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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30 18:49 수정 : 2008.11.29 13:51

‘일본이 사랑하는 남자’ 시마 코사쿠. 만화 <시마 과장>의 주인공으로 일본 샐러리맨을 대표하는 그는 올해 연재 25년 만에 드디어 사장 자리에 올랐다. 서울문화사 제공

[뉴스 쏙]
만화 ‘시마 과장’ 주인공 25년만에 사장 올라
노력해서 성공한 직장인의 상징…일본 열광

이제는 과장이란 칭호가 어색하다. ‘일본 대표 샐러리맨’ 시마의 성공에 온 일본은 떠들썩했다. 지난 5월 일본 샐러리맨을 대표하는 직장인 시마 코사쿠가 25년 만에 사장이 되었을 때 <요미우리>와 <니혼게이자이> 등은 시마의 사장 취임기사를 일제히 실었다. 한국 팬들 사이에서도 시마가 사장이 된 것은 경사다.

그런데 문제는, 시마가 실존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시마 코사쿠는 1983년부터 연재 중인 만화 <시마 과장>의 주인공이다. 과장 이후 부장, 이사, 상무, 전무를 거쳐 마침내 하쓰시바 고요 홀딩스의 사장이 됐다. 국내에는 내년 초쯤 <시마 사장> 시리즈가 출간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판매부수는 무려 3000만부. 만화 주인공의 사장 취임을 기사로 쓸 정도로 일본열도가 시마라는 인물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단카이 세대를 대변하는 일본식 영웅 일본은 영웅 만들기를 좋아한다. 그것도 역사에 족적을 남긴 거창한 인물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따라 배울 수 있는 영웅 만들기를 좋아한다.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인물인 사카모토 료마는 근대 일본인들에게 귀감이 되어야 할 인간형으로 부각된 영웅이다. 료마는 메이지 유신을 이끌어낸 사람으로 평가받지만 사실 유신 직전에 암살당한 비운의 인물이다. 그러나 역사소설가 시바 료타로가 1966년에 쓴 <료마가 간다>에서 그를 위대한 이상을 좇아 역사를 바꾼 인물로 재창조하면서 료마는 패전의 상처를 딛고 강대국으로의 부활을 꿈꾸는 일본인에게 최고의 영웅이 됐다.

시마 코사쿠는 단카이(단괴) 세대를 대표하는 영웅이라고 할 수 있다. 단카이 세대란 전후 베이비붐 세대로, 학생운동으로 학생 시절을 보냈으면서도 회사에 들어가서는 일본 경제성장을 이끌어낸 회사형 인간의 대명사가 되었다. 지은이인 만화가 히로카네 켄시는 철저한 자료 조사와 합리적인 주장으로 정평이 난 작가다. 히로카네는 하쓰시바라는 회사에서 시마가 고군분투하는 모습과 샐러리맨의 일상을 극도로 성실하게 자세히 보여준다. 또한 회사라는 조직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모범적인가를 제시한다.

■ 일본 기업의 현재를 보여주는 철저한 일본인 캐릭터 괴짜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시마는 직장인의 전형이자 존경할 만한 기업인의 모습이다. 그는 현실의 이익만을 쫓아 파벌에 들어가거나 상사에게 아부하지 않는다. 때로는 회사의 시스템을 거부하면서 신념대로 밀고 나간다. 그러면서도 철저하게 조직의 원리 속에서 움직인다. 독불장군이 아니라, 모든 의견을 충분히 듣고 조정하는 타입이다. 그런 점에서 시마는 철저한 일본인이고, 일본인답게 ‘화’(和)를 중시한다.


시마 역시 고난은 있었다. 파벌이 없다는 이유로 밀려나 한때 골칫덩이 부하 직원이었던 상사 밑에서 영업직으로 일하기도 하고, 한직인 와인 사업부에도 들어간다. 하지만 시마는 어떤 상황에서도 조직 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만화가 히로카네가 시마를 영업, 와인, 음악과 영화, 중국과 인도 지사 등으로 계속 전출시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시마 시리즈는 시마를 통해 소니와 마쓰시타 등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어떻게 진출하고, 어떤 실패를 했는지를 보여준다. 중국과 인도라는 최대의 시장에서, 일본이 한국과 중국 등 치고 올라오는 외국 기업들과 어떻게 경쟁해야 하는지도 보여준다. 시마의 행적만 보고 있어도, 지금 일본과 세계의 경제가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을 정도다. 이번에 사장이 된 시마는 취임 슬로건으로 ‘싱크 글로벌’(Think Global)을 내세운다. 일본 기업들이 내수시장에 주력하던 관행을 버리고, 세계 전략을 구상하면서 상품 개발 등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 평범한, 그러나 노력해서 성공하는 보통 사람들의 우상 히로카네는 시마 코사쿠와 같은 인물이 일본 사회를 경영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시마 같은 인물이 정치인으로 활약하는 <정치 9단> 같은 만화도 그렸다. 그러나 기업인 시마가 정치판으로 가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만화 속에서 고이즈미를 빼닮은 총리가 시마에게 내각에 들어오라고 하지만, 그는 거부한다. 기업인이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면서.

시마는 처음부터 거대한 이상을 품고 달려온 캐릭터가 아니다. 시마는 평범했다. 다만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행동하려고 애썼을 뿐이다. 사회라는 거대 시스템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것은 개인의 욕망과 이상보다는 ‘보편타당성’과 ‘명령’에 따라 살아가야 함을 의미한다. 시마는 자기주장을 내세우지 않고, 회사가 요구하는 목표를 구현하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회사는 이윤을 추구하지만, 그것이 곧 직원들의 행복을 가져오고 나아가 나라의 번영을 가져온다는 소박한 이상을 좇는다. 개인보다 전체의 이익을 우선한다는 점에서도, 시마는 전형적인 일본인이다.

시마란 캐릭터가 사장에 오른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소설이나 만화의 주인공이 일본인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단순히 사랑받는 것을 넘어서 일본인들이 존경하고 본받고 싶어 하는 최고의 인물이 되었다는 사실은 정말 놀랍다. 현실의 인물은커녕 영화와 드라마에서조차 존경할 만한 인물이 없다는 것은, 한국 사회만이 아니라 한국 문화의 비극이기도 하다. 김봉석/대중문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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