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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햇살이 화창하던 지난 8일 강원도 횡성군 강림면 민미자(69)씨 집 뜰에서 가족들이 모여 김장을 담갔다. 민씨가 손자 은협(7)군에게 갓 버무린 김치를 먹여주고 있다. 횡성/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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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반양식 안전하고 맛깔나게
“물론 실패도 없다”
김장은 ‘겨울철 반양식’이라고 한다. 그만큼 우리에겐 필수적인 겨울 음식이다. 올해는 특히 먹을거리 안전성에 대한 불안심리와 배춧값 폭락으로 직접 김장을 담그기로 한 집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어디서 무엇을 사서 어떻게 담글까. 무엇을 넣을까. 안전하게, 맛있게, 실패없이 김장을 담글 비법은 없을까. 한살림, 민우회 생협, 82쿡닷컴 등에서 ‘김치 달인’으로 소문난 이들에게 친환경·맛깔스런 김장 비법을 물어보았다. 인천 신개동(73) 할머니는 ‘며느리에게도 안 가르쳐주는 소금·젓갈 비법’을 공개했다.
배추부인 소금 먹었네 배추는 너무 크지 않은 2.5~3kg짜리로 한다. 3kg이 넘으면 억세고 단맛이 없다. 눌러봐서 조금 들어간다 싶은 것이 좋은 배추다. 너무 커 빡빡하면 절이기가 힘들고 고소한 맛도 덜하다.
배추를 절이는 시간은 하룻밤 또는 한나절 정도. 절일 땐 습식, 건식, 습건식이 있다. 습식은 소금물로 하는 것이고 건식은 소금을 배추에 직접 뿌리는 것이다. 소금과 소금물을 반반 써서 습건식을 하는 방법도 있다. 한살림 조합원 김복숙(49)씨는 습건식을 쓴다. 소금물에 절였다 소금을 다시 뿌리면 배추를 뒤집을 필요가 없다. 풀도 찹쌀·밀가루풀 대신 각종 곡식을 빻아 오곡풀을 쑨다. 건강에도 좋고 구수하다. (만드는 법 19면) 단맛은 배로 맞춘다. 배추 세 포기에 배 하나를 넣어 시원한 맛을 더한다. 생새우도 가는 것보다는 두께가 손가락 반만한 두꺼운 것을 갈아서 쓴다. 서울식이라 맛이 깔끔하다.
김장김치에 대파를 넣지 말라는 말이 있다. 끈적거리는 점성 때문에 김치가 쉽게 쉰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씨는 “대파가 시원한 맛을 많이 내니 쓰는 게 좋다”고 한다. 김장 양념에 넣을 땐 푸른 부분을 빼고 하얀 부분을 쓴다. “대파는 친환경을 쓰는 게 좋죠. 마늘도 유기농이 맛도 훨씬 부드럽고 좋아요. 쓴맛도 덜하고요.” 젓갈도 배에서 바로 절여 토굴에서 삭힌 것이 맛있다고 한다. 역시 믿을 수 있는 곳에서 구입하는 것이 좋다. 김씨는 젓갈, 소금 모두 생협 것을 사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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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갈치속젓, 멸치육젓, 새우오젓, 황석어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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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은 짜다 싶을 정도로 연평도 출신 맏동서에게서 황해도 연백식 김치를 배웠다는 신개동(73) 할머니. “김치는 간만 맞으면 맛있어.” 김치에 넣을 속재료의 간은 “약간 짜다 싶을 정도로 간간하게”. 김장뒤 김칫속(경기도에선 채장아찌)을 남겨 굴을 묻혀놨다 한겨울 먹을 양이면 “삼삼하게” 한다. 배추의 맛은 소금·젓갈이 좌우한대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산 소금을 쓰면 김치가 잘 무르고 맛이 쓰다. 신 할머니는 2~3년 전 독에 직접 담아 간수를 뺀 국산 호염을 쓴다. “수입산 소금은 비벼보면 안 부서져. 부서지는 게 국산이지. 독 밑에 벽돌을 놓고 널빤지를 깔아. 얼금하게 짠 쌀포대에 소금을 넣어두면 간수가 밑으로 쏙 빠져.” 직접 담그는 새우젓 또한 일품인데, 이 소금으로 한다. “소래포구서 5월에 사다가 두어번 씻어. 새우가 한 말이면 간수 뺀 소금 두 되, 국대접 네 대접을 넣고, 찹쌀풀을 멀겋게 쑤어 넣어. 항아리 꼭꼭 덮고 돌멩이를 눌러놔. 밖에다 2년을 두면 잘 삭아 비리지 않아. 조미료에 잰 건 익히면 김치가 후줄근해져.” 그의 비법은 ‘정성’이었다. 그 외의 비법은? “쪽파와 갓을 많이 넣어야 시원해. 채장아찌는 배추 두개에 무 한 개. 이게 비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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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 황태 오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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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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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좁고 번거로워 절이기 힘들면… 믿을만한 절임배추
서둘러서 주문해야 김장은 하루 평균기온이 섭씨 4도 이하로 유지될 때 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제맛이 난다. 기상청이 발표한 올해 김장시기는 서울 11월29일, 대전 11월30일, 대구 12월12일, 광주 12월14일, 부산 12월31일. 적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11월 말과 12월 초까지는 절임배추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믿음직한 생협들마저 이미 김장거리 주문을 끝냈기 떄문인다. 안전하고 맛있고 간편하게 김장거리를 살 수 있는 곳을 소개한다. 단, 주문마감이 11월 말~12월 초로 끝나니 서두를 것. 망설이는 시간 속에 배추는 언다. ● 가파마을 절임배추 배추가 너무 크면 좋지 않다는 건 상식. 이 마을 배추는 퇴비 위주로 재배한 중형 크기다. 맛이 좋고 쉬 무르지 않는다. 충남 청양군 대치면의 가파마을 절임배추는 씨값이 비싸기로 소문난 ‘휘파람’ 품종. 90일을 재배한 만생종 노지 속노랑 배추에 간수를 뺀 신안 천일염으로 절였다. 칠갑산 청정물에 일일이 손으로 씻어 보내기 때문에 집에서 씻어 건질 필요가 없다. 마을에서 체험 삼아 김장을 해 가도 되고, 마을 땅속 항아리에 묻어놓고 숙성하면 택배로 보내주기도 한다. 절임배추는 유기농 20kg 2만6천원, 일반배추 20kg 2만2천원. 항아리 숙성 김장체험은 1독(40~50kg)에 19만원이다. pa.invil.org, (041)943-4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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