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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8’ 교복제조업체 김해수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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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교복 전문가가 본 요즘 교복 트렌드… 온라인 교복제작·판매업체 김해수 대표
“회색 원피스요? 경기도 교문중학교 교복 아닌가요? 독특해서 학생들이 자부심을 느끼죠. 원피스라 활동하기엔 썩 편치 않다는 의견도 있지만요.” 교복 사진 한 장을 보면 어느 학교 것인지 첫눈에 알아맞히는 사람이 있다. 온라인 교복판매 업체 ‘에피소드 1318’의 김해수 대표(사진)다.
그의 작업실에선 풍성한 나비리본, 작은 포켓으로 장식을 한 발랄한 교복들이 눈에 띄었다. 긴 옷걸이에 교복 상·하의가 빼곡하게 늘어선 공간은 일반 교복매장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았다. 흥미로운 것은 재킷, 치마, 조끼 디자인 방법을 그림과 숫자로 한눈에 요약한 일명 ‘작업지’. 컴퓨터 모니터 위에 교복 실루엣을 그리고 있는 직원들도 있었다.
20년 가까이 교복회사에서 교복 디자인, 마케팅 일을 했던 김해수 대표는 2007년 온라인 사이트를 통한 교복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이곳에서 새로운 교복 디자인을 제안하고 어른들을 위한 이벤트용 교복도 만든다. “가수 토니 안과 ‘스쿨룩스’ 브랜드를 시작하면서 교복사업에 자신감이 붙었죠. 학생들이 ‘뭔가 다른’ 교복을 원한다는 것도 느꼈어요. 온라인 판매로 시중 매장가보다 30% 가까이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이었고요.”
사무실 천장을 빼곡하게 채운 투명한 파일은 무려 3500여개 교복 정보를 총망라한다. 파일을 열면 교복을 테마로 한 ‘전국 팔도 유람’이 가능해지는 셈. 각 교복 디자인과 마크, 배지, 단추 등 세부적인 교복 설명서가 적혀 있다.
생산현장에서 보는 교복은 어떤 모습일까. “유독 전라도 지역에 화려한 색의 교복이 많아요. 전주예술고등학교의 하늘색 교복은 만화가 아니라 실제 존재하는 명물 교복이잖아요. 서울 강남과 강북의 차이요? 강남 교복이 좀더 밋밋하고 단정한 편입니다.” 어딘가에서 계속 교복을 주시한 탐정처럼, 그는 교복에 대한 입체적인 해설을 맛깔스럽게 들려주었다.
학풍을 잘 드러낼 것, 같은 지역에 조금이라도 닮은 교복이 있어선 안 될 것 등등 축적된 노하우 속에서 수없이 많은 교복을 다루다 보니 “요새 외국어고등학교는 유독 밤색 계열의 디자인을 선호하고, 학교 재단의 성향도 알게 모르게 디자인 성향에 반영된다”는 등 교복 디자인의 암묵적 규칙과 트렌드까지 훤하다. 그뿐만 아니라 학교 배지만 보고도 이 학교의 학풍이 어떤지 꿰뚫고 있었다.
가장 예쁜 교복을 뽑아 달라는 말에 경기도 파주고등학교 교복을 보여준 그는 “체크무늬 치마, 단정해 보이면서도 세련된 회색과 검은색의 조합이 맘에 든다”고 했다. “학교마다 교복 선택이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지는 건 아니죠. 학교와 학생들의 요구를 복합적으로 반영해 만들어지는 게 교복이에요.”
김 대표는 교복이 ‘내가 입기 싫다고 하루 안 입을래!’ 할 수 없는 옷임을 강조한다. 이 학교의 일원이라는 정체성을 한눈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교복은 극도의 기능성을 가진 옷. 그래서 얼른 교복을 벗고 싶다는 갑갑함을 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교복이 “기존 카테고리를 넘어 밝고 신나는 아이템일 수 있다”는 걸 확신하는 몇 안 되는 전문가다. “교복을 만들면서 교복에 대한 생각도 점점 과감해져요. 가슴에 학교 교표가 아니라 캐릭터 같은 이미지가 프린트되어 있으면 어떨까요?”
글 현시원 기자·사진 박미향 기자 [한겨레 주요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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