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0.27 19:02
수정 : 2008.10.27 19:02
건강 36.5 /
감기는 병ㆍ의원을 찾는 가장 흔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이런 감기는 흔히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감기의 원인 바이러스는 수도 없이 많으며, 이 바이러스는 세균을 죽이거나 성장을 억제하는 항생제로는 치료되지 않는다. 감기 바이러스들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다양해, 예방접종도 개발하기 어렵다. 또 아직 이를 물리칠 수 있는 약이 없는 바이러스가 원인인데, 치료방법이 있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감기에 도대체 약은 왜 먹는 걸까? 의사가 약을 처방하는 이유는 엄밀한 의미에서 치료가 아닌 단지 감기의 고통스러운 증상을 완화시키려는 목적일 뿐이다. 흔히 염증을 가라앉히거나, 열을 떨어뜨리거나, 콧물이 적게 나오게 하거나, 가래를 삭히는 약을 쓴다. 모두 증상 완화를 위한 처방일 뿐이다. 이런 약 가운데에는 그 효과가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것도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꼭 필요할 때만 제한적으로 처방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감기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과다한 약을 먹고 있다. 의사들은 흔히 감기에 항생제를 포함해 4가지 가량의 약을 처방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외국 의사들은 단순 감기라면 물을 많이 마시고 푹 쉬라고 하며 처방전 없이 돌려보낼 때도 많은 데 견줘 보면 대조적이라 할 수 있다.
감기에 항생제를 처방해야 할 때도 분명히 있다. 의학적으로 세균 감염이 감기 원인으로 의심될 때다. 이때 항생제를 쓰면 감기 증상을 빠르게 없애고 감기 앓는 기간을 짧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전체 감기 가운데 항생제를 써야 할 때는 20%도 되지 않는다.
왜 우리나라는 유독 감기에 대해 의사들은 과다처방을 하고 국민들은 약을 과다하게 먹는 문화가 만들어졌을까? 첫째 이유로는 우선 역사적으로 약을 선호하는 경향이다. 과거부터 보약이라는 개념이 있듯이 말이다. 하지만 모든 약은 효능을 나타내면 반드시 부작용도 나타난다. 흔히 쓰이는 감기약도 경우에 따라서는 치명적일 수 있다. 두 번째로는 환자들이 단번에 감기증상을 해결하는 것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약을 세게 써서 증상을 빨리 없애주는 의사를 명의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마지막으로 의사들도 감기에 대해 잘못된 지식을 갖고 있을 때가 많다. 항생제를 쓰면 감기의 부작용을 막을 수 있거나 빨리 낫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참기 힘든 감기 증상이 있다면 의사의 진료는 받아보자. 드물지만 감기가 아닌 다른 질병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의사의 진찰 결과 단순한 감기라면, 최소한의 약을 처방해줄 것을 의사에게 요구해 보자. 의사들도 흔쾌히 이에 응해 줄 것이다.
김종명/포천병원 가정의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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