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1.05 22:24
수정 : 2008.11.05 22:24
[매거진 esc] 하우 투 스킨십
나는 눈물의 효용을 믿는다. 눈물을 흘리면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키는 호르몬이 몸 밖으로 빠져나간다는 과학적 설명을 덧붙일 필요도 없이, 긴장이 심하거나 지쳤을 때 한바탕 울고 나면 마음이 편해진다는 걸 일찍부터 체득했다. 그래서 극도로 예민해져 있을 땐 애잔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드라마를 일부러 찾아 보며 눈물을 싣기도 한다. 며칠 전에도 그런 이유로 티브이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지나가던 남편이 ‘저걸 보면서 우는 거야?’ 하며 놀리듯이 말을 걸었다. 음, 그러고 보니 남편이 우는 걸 본 기억이 없다.
<남자, 지구에서 가장 특이한 종족>의 저자 디트리히 슈바니츠에 따르면 남자는 ‘만들어지는 존재’다. 언제든 울 수 있었던 사내아이는 두려움, 고통, 마음의 동요 등을 무시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운 뒤에야 비로소 ‘남자’로 불린다는 것이다. <우는 남자 이해하는 법>(Understanding the Tin Man)의 저자 윌리엄 줄라이는, 울기는 하지만 여자 앞에서는 안 우는 남자는 ‘남자는 울지 않는다’고 배워온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자란 남자는 분노나 성적인 흥분 정도를 빼고 다른 감정들은 억누른다는 거다. 이보다 한 단계 더한 절대 울지 않는 남자도 있다. 자신의 감정을 나타내는 것을 극도로 불편해하기 때문에 어떤 인간관계도 극적으로 만들지 않으며, 언제나 초남성적 의연한 모습을 보이려고 한다. 안으로는 여리고 섬세한 감정을 감추고 있으면서 말이다.
마지막으로, 힘든 순간은 물론 책이나 영화를 보면서도 울 수 있는 남자가 있는데, 이들이야말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한 이들이다. 감정적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을 정도로 남성적인 면에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 전문가들은 이런 남자야말로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고 소통할 줄 알기에 어떤 남자보다 파트너로 적당하다고 말한다. 갑자기 울지 않는 남자를 울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더 나은 관계를 위한 초석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드라마 얼마나 찡한데. 대사 하나하나가 마음에 콱 박혀. 이리 와서 앉아 봐.” 남편을 끌어당긴 건 바로 그 이유였다.
김현주 <코스모폴리탄> 부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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