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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1.12 21:16 수정 : 2008.11.13 16:52

교복은 스타일이다. 왼쪽부터 유호상(16), 김준규(16), 박연주(17), 정희진(17) 학생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교복은 스타일이다

교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질문은 자신이 경험했던 교복에 대한 기억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뻣뻣한 깃의 후크 하나 풀어놓는 것만으로도 불량소년 합류를 선언해야 했던 일본식 검은 교복 세대에게 교복은 잔인한 규율과 폭압의 추억이겠지요. 종아리까지 내려오던 치마를 하굣길에 무릎 언저리로 살짝살짝 접어 올리거나 넓은 바지폭을 부지런히 좁히며 학생주임 선생님과 숨바꼭질하던 90년대의 교복 세대에게 교복은 숨막히는 억압까지는 아니지만 ‘개기고’ 싶었던 어른들의 권위일 겁니다. 그리고 그사이 10년이 채 안 되던 전면 교복자율화 세대에게 교복은 그래도 한번쯤 입어보고 싶었던 로망이라지요. 재킷과 스커트, 감색이나 회색 말고 교복이 뭐 별거 있냐고 묻는다면 이건 굉장한 오해입니다. 노란색·분홍색 등 10년 전만 해도 ‘착용 금지’ 색깔을 블라우스에 물들이고, 조끼·카디건 등 ‘틈새’ 패션 아이템을 끌어들인 21세기의 교복은 아버지와 아들의 세대 차이만큼이나 달라진 제복문화의 현주소를 반영합니다. 지금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10대들에게 교복에 대해 묻는다면 분명 불만도 많지만 예전처럼 ‘찢어버리고 싶은’ 획일적 문화라고 대답하는 친구들은 별로 없습니다. 나만의 개성을 존중하지 않는 교복을 거부하는 대신, 내 취향에 맞는 교복을 고르고, 내 취향에 맞게 ‘코디’를 하겠다는 게 이전보다 영리하고 눈치 빨라진 요즘 아이들의 생각입니다. 어른들은 ‘프레피 룩’이라는 변종 교복 패션을 시도하면서 그 옛날 채우지 못했던 근사한 교복에 대한 열망을 실현하기도 합니다. 〈esc〉 지면을 통해 진행한 ‘교복 사진 공모전’은 다양해지는 교복 디자인만큼이나 과감하게 변하는 교복에 대한 인식을 눈으로 확인하는 기회였습니다. 4면의 ‘교복 사진 공모전’ 당선작 화보 속, 입시지옥에서도 생기를 잃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을 뽐내는 10대들을 보니 학생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십니까? 이 기회에 요즘 20대 사이에 유행한다는 교복 파티나 한번 신나게 벌여 보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오늘 교복 시절의 가장 혹독한 체험을 하는 수험생 여러분, 〈esc〉가 세상에서 가장 큰 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칩니다.

현시원 기자 qq@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모델 유호상·김준규(세화고 1학년), 박연주(고양예술고 2학년), 정희진(삼산고 2학년)


다양한 교복 원단. 원단의 무늬와 배색에 따라 제각각 다른 느낌의 교복이 만들어진다.

울 학교 교복, 좀 짱이죠?

억압과 규율의 족쇄에서 자랑하고 싶은 옷차림으로… 밝아지고 예뻐진 교복 100년사


당신은 지금 어떤 교복을 상상하는가? 티브이 화면을 수놓는 원더걸스의 샤방샤방한 교복? 샤이니가 입은 젊은 엘리트 장교 느낌이 나는 교복? 이런 화려한 교복 이미지는 사실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결합된 교복의 환상에 가깝다. 아침 0교시부터 야간 자율학습까지 혹한의 학창시절을 보내는 이들에게 교복은 리얼한 야생 버라이어티를 견뎌내야 하는 생활복이다. 3년 동안 입는 똑같은 옷, 여름 겨울 두 번 바꿔 입는 옷! 교복은 과연 패션의 무풍지대에 있는 걸까?

풍성한 나비 리본과 톡톡 튀는 색깔의 넥타이. 한결 과감해졌다.

교복에도 메트로섹슈얼의 바람이

<학교의 탄생>을 쓴 이승원씨에 따르면 100여년 전 최초의 교복은 영락없는 군복의 모습이었다. 교복은 근대의 문을 활짝 열어젖힌 상징적인 존재였고 신식 여학생임을 자각한 새침한 발걸음은 선망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검은색으로 획일화된 디자인은 학생들을 훈육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검은 교복에 사각 손가방을 들었던 학생들. 1969년 고교 평준화와 함께 서울시내 남녀 중학교 교복은 같은 디자인으로 통일되었다. 1982년엔 교복 자율화가 시행되면서 ‘나이키 운동화’도(!) 신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영화 <고교 얄개>와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의 의상은 그렇게 다르다.

1991년 다시 시작된 교복의 시대, 2008년까지 진행된 교복의 변화는 한껏 발랄하고 가벼운 이미지를 향해 페달을 밟았다. ‘엘리트 학생복’의 이미경 디자인실장은 “어둡고 칙칙한 교복의 세계는 갔다”고 강조했다. 1996년 학생복 디자이너가 흔치 않던 시절 교복 디자인을 시작한 그는 “실루엣에 변화를 주는 것이 최근 교복 스타일의 핵심”이라며 “교복의 정석으로 알려졌던 어깨 넓은 펑퍼짐한 디자인은 이제 흔치 않다”고 말했다. 미색, 분홍색, 하늘색 등 옅어진 색깔에 모가 60% 들어간 원단을 쓰는 추세다.

‘에스케이 스마트 교복’의 ‘라인이 예술이다’는 슬로건으로 시작해서 실제상황이 된 사례다. 여학생의 경우 타이트하지만 조금 길어진 재킷에, 짧은 에이치(H)라인 스커트가 전국적으로 유행한다. 교복업계에 따르면 요즘 학생들은 몸 라인에 딱 맞는 교복을 선호하고 “메트로섹슈얼의 영향으로 남학생 교복 디자인의 변화가 더 크다”. 스키니진을 따라 바짓부리가 좁은 7인치 정도의 둘레가 사랑받고 바지에 금속장식, 주머니닫개 등이 달린 아기자기한 디테일이 각광받는다. 다리가 ‘길어진’ 세대에 맞춘 좁은 바지 폭과 밝은 색상의 교복이 신생 학교를 중심으로 선택된다.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귀여운 반항아 정일우가 입었던 교복도 이후 전국 십여 개 학교가 채택했다.

아이돌 스타 샤이니를 모델로 한 ‘에스케이 스마트’의 광고.
2008년 교복은 개성과 한 배를 탄 동반자요, 발빠른 속도감이 느껴지는 나름의 패션영역이다. ‘esc 교복사진 공모전’에 도착한 사진에서도 교복에 대한 시선의 변화가 손에 잡혔다. ‘칼라가 빳빳하게 올라온 우리 학교 교복을 보고 웨이터 같다고 하는 분들도 있어요. 그래도 심플하니 멋지죠?’, ‘전통예술 고등학교라 우린 개량한복을 입어요. 녹색이 가미된 저고리랍니다’, ‘우리 관광고등학교 교복은 재기발랄한 붉은색이랍니다! 정말 독특하죠?’, ‘앙드레 김이 디자인한 학교 교복은 동복 하복, 각각 두 가지가 있어요. 그중 웨스턴 스타일을 입어 봤습니다.’ … 진남색 상·하의에 흰색 블라우스를 ‘주는 대로’ 입었던 이들을 보긴 어려웠다.

교복은 순응과 저항의 코드를 동시에 갖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의 교복이 왜 그런 디자인인지, 왜 다른 학교 것만큼 예쁘지는 않은지, 그래서 자신은 교복의 ‘멋’을 어떻게 뽐냈는지 설명하느라 분주했다. 학생부 선생님의 지도와 촌스러운 학생은 될 수 없다는 의지와, 공부가 숙명(!)인 학생이면서도 멋은 어떻게 부려야 하느냐는 고민이 얽혀 있었다. “나름대로 교복 간지가 뭘까 고민했는데 학생의 신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교복 라인이 살게끔 표현했다. 밑단의 통 부분을 나팔바지처럼 넓게 입어 봤다”는 동명고등학교 문태웅 학생처럼 스스로 ‘교복 입는 법’을 고심하는 것도 자연스러웠다.

그런 점에서 회원이 40만명이 넘는 다음 카페 ‘한국교복매니아’(cafe.daum.net/schoolmania)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에게 특히 각광받는 사이트다. 하루에 수십 개씩 교복 입은 사진이 올라오고 교복의 매력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간다. 카페 운영자는 “전국의 많은 교복을 보다 보니 예쁜 디자인의 교복이 너무 많아 놀란다”며 교칙을 어기지 않는 수준에서 아슬아슬한 멋내기 비법을 공유한다고 했다. 교복 트렌드를 즐기고 만들어 가는 곳이다.

교복업체 '1318 에피소드' 사무실엔 발랄하고 독특한 교복이 가득하다. 맨 왼쪽은 회색 체크무늬가 돋보이는 파주고등학교의 교복.

내가 입을 교복은 내가 정한다

교복 트렌드의 변화는 ‘에스케이 스마트’, ‘엘리트 학생복’, ‘아이비클럽’과 같은 학생복 회사의 광고 모델 기용에서도 나타난다. 1996년 ‘스마트 교복 모델’에 선발되었던 송혜교가 상큼한 여학생 이미지로 미래의 스타를 예약했다면, 지금 티브이를 채우는 것은 세일러복의 청순함이 아닌 아이돌 스타의 사로잡힐 듯한 호소력이다. 김연아, 샤이니, 소녀시대 등이 모델로 교복 광고에 등장해 학생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

‘아이비클럽’의 김현정 디자이너는 “90년대 말까지 교복은 엄마가 골라주는 것, 학교 선생님들이 디자인과 입는 방법을 일방적으로 알려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요새 학생들은 스스로 옷을 줄이고, 교복을 새로 바꾸는 설문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한다”고 말했다. 자신들이 입을 교복 디자인에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지금의 중·고등학생들은 자신들의 교복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21세기의 교복은 자신만만하게 ‘난 너무 예뻐요~’를 노래하며 오늘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 중이다.

글 현시원 기자 qq@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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