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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 떼고 ‘헉, 헉’…혹시 폐쇄성폐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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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20년새 4.5배 급증
흡연 주원인…초기증상 없어
정기검사·유산소 운동 필수
우리나라의 성인 남성 흡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발표된 2007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드러난 성인 남성 흡연율은 45.1%로 미국 등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의 2배 수준이다. 이처럼 높은 흡연율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은 “어떤 질병보다도 더 흡연과 관련성이 높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앓는 사람들이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며 “중증일 때는 일상생활에서도 숨이 가빠져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는 이 질환의 예방을 위해서는 금연이 필수”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간단한 폐 기능 검사만으로도 질병 여부를 판명할 수 있는 만큼 특히 흡연자들은 조기 검진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만성폐쇄성폐질환 사망자 급증= 만성폐쇄성폐질환은 담배나 대기오염 등에 의해 숨을 쉴 때 공기가 드나드는 기도가 좁아져 호흡 기능이 떨어지게 되는 질환이다. 통계청의 사망원인 자료를 보면 만성폐쇄성폐질환으로 숨진 사람은 1983년 1229명에서 2004년 5464명으로 20년 사이에 4.5배나 늘었다. 흡연율이 훨씬 높은 남성이 여성보다 이 병에 더 취약한데, 같은 기간 이 병으로 숨진 남성은 5.5배나 증가했다. 특히 45살 이상 사망자 수는 5.6배나 증가했다. 이 질환의 급증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다. 세계보건기구는 2020년께에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이 사망원인으로 3번째, 사회경제적 질병 부담으로는 5번째 순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사망자 수 증가도 문제지만, 이 질병을 앓고 있으면 중증의 경우 청소나 화장실 가기 등과 같은 일상생활에서도 숨이 가빠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는 것은 물론 막대한 치료비가 드는 것 역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가 지난해 전국 8개 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중증 만성폐쇄성폐질환자는 산소를 공급받는 치료를 포함해 한 해 약 511만원의 치료비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 폐 기능 검사로 조기 발견 가능= 만성폐쇄성폐질환이 문제가 되는 것은 폐 기능이 어느 정도 손상되기 전까지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는 데 있다. 초기에는 보통 기침 등과 같은 증상만 있으며, 폐 기능이 50% 이상 떨어져야 호흡이 불편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중증인 경우 화장실에 가는 정도로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15㎝ 앞에 있는 촛불도 불어서 끄기 힘들 정도다. 계단을 오르거나 경사가 급한 길은 아예 가기가 힘들다.
문제는 한번 손상된 폐 조직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데 있다. 초기에 발견해 그 상태라도 유지해야 나이가 들면서 호흡 기능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영균 강남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 질환의 진단은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과 폐 기능 검사 등을 통해 가능하다”며 “흡연자일수록 정기적인 폐 기능 검사를 받아 폐 기능의 변화를 조기에 발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40살 이상에서 하루에 1갑씩 10년 이상 담배를 피워 왔다면, 현재 흡연자는 물론 과거 흡연자도 폐 기능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 예방의 첫째는 금연= 만성폐쇄성폐질환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흡연이다. 이 질환자 10명 가운데 8~9명이 흡연 때문에 이 질병을 얻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폐암보다 더 금연이 우선돼야 할 질환 가운데 하나다. 현재 폐 기능이 떨어진 사람은 물론 정상인 사람도 담배를 피우고 있다면 지금 당장 금연해야 한다. 흡연 외 다른 원인은 대기오염이나 직업상 분진이 많거나 중금속 등에 오염된 공기 노출이 많을 때 생기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어, 이들에게는 조기검진이 더 필요하다.
평소 폐활량을 키우기 위해 빠르게 걷기나 조깅, 수영 등 유산소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도 30대 이상에서는 꼭 필요하다. 이는 폐 기능이 떨어진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이 있다면 겨울철에 호흡기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적당한 습도 유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감기, 독감 등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사무실에서 일한다면 날씨가 춥더라도 1~2시간마다 한 번씩은 환기를 하도록 해, 실내먼지나 자극성 물질의 실내 농도를 낮추는 게 좋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도움말=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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