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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1.12 20:28 수정 : 2008.11.15 14:19

서도호의 <고등학교 교복>(부분), 1995.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교복을 주제로 작업하는 미술작가들

작가들에게 교복은 어떤 영감을 줄까? 교복을 소재나 주제로 다룬 미술 작품들은 많다. 그중에서 교복을 둘러싼 자신의 ‘경험’을 통해 사회 현실에 대해 발언하는 작가들의 작업을 살펴보자. 그들에게 교복은 옷의 차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서도호 작가는 자신이 고등학교 때 입었던 경신고등학교 교복 60개(한 한급 규모)를 이어 붙여 한 덩어리의 입체물로 만들었다. 그렇게 탄생한 설치작업 <고등학교 교복>은 한국 사회의 권력과 집단적 통제에 대해 질문한다. 졸업앨범에 나온 학생들의 얼굴을 합성해 벽지로 만든 <유니-페이스>는 동그라미 속에 박힌 개개인의 얼굴이 깨알처럼 작게 연속되어 보인다.

축소된 이미지는 언뜻 보면 모두 똑같은 인물로 보이기 때문에 학생들은 모두 ‘익명의 얼굴’이 된다. 언제 어디서든 집단에 대한 통제가 끊이지 않는 사회에, 작가가 던지는 존재방식에 대한 발언이다. 서 작가는 ‘교복은 한편으로 나를 압박하고, 제한하며, 조건짓는다. 또다른 한편으로 교복은 내가 다른 사람은 물론이고 더 큰 사회에 속했다는 느낌을 줌으로써 위안과 편안함을 제공한다’고 적었다.(‘사춘기 징후’전 도록)

서도호 작가가 사적인 동시에 공적인 교복의 특성에 주목했다면, 배영환 작가는 억압인 동시에 그 반대편의 탈주를 꿈꾸는 또다른 제복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의 그림에 담긴 것은 교련복과 체육복. 1980년대 중반 얼룩말 무늬의 교련복을 입고 학교에 가는 날이면, 태평양전쟁 시기 생겨난 ‘교련’이라는 기괴한 수업을 들어야 했다.

배영환 작가의 그림 <젊은 미소> 속에선 추리닝과 교련복을 입은 청년들이 두 팔을 높이 들고 해변을 달린다. ‘나의 꿈 나의 모든 것, 밝은 내일을 약속하리라’라는 노랫말의 ‘젊은 미소’(노래-건아들)에서 제목을 빌려왔다. 음울한 시대의 억압과 규율을 대변하는 교련복을 입고 자유를 갈구하듯 달려 나가는 풍경. 작가는 “5·18 민주화 항쟁 당시에도 많은 이들이 교련복과 체육복을 입고 사회에 저항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개인과 집단의 관계를 ‘리얼하게’ 보여주면서도 어딘지 서정적인 향수를 느끼게 하는 ‘젊은 미소’. 우리들의 젊은 미소는 얼룩무늬 교련복을 벗은 지금은 얼마큼 가능한 걸까? 현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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