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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01 19:14 수정 : 2008.10.01 19:14

〈이끼〉

[매거진 esc] 송은이네 만화가게

적당히 사는 건 어렵다. ‘정도에 알맞다’는 뜻의 ‘적당’은 명확한 기준이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없는 것도 아니다. 상황에 따라 ‘대략 여기부터 저기까지’라는 정도의 선을 눈치껏 찾아내야 한다. 집단에서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적당의 선을 모르거나 넘어선 사람은 괴짜로 치부되거나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 적당함에 대한 감각을 타고난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여기저기 부딪히며 어렵게 익혀간다. 그리고 간혹, 끝내 적당함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적당함을 모르는 인생은 고단하다. <이끼>(윤태호 지음, 아이비에스넷 펴냄)의 주인공 류해국은 평소 사람들에게 ‘적당히 좀 해’란 말을 자주 들을 법한 사람이다. 사사로운 시비로 벌금형을 받게 되자, 명예회복을 위해 8개월 동안 집요하게 뛰어다닌다. 담당 경찰과 검사는 업무상 배임으로 좌천되었고, 그는 추레해진 명예를 얻었다. 그리고 가정과 직장을 잃었다. “내 조언대로 하면 모두가 즐거운 주말을 맞을 수 있다”는 검사의 말을 들었더라면 ‘좋은 게 좋은’ 결말을 맺을 수 있었다. 모든 걸 잃은 그는 아버지의 부음을 듣고 외따로 떨어진 산간 마을에 들어간다. 장례를 치르고 그 마을에 정착하려고 하나, 이장을 주축으로 한 마을 사람들은 노골적으로 그를 경계한다. 왜 그럴까. 아버지의 죽음도 어딘가 미심쩍다. 류해국은 자신을 파국으로 몰고 간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마을 사람들의 뒤를 캐기 시작한다. 마을 사람들 쪽에서 보면 그는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적당한 선을 깨뜨리는 인물이다. ‘본격 한국식 잔혹 스릴러’답게 적당함을 지키려는 자들과 그것을 허무는 자의 대립이 아슬아슬하다.

<이끼>는 연재하던 만화웹진이 올해 초 문을 닫으면서 중단되었다가 미디어다음에서 지난 8월 다시 시작했다. 만화매체가 폐간하면 연재하던 만화도 중단되는 게 보통인 상황에서 ‘적당’한 길을 찾아 반갑다. 이제 도입부를 지나고 있는 이 만화의 이후 내용이 궁금하다면 이미 출간된 단행본 1권을 사 봐도 좋다.

김송은/ 만화전문지 <팝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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