ 차이를 아는 사람이라면 각자 즐기는 문화에 따라 제각각 발길이 닿는 곳이 다를 수밖에 없음을 실감할 것이다. 다방이 좋은 이에겐 테라스형 카페가 불편하고, 디제이의 음악에 열광하는 이에겐 라운지 뮤직이 불편하다. 최근 정독도서관과 재동초등학교 사이로 쭉 뻗은 가회동 골목에는 몇 년 새 카페 ‘투고’가 눈에 띄는 만남의 장소로 떠올랐다. 그 앞 고급 레스토랑인 ‘에프터 더 레인’, ‘가회헌’, ‘달개비’ 등을 넘어 삼청동으로 통하는 아트선재센터 앞 길목엔 주말이면 카메라를 든 젊은이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독일교포인 그래픽 아티스트 권이지씨(33)는 얼마 전 친구의 소개로 정독도서관 앞길에서 가회동을 걸어봤다. 고층빌딩이나 현란한 간판이 넘치는 서울과 달리 한적하고 고즈넉한 곳이 마음에 들었지만 “한옥과 낮은 건물, 전통음식을 파는 식당 분위기는 분명 ‘어르신’들이 좋아할 만한 느낌인데, 세련된 옷을 차려입은 20∼30대 젊은이들이 많아 의아했다”고 했다. 가회동이 좋아 이곳을 찾는 이들이 지금까지 ‘북촌 한옥마을’로 대변되는 전통문화에 애착을 가진 윗세대였다면, 근래 가회동은 젊은 계층이 나름의 정취를 느끼기 위해 방문하는 트렌디한 장소가 되고 있다. 직장인 한혜진(31)씨는 “몇 년 전부터 정독도서관과 삼청동에서 놀다가 우연히 산책길로 가회동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인사동이나 삼청동보다는 사람들 발길이 드물어 조용하고 주변 계동, 원서동, 인사동, 화동에는 맛집이나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아 ‘오감이 즐겁다’는 것이 그가 가회동을 찾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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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회동 골목 끝의 ‘체어스 온 힐’은 카페 겸 가구샵인 문화공간이다. 지하와 2층에선 젊은 작가들의 전시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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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회동사무소를 지나 가회동 성당으로 펼쳐진 대로에는 작은 상점과 꽃집, 갤러리가 하나둘씩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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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서 보기 힘든 고풍스런 한옥이 밀집된 가회동엔 아기자기한 카페와 문화공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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