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하우 투 스킨십
“이상하게 떨리더라. 하나도 안 변한 거 있지? 택시 안에서 그를 보게 된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걸어가다 마주쳤으면 어떡해. 휴우!”출근길 택시 안에서 학창시절 남자친구가 걸어가는 걸 보았다는 친구가 살짝 얼굴을 붉힌다. 10월이라 그런가. 라디오에서는 부쩍 ‘옛사랑’을 추억하는 사연들이 자주 읽히고, 삼삼오오 모인 자리에서도 지나간 인연에 대한 가벼운 술회가 심심찮게 던져진다. 친구도 가을을 타나? “십여년이 지났는데, 아직 뭐가 남아 있어?” 놀리듯 물었다. “음~, 첫키스의 남자니까.” 아, 무엇이든 첫 번째 경험은 지워지지 않는 법. 게다가 여자들의 로망, 키스 상대라면 더더군다나.
“집에 데려다주었는데, 인적 없는 골목에서 갑자기 키스를 하더라. 낯선 느낌이라 당황했지. 하지만 아직도 생생해.” 싱긋 웃는다. 갑작스레 호기심이 동해 첫키스에 대해 묻고 다녔다.
“군대 입대를 앞둔 선배였는데, 짝사랑하고 있었거든. 술 마시고 고백하고 키스했지. 담배 냄새가 나긴 했지만,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찌릿찌릿해. 한동안은 담배 냄새만 나도 그 선배가 아닌지 돌아보곤 했어.” “고등학교 때 남친하구요. 비디오방에서 <레옹>을 봤는데, 갑자기. 흐흐. 좀 어리긴 했지만, 또 처음이었지만 친구가 키스를 정말 잘했어요.” “극장에서 같이 영화를 봤는데, 왠지 그날 키스를 할 것 같더라구. 저녁 때 학교 교정을 산책하다가 손을 잡더니 ….” “자취하는 그 남자 방에 갔는데,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이라며 틀어 주더니 슬쩍 내 옆에 앉더라구.”
첫키스의 추억을 끄집어내는 그녀들에게 흥미로운 공통점을 발견했다. 입가에는 미소가, 눈동자는 지금 여기가 아닌 그 시간 어딘가를 향하는 듯 촉촉해졌다는 것. 장난스런 질문 한 토막이 잠시 그녀들을 행복하게 만든 것 같았다. ‘매일 이렇다면 모진 이 세상도 참 살아갈 만할 테지만’ 이미 그 시간이 지났다면 이 가을 ‘놀랍고 새로웠던’ 그 순간을 돌이켜보길 권한다.
김현주 <코스모폴리탄> 부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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