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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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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송은이네 만화가게
그 식당, 차림은 단출하다. 돼지고기 된장국 정식, 맥주, 청주, 소주(주류는 1인당 세 병까지). 나머지는 그냥 손님들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 준다. 엄청난 걸 해 주는 건 아니고, 보통 집에서 해먹을 법한 달걀말이, 문어 모양으로 자른 비엔나소시지 튀김, 카레라이스 같은 것들이다. 자정에 열고 아침에 닫는 식당의 이름은 솔직하게 그냥 심야식당. 손님이 있을까 싶지만 의외로 꽤 많이 온다. 뭔가 사연이 있는 듯, 왼쪽 눈 위아래로 주욱 그은 칼 선이 있는 주인은 묵묵하게 손님들의 주문을 들어주고, 먹는 모습을 찬찬히 살핀다. <심야식당>(아베 야로 지음, 미우 펴냄) 손님들의 공통점이라면 “자기 집 냉장고에 수박을 넣어두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 대체로 혼자 살면서 집에서 밥을 해먹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걸 빼면 직업도 사연도 제각각이다. 늙은 게이, 스트리퍼, 다이어트에 매진하는 비만 여성, 좀도둑에 형사까지. 오밤중까지 끼니도 해결 못 한 인생이 오죽할까마는, 자신의 고통을 알아달라고 내지르는 대신 말린 김 반찬 하나로 공기밥 두 그릇을 뚝딱 비우고, 달걀부침에 간장을 쪼록 따라 맛나게 먹는다. 가끔 입맛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난리 중에 헤어진 형제라도 만난 듯 반가워하다가 다른 입맛을 고집하면 원수라도 되는 양 성을 내기도 하는 그들은, 그때만큼은 한솥밥을 먹는, 식구 같다. 별것도 없는 심야식당을 찾아오는 이유는 이런 거다. “집에서 할 수 있지만 남이 해주니까 좋은 거죠.” 바쁘게 돌아다니느라 정작 밥도 못 먹은 그들이 느끼는 건 진수성찬으로도 못 채울 다른 종류의 허기인 거다. 가끔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을 때도 밥은 넘어가고, 또 그렇게 넘긴 ‘밥심’으로 지금껏 살아 있다는 게 신기하다. 정말 이런 식당 차리면 잘될 것 같기도 하다. 사는 게 힘들수록 따뜻한 밥 한 끼는 눈물겹게 든든하니까. 김송은/ 만화전문지 <팝툰> 기자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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