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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교복 블라우스와 재킷 사이에 스웨터나 조끼를 입어 멋을 낸다. 사진은 ‘교복사진 공모전’에 당선된 최유승(계성여자정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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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까다로운 복장 규칙의 틈 사이로 개성과 멋을 자랑하는 신 교복 풍속도
망망대해의 선원이 입은 세일러복과 정독도서관 앞길을 총총히 걸어가는 여학생의 세일러복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세일러 복에서 단연 화제는 바다와 여학생 교복의 상관관계 따위가 아니다. 상상은 무한대로 가능한 것이 교복을 둘러싼 판타지의 세계. 대신 1920년이냐 1921년이냐, 여기서도 원조 논쟁이 뜨겁다. 이제껏 일본 세일러복의 원조로 알려졌던 곳은 후쿠오카 여학원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그보다 1년 앞선 1920년 헤이안 여학원이 일본 최초로 세일러 옷깃을 한 감색 원피스를 착용했다는 사실이 한 교복업체의 조사로 밝혀진 것. 누구에게 최초를 허락할 것인가. 교복을 둘러싼 지금의 이슈는 단연 금값에 가까운 교복값 논쟁. 교복에 무엇을 어떻게 덧입을 것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아해’들의 패션 전쟁도 흥미진진하다. 지금 치마? 더는 골반에 내려 입지 않아.
1. 옥색 치마 대신 미니스커트를 | 1886년 이화학당엔 옥색치마, 흰 저고리 교복이 등장했다. 발을 뒤덮는 긴 치마를 입고 학생들은 교실로 들어가야 했는데, 혹시 미끄럽진 않았을까! 1907년에는 최초의 양장교복이 숙명여학교에 나타났다. 당시로서는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에서 온 듯한 광경이었을 터. 밀짚모자에 구두를 신은 이 교복은 시대를 앞서 나간 탓인지 몇 해 뒤 자주색 저고리로 교체됐다. 2008년엔 니트를 엉덩이까지 길게 내려 입는 일본풍의 코디가 대세다. 2년 전만 해도 스커트를 공주 치마처럼 부풀려 입는 게 멋이었지만 이젠 짧은 치마에 블라우스를 밖으로 빼내, 어딘지 쿨~한 인상을 풍기며 거리를 걷는 여학생들이 많다.
2. 저고리 대신 색색깔 니트를 | 1920년을 전후해 교복은 흑과 백의 세계로 문을 두드린다. 흰 저고리에 검은 치마로 통일된 교복, 전시체제였던 때라 까까머리 남학생들의 교복도 군복과 다를 바 없었다. 2008년 11월 추운 교실 춘추복과 동복 사이에서 학생들은 카디건 한 장을 더 걸친다. 학교에 따라 교복을 입는 규칙은 엄연히 존재하지만 선린인터넷고등학교처럼 “블라우스 위에 카디건이나 조끼는 자율복으로 입도록 하는” 학교도 종종 있다. 아이비리그 스타일의 붉은색과 청색, 남색과 갈색이 포인트로 들어간 조끼도 꾸준한 아이템. 손목까지 길게 내려오는, 너무 두껍지 않은 스웨터를 받쳐 입는 경우가 많다. 교복 아이템 쇼핑몰 ‘여학생닷컴’에선 색색깔 니트에 맞게 색깔별 운동화 끈도 애교 있는 제품이다. 바람막이도 인기. ‘바람막이가 유행이 지났다고 하는데 맞나요?’ 이런 질문이 가능한 건 그만큼 수년간 교복 위에 겹쳐 입는 바람막이가 사랑받는 아이템이었다는 이야기다.
3. 검은 가방 대신 작은 가방을 |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깜장 가방은 무기처럼 보인다. 그 안에 학생의 노트와 연필이 있으리라 상상하긴 어렵다. 쌍절곤이나 이소룡 책자가 들어 있었을 법한 이 가방은 두 손에 조금은 헐렁하게 쥐어야 제맛이다. 가끔은 가슴팍에 껴안고 골목길을 마구 뛰어 줘야 할 것만 같은 가방. 요즘엔 어깨에 딱 달라붙는 작은 크기의 가방을 학생들이 선호한다. “베이지색 교복에는 검은색 가방이 어울릴 것 같아요.” “이 가방은 이쁜데 너무 흔해요.” 다음 카페 ‘한국교복매니아’에 가면 교복 아이템에 대한 중·고등학생들의 살아 있는 비평담을 들을 수 있다. 현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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