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쏙] 전·현직 임원들의 은밀한 고백
든든한 배경 없인 협력업체 못끼어떡값 정가는 물량수주액 10% + α
조영주 KTF 전 대표 구속 계기
“꼬리만 잡지 말고 뿌리째 수사를” 조영주 전 케이티에프(KTF) 사장이 협력업체로부터 수십억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16일 케이티 본사와 남중수 케이티 사장 자택을 압수수색하며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케이티와 케이티에프는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하지만 “억울하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왜 하필 케이티그룹만 잡느냐는 것이다. “제대로 수사하려면 비리 먹이사슬을 통째로 들춰내 청소하라”는 항변이다. 케이티와 케이티에프 같은 통신업체들은 수십개의 협력업체를 선정해 통신망을 구축하고 정비한다. 이 과정에 대한민국의 ‘힘’있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끼어드는 거대한 먹이사슬이 생긴다는 것이다. 케이티와 케이티에프가 통신망 구축과 정비에 들이는 비용은 해마다 수조원 수준. 이 거대한 시장에서 이른바 ‘빽’ 없이는 통신업체의 협력업체가 되기 어렵다고 한다. 한 통신공사업체 사장은 “협력업체로 선정될 때 3천만~5억원, 이후에는 협력업체 자리를 유지하고 많은 물량을 수주하기 위한 ‘유지보수비’로 공사금액의 10%가 ‘정가’”라고 말했다. 협력업체 선정 대가는 빽의 세기에 따라 달라진다. 전 케이티에프 임원의 이야기다. “협력업체들은 ‘정가’만큼의 리베이트를 빽과 통신업체 임직원 양쪽에 나눠 건넨다. 알아서 계산해 갖다 준다. 하지만 받기 전에 그 업체의 뒷배경이 누구인지를 잘 살펴야 한다. 빽이 국가정보원, 감사원, 공정거래위원회, 정보통신부(지금은 방송통신위원회) 쪽 사람이면 절대 먹어선 안 된다. 빽이 화를 내 탈이 난다. 국회의원이나 언론일 때는 같이 먹는다. 어차피 같이 먹는 처지니까.” 그는 전·현직 여야 국회의원 10여명의 이름을 거론하며 “모두 케이티에프 협력업체의 빽 구실을 했다”고 주장하고, “그들도 제법 챙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통신공사업체 임원은 “통신업체가 분야별 실세 몫을 일일이 따로 나눠둔다”고 귀띔했다. 통신사업에 영향을 끼치는 정부 부처나 정치권 실력자들에게 협력업체 한 곳씩을 추천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들을 잡은 협력업체는 1년에 50억~100억원 가까운 규모의 공사도 보장된다고 한다.” 물론 이들 중에는 자신의 몫을 행사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전 케이티에프 임원은 “초기에는 협력업체들이 갖다주는 돈을 모아 흔적을 남기기 싫은 ‘밥값’이나 ‘떡값’으로 쓰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렇게 모은 돈을 한 임원 방에 감춰두고 사용했는데, 8천만원을 도난당했다. 신고는커녕, 도둑놈이 붙잡혀 우리 사무실에 돈이 있었다는 사실이 탄로날까 전전긍긍했다.” 통신업체와 협력업체를 둘러싼 먹이사슬은 한쪽만 탄로나도 모두 드러나 줄줄이 다친다. 그래서 알아서 비밀을 유지하지만 들키면 바로 꼬리 자르기를 한다. 문민정부 초기 케이티가 300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만들었다는 얘기가 돌아 임직원들이 조사를 받았으나 먹이사슬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번에도 꼬리 자르기 모습이 보인다. 한 중계기 납품업체 임원은 “돌아가는 꼴을 보니 빽만 바뀔 뿐, 기존 관행이 사라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케이티와 케이티에프 모두 ‘정비’란 명분을 달아 협력업체들을 대거 바꿀 것”이라며 “많은 업체들이 힘을 쓸 수 있는 ‘끈’을 잡기 위해 뛰고 있다”고 전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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