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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1.20 22:13 수정 : 2008.11.21 14:55

막오른 축구대선…‘반정’ 성공할까

[뉴스 쏙]

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적으로?

축구판의 이합집산이 맹렬하다. 2009년 1월 결정될 51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때문이다. 수장이 되면 아시아 축구 강호인 한국 축구를 대표한다. 자립기반을 갖춘 연 예산 700억원대의 조직을 통솔한다. 대한체육회 한 해 예산과 맞먹는 엄청난 규모다. 월드컵과 올림픽 때의 특수도 즐길 수 있다. 정몽준 현 축구협회장이 2002 한-일월드컵 4강 열기에 힘입어 대선주자 반열에 오른 것은 좋은 사례다. 일종의 문화 권력자가 된다. 이런 까닭에 51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는 ‘축구대권 전쟁’으로까지 비유된다.

축구협회장 ‘16년 정몽준시대’ 끝나고
내년 1월 선거인단 28명 ‘체육관 선거’
‘친정’ 조중연 부회장에 허승표 도전장

정 회장의 16년 천하를 끝내고 새로운 축구협회를 이끌게 될 후보는 둘로 압축된다. 조중연(62·그림 왼쪽) 현 축구협회 부회장과 허승표(62·오른쪽) 한국축구연구소 이사장이다. 둘 다 축구인이다. 이전에는 두 사람이 골프도 치고 막역한 사이였다고 한다. 대표선수 출신의 허 이사장은 김우중 축구협회장 시절 부회장(1990~92년)을 지냈다. 당시 조중연 중동고 감독을 협회 기술위원으로 불러들였다. 지금은 서로 ‘적’이 됐으니 인연이 묘하다. 그러나 누가 되든 역대 정·재계 거물의 전유물이다시피 했던 회장직은 축구인에게 이양된다. 제3의 후보로 민주당 강성종(42) 의원(경기도축구협회장)이 언급되고 있지만 ‘양강 대결’ 구도를 뒤흔들 변수로 부상할지는 미지수다.

초반 판도는 조 부회장이 일단 유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른바 ‘여당 프리미엄’ 때문이다. 투표를 할 대의원(16개 시·도협회장, 7개 축구연맹 회장, 5명의 중앙대의원) 28명 가운데 중앙대의원 5명은 현 집행부에서 결정한다. 16개 시·도협회장과 7개 축구연맹 쪽의 표가 반반으로 나뉜다고 하더라도 조 부회장이 과반수를 얻는다는 얘기다. 조직과 인맥은 ‘여당’의 강점이다. 조 부회장이 물밑으로 기존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대의원들과 접촉하면서도, 수세적이고 조용하게 움직이는 이유다.

반면, 허 이사장은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 선거방식이 불리한데다 넘어야 할 장벽이 많기 때문이다. 지에스(GS)그룹 허씨 일가의 일원인 허 이사장은 “기업 일도 사장한테 일시적으로 일임했다. 요즘은 축구인들이 모인 자리라면 천리도 마다않고 달려간다”고 했다. 밑바닥에서부터 표훑기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대의원 표와 직결된 연맹 회장 선거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허 이사장의 두뇌집단(싱크탱크) 구실을 하는 이용수 세종대 교수는 26일 열릴 대학연맹 회장 선거에 도전할 의사를 밝혔다. 고등연맹 회장직에도 허 이사장 쪽에서 후보를 낼 생각이다. 선거 일정이 기존 집행부에 유리하도록 앞당겨졌다며 불만이다. 하지만 연맹 회장 선거에서 이기면 바람을 탈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바닥표 다지기뿐 아니라 정책 대결과 인물론도 주요 이슈다. 조중연 부회장은 아직 구체적으로 공약을 내놓지는 않았다. 그러나 선거 결과를 떠나 친정몽준-반정몽준으로 갈린 축구인들의 골을 메우는 ‘범축구인 대화합’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정몽준 회장의 ‘대리인’ 혹은 ‘방패막이’로 비쳤던 이미지를 털어내기 위해서 실무 행정의 달인이라는 점을 적극 알릴 방침이다. 내부적으로 행정력은 평가를 받고 있다.

허승표 이사장은 유소년 축구 저변과 인프라스트럭처 확대, 중앙 중심에서 벗어난 지역축구의 활성화, 프로축구의 발전 등을 공약으로 내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대중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12월초 출마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얼굴 알리기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동안 축구연구소를 통해 한국 축구의 문제점 분석과 대안 마련을 고민해왔다고 자부하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 참모들을 모으고 세를 규합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다만 돈을 뿌리거나 거짓선전으로 축구인들 스스로 분열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스포츠 평론가 정윤수씨는 “결과야 어떻든 선거는 축제가 돼야 하고 축구판에 어떤 의견이 존재하는지를 알리고 알아야 한다”며 “축구팬들도 ‘정치판과 무엇이 달라?’라며 비아냥대는 것보다는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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