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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27 18:53 수정 : 2008.10.27 18:56

‘E-7’이란 이름의 이 큰뒷부리도요(사진)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새 가운데 하나다.

조홍섭의 녹색살이 /

‘E-7’이란 이름의 이 큰뒷부리도요(사진)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새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가을 북극 알래스카에서 뉴질랜드까지 1만1700㎞를 논스톱으로 날아, 새들 가운데 최장 비행기록을 세웠다.

미국 지질조사국 연구자들이 위성 추적장치를 달아 처음으로 확인한 이 새의 이동경로는 매우 놀랍다. 먼저 3월 중순 뉴질랜드에서 1만300㎞를 닷새 동안 쉬지 않고 날아 우리나라 서해 개펄에 도착했다. 한 달 반쯤 쉰 뒤 알래스카까지 6500㎞를 엿새 밤낮으로 비행했다. 북극에서 번식을 마친 8월 말에는 중간에 기착하지 않고 태평양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9일 동안 쉬지 않고 날아 뉴질랜드로 돌아왔다.

이 거리를 제트여객기로 가는 데도 23시간이 걸린다. 이런 장거리 여행에는 여객기 무게의 절반에 가까운 연료가 필요하다. 기껏 몸무게 500g인 이 새는 무슨 힘으로 아무것도 먹지 않고 그 먼 거리를 날아갈까?

길을 떠나기 전 큰뒷부리도요는 연료용 지방을 축적하느라 미친듯이 갯지렁이 등을 포식한다. 그러나 체중이 너무 무거우면 비행이 불가능하니 내장을 줄이는 극한적인 방법을 동원한다. 위장과 창자 등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줄어든다. 날면서 잠을 자는데, 돌고래나 청둥오리처럼 뇌의 절반씩 교대로 자는 방법을 채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새만금 개펄엔 해마다 1만마리 이상의 큰뒷부리도요가 찾아온다. 개펄이 매립되면서 지난해엔 전년보다 3천마리나 줄었다. 새들한텐, 갈 길은 먼데 마지막 주유소는 문을 닫은 고속도로인 셈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붉은어깨도요는 큰뒷부리도요 비슷하게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시베리아를 해마다 왕복하는 지구촌 방랑자다. 새만금에는 전세계 붉은어깨도요의 3분의 1이 들러 장거리 여행에 필요한 영양분을 채웠지만 간척 이후 도래수가 12만 마리에서 3만 마리로 격감했다.

습지보전을 위한 지구촌 잔치인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가 오늘부터 경남 창원에서 열린다. 새와 생명의 터 등 환경단체들은 새만금 사업이 아시아 최대의 철새 이동경로에 끼친 영향을 조사한 보고서를 총회에 맞춰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새만금을 ‘한국판 두바이’로 개발하려는 밑그림을 최근 발표했다. 습지파괴는 그치지 않는데, 습지보전을 하자는 큰잔치가 시작됐다. 큰뒷부리도요의 멋진 비행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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