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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1.10 19:41 수정 : 2008.11.10 19:41

[생활2.0]

병원을 찾은 환자 가운데 한 은행 여직원은 평소 어깨가 많이 아프다고 하소연한다. 그는 하루 종일 컴퓨터로 업무 처리를 하고 있다. 하루에 2~3시간 정도만 컴퓨터 자판과 마우스를 써도, 15% 이상에서 손에 이상 감각이 느껴지거나 손목·팔 등에 통증이 심하게 나타나는 ‘경견완 증후군’을 앓을 수 있다.

또다른 환자 사례로는 중학교 3학년인 여학생도 있다. 부모와 함께 병원을 찾은 그 학생은 간밤에 시험공부를 하는데 머리가 너무 많이 아파서 울었다고 했다. 어깨를 만져보니 청소년답지 않게 근육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살짝 손을 대기만 해도 매우 아파서 소리를 칠 정도였다. 최소한 1~2년 동안 뭉쳐진 근육들이다. 어린 나이에 과도한 공부 경쟁으로 아파도 쉬지 않고 공부한 것이 원인인 것으로 보였다. 신경을 집중하고 긴장을 하면서 밤을 새워야 하는 시험공부 기간에 엄청난 통증이 생겨 약을 먹었지만 소용이 없을 정도로 어깨 근육 등이 굳어져 버린 것이다.

건물 청소가 직업인 50대 중반의 여성 환자도 있다. 고개를 돌리지 못하고 한쪽 팔이 저려서 뇌졸중(중풍)에 걸린 것은 아닌가 해서 찾아왔다고 했다. 그의 삶을 들어보니, 아침 6시에 건물에 도착해 혼자서 큰 건물의 계단, 화장실, 복도 등을 닦는다고 했다. 얼마 전 구조조정으로 원래 두 사람이 하던 일을 혼자 한다고 했다. 닦아도 또 더러워지는 것이 건물이기에, 하루종일 쉴 틈이 별로 없다. 열심히 치료한다고 하지만 과중한 일감으로 온몸이 굳어져 다시 병원을 찾는 것이 반복됐다. 최근에 결국 온몸이 아파 쓰러졌고 며칠 일을 하지 못해, 회사에서 쫓겨났다.

강도 높은 오랜 시간의 노동은 근육을 뭉치게 하고, 혈관과 신경에도 영향을 주어 손이 저리고 힘이 없게 된다. 이삿짐 센터 직원, 청소부, 주차 도우미, 회사 직원, 택시운전기사, 공장 노동자, 농부들은 말할 것도 없다. 어린 학생들까지 근육통으로 고생하기도 한다. 이런 근육통은 비정규직과 서민층에서 더욱 심각한 양상을 나타낸다.

해결책은 약이나 물리치료 등도 아닌 휴식이다. 약을 먹어가면서 참고 일을 하다가는 나중에는 증상과 질병이 더 심각해진다. 노동에는 휴식이 필요하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적절한 휴식과 스트레칭과 체조를 할 수 있으면서 적절한 시간 동안 하는 노동은 사람을 더욱 건강하게 하지만, 휴식이 없는 비인간적 노동은 고통과 질병을 가져오고, 마침내는 노동력의 상실을 가져온다.

박태훈/상계주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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