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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터카를 이용한 플라이앤드라이브는 내 맘대로 돌아다닐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플라이앤드라이브의 최적지인 레이크 루이즈에서 재스퍼까지 이어지는 아이스필드 파크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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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캘거리에서 로키산맥까지 렌터카로 680㎞를 달린 플라이 앤 드라이브 여행
‘플라이앤드라이브’(fly&drive)는 항공과 렌터카를 결합한 여행 방식이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렌터카를 빌려 타고 여행하는 것이다. 여행지마다 짐을 부리고 버스 시간을 맞춰야 할 필요가 없다. 끌리는 곳에 멈추고 미련이 남는 곳에 남으면 그만이다. 해외 렌터카 여행도 겁낼 필요 없다. 낯선 교통문화와 어설픈 영어는 생각보다 큰 짐이 아니다. 양보심 많은 운전자들, 관대한 주차공간 등으로 한국보다 피로감이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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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과의 우연한 조우도 로키 여행의 즐거움이다. 선샤인 메도 가는 길에 만난 산양(mountain g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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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앞에는 마실 나온 사슴이
플라이앤드라이브의 매력을 가장 잘 구현해 주는 여행지가 캐나다 로키다. 타이가와 빙하 사이로 흐르는 도로의 부드러운 곡선감, 곰·사슴·산양 등 야생동물과의 우연한 조우, 운전하느라 긴장한 다리를 풀어주는 트레킹 코스가 운전자를 즐겁게 한다. 로키 플라이앤드라이브는 앨버타주의 주도인 캘거리 공항에서 시작한다.
◎ 캘거리에서 운전 준비하기 다운타운의 음반매장 HMV(TD Square, 8 Avenue & 3 St SW)에서 운전 중 들을 음악을 샀다. 지도는 시내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앨버타주 관광청이 펴낸 공식 도로교통지도를 챙겼다. 무료지만 훌륭하다. 하지만 하이킹까지 하려면 자세한 지도가 필요했다. ‘맵 앤 트레일 가이드’ 시리즈가 가장 적당하다. 여행·지도서점 맵타운(100-400 5th Ave SW)에서 밴프 앤 마운트 어시니보니(Banff & Mount Assinibonie), 레이크 루이즈 앤 요호(Lake Louise & Yoho), 재스퍼 앤 말린 레이크(Jasper & Maligne Lake)를 샀다. 하나에 8.95달러(1캐나다달러=1120원)씩.
캘거리는 서부 카우보이 문화와 세련된 도시 문화가 교차하는 곳이다. 캘거리의 정수를 느끼려면 글렌보 박물관(glenbow.org)을 추천한다. 원주민 빅풋과 캐나다 횡단철도의 건설, 석유도시로의 탈바꿈까지 역사가 망라됐다. 캘거리 다운타운은 건물과 건물이 다리로 연결돼 아케이드를 이룬다. 15피트 높이에 있어서 ‘15 플러스’라 불린다. 15피트 위 쇼핑몰을 걸어다니며 아이쇼핑을 하고 푸드코트에서 밥을 먹었다.
시내 도롯가 주차장에는 30분, 2시간 등 제한시간이 표시됐다. 자동발매기에서 주차구역 번호와 차량 번호를 입력한 뒤 신용카드로 결제한다. 요금은 지역마다 다르다. 시간당 3~4달러 정도. 주차료가 만만치 않으니 숙소에 차를 두고 돌아다니길.
◎ 밴프와 보밸리 파크웨이 캘거리에서 밴프까지 1시간30분 동안 주파수를 에프엠(FM) 95.9에 맞췄다. 시시껄렁한 잡담이 없는, 록·컨트리·팝 등 히트곡 취향자에게 맞는 방송 ‘케이엑스(KX) 96’이다. 사실 여기만큼 오랫동안 라디오를 켤 수 있는 구간은 많지 않다.
밴프는 로키의 중심지인지라 관광지 느낌이 과대하다. 보강 다리 건너에 숙소를 잡으면 소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소나무 언덕 앞에 자리잡은 펜션 테넨호프에 들어서니, 사슴 한 마리가 정원에 앉아 있다. “여기서 기르는 건가요?” 주인 리 오도널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8월부터 일주일에 두어 번씩 저렇게 놀다 가요. 근처 숲에 사는 놈들인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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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비아 아이스필드센터에서 설상차를 타고 올라간 애서배스카 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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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퍼 신고 빙하 앞에서 찰칵!
밴프의 전통적인 볼거리는 곤돌라를 타고 오르는 설퍼산, 설퍼산 기슭의 밴프 온천 그리고 미네완카 호수 등이다. 하지만 보강 근처 트레일로 아침 산책을 나가 보길. 펜랜드·선댄스 트레일 등은 엘크와 사슴이 뛰노는 조용한 숲길이다.
밴프에서 레이크 루이즈까지 이어지는 보밸리 파크웨이는 55㎞밖에 안 되지만 하루가 걸린다. 그만큼 잡아끄는 명소가 많다. 파크웨이 시점 부근의 선샤인 메도(Sunshine meadow)를 걸었다. 겨울에는 스키장으로, 여름에는 하이킹 트레일로 이용된다. 셔틀버스(왕복 25달러)를 타고 선샤인빌리지에 올라가 걷기 시작했다.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록 아일(Rock isle) 호수. 록키 연봉을 배경으로 호수 속에 작은 섬이 솟았다. 이후 트윈 캐언스 메도(Twin cairns meadow)로 이어지는 고산 초원 길을 걸었다. 7.2㎞를 걷는 동안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좋은 풍경이 나오면 잠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어도 좋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호수 표지판을 보고 곁길로 빠져도 좋다. 작은 협곡으로 산책길을 낸 존스턴 계곡, 캐나다 지폐에 나온 빙하호 모레인 호수, 레이크 루이즈 등이 둘러볼 만 하다.
◎ 아이스필드 파크웨이 타고 재스퍼로 모레인 호수에서 하루를 묵고 아이스필드 파크웨이에 올랐다. 보밸리 파크웨이가 아기자기한 타이가의 풍경이라면,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는 장엄한 빙하의 경관이다. 보 호수, 크로풋 빙하, 페이토 호수 등 빙하 지형이 지나간다.
파크웨이 중간 지점의 컬럼비아 아이스필드센터에서 설상차를 타고 빙하를 ‘드라이브’할 수 있다. “세계 23대 가운데 미국이 남극에서 운행 중인 한 대를 빼곤 여기에 다 있다”는 설상차를 타고 애서배스카 빙하를 헤치고 나아간다. 10분 정도 가니, 관광객들을 위해 만든 널찍한 ‘빙하운동장’이 나왔다. 우산을 쓰고(빙하에서 우산이라니!), 추리닝을 입고(고어텍스 재킷은 못 될망정!), 슬리퍼를 신은(아이젠은 달렸나?)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는다. 영상 4도.
여기서 재스퍼까지는 1시간30분 거리다. 쭉 뻗은 파크웨이 대신 구도로인 93A도로를 탔다. 세월에 곰삭은 아스팔트는 울퉁불퉁하지만, 아무도 없는 도로를 혼자 달리게 돼 좋았다. 아직도 빙하에 미련이 있다면 마운틴 에디스 카벨 로드(Mt. Edith Cavell road)로 빠져 글래시어 트레일을 걸어보길. 호수에 빙산이 떠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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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지폐에 실린 풍광을 자랑하는 모레인 호수. 빙하에서 흘러내린 물이 고여 옥빛을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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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모험가는 렌터카를 타고 떠난다
19세기 후반 로키 탐험가 월터 윌콕스는 말을 타고 모험했다. 21세기 현대인들은 렌터카를 타고 여행한다. 로키의 도로에는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미국의 캘리포니아주, 뉴욕주까지 아메리카 대륙의 자동차 번호판이 흘러다닌다. 나흘 동안 렌터카(마쓰다 왜건) 임차·보험비로 513달러를 썼고, 680㎞를 달렸다. 주유비는 82달러(1리터에 1.30달러) 들었다. 물론 패키지보다는 씀씀이가 컸을 것이다. 하지만 내 맘대로 돌아다녔다.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캘거리·밴프·재스퍼(캐나다)=글·사진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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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렌터카 여행 ABC
좌회전 신호를 주의하세요
◎ 렌터카 여행은 어렵지 않다. 우선 에이비스·허츠 등 렌터카 업체에서 인터넷 예약한다. 현지 관광청 등 방문지 인터넷 사이트에서 지역 업체를 알아보는 것도 좋다. 지역 업체가 좀 싸지만, 공항에 없는 경우가 많다. 소도시인 경우 업체가 숙소로 렌터카를 배달해 준다. 캘거리의 경우 렌터카 업체와 차종, 패키지에 따라 가격이 다르긴 하지만, 소형차 기준으로 하루 70~80달러 정도를 예상하면 된다.
공항에 도착하면 렌터카 부스로 간다. ‘보증용’으로 신용카드로 가결제하고, 최종 결제는 반환 시점에 한다. LDW(Loss damage waiver) 보험은 옵션이다. 한국의 자차보험쯤 되는데, 도난·파손에 대해 일정액을 보상해 준다. 이번 여행엔 하루당 26.95달러가 들었다. 한국과 달리 직원은 차 열쇠만 건네준다. 주차장에서 찾아 타고 가면 된다.
◎ 캐나다 신호체계는 한국과 같지만 좌회전은 유의할 것. 보통 직좌회전 후 직진 신호가 떨어진다. 좌회전 신호가 따로 없을 경우 비보호 좌회전이다. 한국과는 달리 보행자 우선 원칙이 철저히 지켜진다. 횡단보도에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선다. 국제운전면허증도 챙겨라. 운전면허시험장에 운전면허증과 여권, 여권용 사진 한 장과 수수료 7천원을 내면 현장에서 발급받는다.
◎ 로키 플라이앤드라이브는 캘거리~밴프~재스퍼~캘거리나 밴쿠버~밴프~재스퍼~밴쿠버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밴쿠버 출발은 로키까지만 가는데 꼬박 하루가 걸려 피로감이 크다. 반납 지점을 달리할 수도 있지만, 이럴 땐 수수료를 내야 한다.
◎ 앨버타주 관광청 한국사무소(www1.travelalberta.com/KR-KO)의 튼실한 정보를 참고할 것. 여행안내서·지도도 볼 수 있다. 에어캐나다가 밴쿠버 환승편으로 캘거리를 매일 운항한다. 14~15시간 걸린다. 왕복 80만~90만원(유류할증료 40만~50만원 선).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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