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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1.19 20:12 수정 : 2008.11.19 20:12

10여 년 전 가을 친구와 함께 처음으로 떠난 바이크 여행도 추억이 되었습니다. 스쿠터 앤 스타일 제공

[매거진 esc] 오빠 달려~

우리는 바이크를 타는 사람을 라이더(rider)라 합니다. 라이더란 본래 말을 타는 사람을 뜻합니다. 바이크 라이더들도 자신의 바이크를 가리켜 곧잘 ‘애마’라고 표현하기도 하니 틀린 말도 아닌 듯합니다. 모터사이클 세계에서 통용되는 라이더란 개념에는 그저 이동이나 실용을 위해 바이크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삼삼오오 모여서 여행도 다니고, 달리는 것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입니다.

그렇지만 라이더라고 해서 모두 다 같지는 않습니다. 그 안에도 레벨이 있습니다.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목적과 용도로 사용하는 탓에 어떠한 기준으로 그들을 두부 자르듯 분리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그 마니아의 숙성 정도, 열정의 깊이로 구분 짓습니다. 진정한 라이더로 거듭나려면 몇 번의 통과의례를 거쳐야 합니다.

첫째가 결혼입니다. “가정도 있는데 계속 탈 거니? 이제 그만 탈 나이도 됐잖아.” 결혼 시기가 다가오면 혈기 방장한 청춘 라이더의 80% 정도가 바이크 라이프를 그만둡니다. 이 시기를 이겨냈다면 고집과 열정으로 인정받았거나 집에서 포기한 경우입니다. 물론 전자가 바람직하겠지요. 사회적 역할과 책임 아래 야성을 거세당한 남자가 가질 수 있는 몇 안 되는 취미생활 중 하나가 모터사이클일 터인데 우리나라는 그게 쉽지 않습니다.

둘째는 경제력입니다. 바이크를 잘 타고 즐기려면 돈이 만만치 않게 듭니다. 바이크 한 대는 웬만한 중형 자동차 값을 넘어설 경우가 많고 가죽옷과 헬멧, 안전장비를 갖추는 데도 수백만원은 금방 듭니다. 꽤나 비싼 취미인 것입니다. 오르는 것은 오직 물가뿐인 샐러리맨 가장들에게 바이크는 어쩌면 로또일 수도 있겠습니다.

셋째는 혹독한 겨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바이크의 매력으로 ‘시원한 바람’을 꼽으니 제일 좋을 때는 봄과 가을입니다. 하지만 연륜이 쌓이면 추운 겨울의 라이딩도 좋아하게 됩니다. 살을 에는 칼바람은 버스의 배기가스조차 그저 따뜻하다고 느끼게 만들지만, 따뜻하게 준비만 하면 꽤 낭만적인 주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만족도도 높지요. 여행 중간 중간 즐기는 따뜻한 오뎅이나 커피도 빼놓을 수 없는 감초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라이더로 살아가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자동차 중심의 교통환경과 무조건 위험하다는 주변의 인식은 라이더를 평범한 사람의 범주에서 제외시켜 버립니다. 하지만 50년 바이크 라이프를 즐긴 할아버지와 이제 초보 딱지를 떼고 조그만 스쿠터 하나로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학생도 길 위에서는 벗이 됩니다. 그것만으로도 바이크를 타는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임유수/<스쿠터앤스타일>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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