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하우 투 스킨십
오랜만에 동창을 만났다. 차를 마시다 그녀가 목소리를 한 톤 낮추며 말을 꺼냈다. “너니까 물어보는 거야. <코스모폴리탄>에는 섹스 관련 기사가 많잖아. 말하기 창피한데, 나, 아직 못해봤어. 심각한 거지? 요즘 들어서는 결혼이 늦다는 것보다 그게 더 속상해.”앗! 친구가 이렇게 정색하고 묻는데 잡지 기사식으로 답을 할 수는 없었다. 그러니까 이렇게 말이다. 2000년 창간 때 벌인 조사결과만 해도, 60%가 넘는 여자들이 20~23살에 첫경험을 했다. 당연히 요즘은 더 많을 거다. 물론 대부분의 첫 경험은 남자친구와 합의를 통해 이루어졌다. 그때나 지금이나 본인이 성인이 됐다고 생각하면 섹스는 호기심을 넘어 빨리 거쳐야 할 통과의례처럼 여긴다. 사실 요즘 남자는 우리가 학교 다닐 때, 그러니까 80년대 학번 남자와 달리 첫 남자가 되길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상황을 부담스러워한다. 여기까지는 실상. 하지만 섹스를 하는 데서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자기 결정권이다. 스스로 원해서 하는 게 더 즐겁다는 것을 충분히 설명한 후, 양념처럼 섹스를 하게 되면 좋은 점들, 이를테면 여성호르몬이 원활하게 분비되어 예뻐지고 건강도 좋아진다는 것을 풀어놓는다. 거기에 상대방에 대해 더 알게 되고 친밀감이 배가된다는 등 관계상의 장점도 버무린다. 섹스는 결혼과 별개로 네가 결정할 수 있는 또다른 관계라고 마무리. 여기까지가 잡지기사식 답변이다.
하지만 난 그날 위의 내용 중 어떤 부분도 언급하지 않았다. “ 네가 그럴 만한 사람을 아직 못 만난 거지. 부끄러울 일도 이상할 일도 아니야. 그리고 ‘그 남자’는 곧 나타날 거야. 너도 알다시피 다 때가 있는 거잖니. 참, 섹스는 맞는 사람하고 하면 금방 잘할 수 있어. 그러니 걱정하지 마. 하하하.” 이게 다였다. 그녀의 얼굴이 조금 편안해졌다. 제대로 답한 걸까?
<코스모폴리탄> 부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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