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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최고의 기술에는 늘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은 자전거도 예외가 아니어서 소형자동차 한 대 값을 지불해야만 에픽의 기능을 마음껏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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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자전거 명작열전
1980년대 후반, 처음 산악자전거에 장착된 서스펜션은 모터사이클에 사용하던 것의 구조를 바탕으로 크기를 줄이고 간단하게 만든 것이었다. 자전거용 서스펜션의 성능이 크게 향상되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중반 이후였다. 서스펜션은 처음에 앞바퀴에만 달렸지만, 손목에 오는 진동과 충격을 상당 부분 흡수해줘 기존 자전거와는 전혀 다른 편안함을 선사했다. 이렇게 앞에만 서스펜션이 달려, 뒤는 딱딱한 승차감 그대로인 산악자전거를 하드테일(hardtail)이라고 한다. 하드테일 자전거는 값싸고 가볍고 빠르다는 이유로 지금도 인기를 이어간다. 하지만 하드테일로 가기에는 너무 험한 지형이 많고, 산악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의 실력 또한 해가 갈수록 향상되어 난도와 스릴 높은 코스에서도 편한 주행을 할 수 있는 자전거가 필요하게 됐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뒷바퀴에도 서스펜션이 달린 이른바 풀 서스펜션 자전거다. 풀 서스펜션은 훨씬 더 안락하게 험로를 내려갈 수 있어, 앞으로 새로운 자전거는 모두 풀 서스펜션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실제로 풀 서스펜션의 시장 점유율은 얼마 되지 않았다. 비싸고 무거웠으며, 무엇보다 페달을 돌려 앞으로 가려는 힘의 일부를 서스펜션이 흡수해 더 큰 힘을 필요로 한다는 단점 때문이었다. 게다가 브레이크를 잡으면 서스펜션의 작동이 멈춘다거나 불필요하게 작동하는 등의 문제도 생겨 제조사들은 독특한 방식으로 개선안을 내놓았다. 그런 개선안 중 가장 성공하고 혁신적인 것이 바로 미국 업체 스페셜라이즈드가 선보인 자전거 에픽(Epic)이다. 에픽은 브레인(brain)이라고 이름 붙인 서스펜션을 사용하는데, 이 뇌가 하는 일은 서스펜션이 작동해야 할 때와 그러지 않아야 할 때를 스스로 구분한다. 평소에는 하드테일과 같은 높은 주행 효율성을 보이다가, 험로에 들어가거나 뒷바퀴에 충격이 오면 즉시 서스펜션을 작동시킨다. 그렇다고 전자회로나 컴퓨터가 내장된 것은 아니다. 움직임을 감지하는 밸브를 달아 서스펜션의 작동을 제어할 뿐이다. 2009년형은 초기 에픽보다 진보했다. 뒷바퀴뿐 아니라 앞바퀴 서스펜션도 자동으로 작동한다. 그래서 서스펜션이 필요 없는 좋은 노면에서는 힘차게 가속할 수 있고, 거친 곳에서는 앞뒤 서스펜션이 자동으로 활발하게 작동해 충격이 최소로 전달되게 만든다. 여기에 차체와 주요 부품을 탄소섬유로 만들어 완성차의 무게가 9㎏이 조금 넘는 초경량 모델을 완성시켰다. 에픽은 현재 산악자전거 기술 수준을 보여주는 하이테크 자전거다. 한동옥/<자전거생활> 편집장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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