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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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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송은이네 만화가게
<팝툰> 마감 기간엔 사무실이 시끄럽다. 마감을 독촉하는 기자들의 목소리가 부쩍 높아지기 때문이다. “절대 안 돼요!” 비명부터, “작가님 빼고 다 마감하셨거든요” 협박에, “그럼 꼭 두 시간 안에 보내주셈!” 애원까지. <윙크>에 연재한 김나경의 <사각사각>(서울문화사, 전8권)은 제리라는 만화가와 어시스턴트 봉오리, 그리고 만화잡지 기자 꽃다발이 주인공이다. 열 페이지 남짓한 짧은 에피소드의 주요 내용은 마감을 둘러싼 실랑이. 만화가 제리는 마감에 늘 늦는 문제 작가다. 이번엔 늦지 말자 번번이 다짐해도 마감 상황은 늘 똑같다. 신속하게 마감 모드에 들어가지 못하고 시간을 보내던 만화가는 잡지사에서 독촉 전화가 걸려올 때 즈음 머리도 못 감고 때에 절어 마지막 속도를 올리고, 어시스턴트는 급하게 먹칠을 하고 톤을 붙이고 드라이어로 말리느라 분주하다. 시간이 갈수록 담당기자는 포효하고…. “이제 다 되어가요”라는 뻔한 거짓말을 주고받으며 마감을 향해 달려가는 동글동글 짤막한 세 캐릭터가 코믹하게 그려진다. 사각사각, 날카로운 펜촉에 잉크를 듬뿍 찍어 하얀 켄트지에 만화를 그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종이작업이 대세였던 시절, 마감 시간을 조금이나마 단축하려고 담당 기자가 마감 기간에 만화가 작업실에 상주하며 지우개질을 해주기도 했다. 그러다 정이 들어 결혼까지 했다는 훈훈한 전설도 있다지만, 나와 내 담당 작가들은 최종 마감 시간을 둘러싸고 속고 속이는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상습적인 마감 지각에, 원고 펑크에 여기저기 펑펑 터지는 온갖 사고를 수습하다 보면 <사각사각>의 꽃다발 기자 이름 앞엔 ‘미친×’이 빠졌다는 걸 알게 된다. 잽싸게 돌아오는 마감 앞에서 바람보다 풀잎보다 먼저 눕고 싶어지는 이 세상 모든 마감 생활자들, 건강하시길. 김송은/만화전문지 <팝툰> 기자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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