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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리리~ 불어봐! 재규어 공식팬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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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이다혜의 한 줄로 한 권 읽기
〈삐리리~ 불어봐! 재규어 공식팬북〉우스타 교스케 지음, 대원씨아이 펴냄 “아버지는 성인 만화를 무지 좋아하거든요.” 장기 연재만화라면 딜레마를 겪기 마련이다. 인기가 있으니 이야기를 마칠 때가 지나도 연재가 계속되어야 한다. 할 만한 이야기는 앞에서 다 했다. 15권이 넘어가면서부터는 식상하고 지루한 이야기가 이어지게 되어 있고, 어느새 팬들은 하나씩 떨어져나간다. 이탈하는 팬을 붙드는 데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팬북이나 캐릭터북의 이름으로 특별판을 내는 것이다. 무려 지(G)컵에 이르는 여자 등장인물 속옷 사이즈까지 친절히 알려주는 <노다메 칸타빌레 캐릭터북>, 등장인물에게 보내는 독자들의 응원 메시지를 함께 실은 <퍼니퍼니 학원 앨리스 공식 팬북>은 주요 등장인물의 사연과 유명 에피소드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도와주었다. 장르를 따지면 엽기 황당물이라고 할 수 있는, 피리를 사랑한 소년들의 이야기 <삐리리~ 불어봐! 재규어>의 공식 팬북은 약간 다르다. 기존 에피소드 베스트 모음과 캐릭터 설명은 여기도 빠지지 않는다. ‘더 여유 있는 인생을 보내기 위해 새로운 즐거움을 가르치겠습니다’라는 설명이 붙은 ‘재규어 준이치의 더 베스트 오브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혼자 시간을 허비하는 다양한 방법을 알려준다. 만일 혼자 있기 심심하다면 추천하는 방법은, “사람이 그리울 때는 입원을 하자. 입원 중에는 인생의 재활이라고 생각하고 의사나 간호사와 적극적으로 대화하자.” 망상에 빠지는 일 역시 혼자 시간을 보내는 데 빠질 수 없다. 뭐니 뭐니 해도 <삐리리~ 불어봐! 재규어> 팬을 흥분하게 만드는 대목은 바로 작가 우스타 교스케의 좌담 두 꼭지다. 우스타 교스케와 어시스턴트 3명의 수다 토크는 거의 웃음도 없고 감동도 없는 시시껄렁한 잡담이지만, 구마모토에서 급히 상경한 우스타 교스케와 그의 부모님 좌담은 꽤 웃긴다. 마지막으로 얼굴 본 게 2년 전인지 4년 전인지 모르는 세 가족이 아버지의 에로 비디오 취향에 대해 논하는 대목을 읽고 있자면, 얼간이의 꿈이자 루저의 태양인 <삐리리~ 불어봐! 재규어>의 배후 세력에 그의 부모님도 포함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이다혜 좌충우돌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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