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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1.26 20:04 수정 : 2008.11.30 14:51

너 어제 그 경기 봤어?

[매거진 esc] 너 어제 그 경기 봤어?

박지성의 근면성실 순둥이 리더십을 옹호함
J리그 용병제 바꿔서 아시아 프리미어 꿈꾸나

허무한 계절, 허정무 감독의 허무 축구는 계절과 상관없이 막을 내렸다. 축구 대표팀은 지난 20일 사우디와의 경기에서 19년 만의 승리라는 쾌거를 이룩했다. 팀장 완장을 허리에 찬 박지성의 유연한 리더십은 걷던 막내 선수도 날뛰게 하는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스포탈 코리아> 이민선 매거진팀장(사진 오른쪽)과 서호정 기자가 사우디 경기에서 대표팀의 활약, J리그의 판도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서호정 20일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대표팀이 사우디에 2:0으로 승리했다. 상반기 월드컵 3차 예선 당시엔 허정무 감독 별명이 ‘허무 축구’였다. 공격도 수비도 허무하다는 거였다. 그런데 이번엔 허무에서 요람으로 갔다! 이근호의 선제골이 터지니까 선수들이 감독에게 달려가 요람 세리머니를 했다. 1994년 월드컵 때 브라질 대표팀 선수 베베투가 득남한 후 등장한 세리머니다. 아기 어르듯 감독을 안아 흔들었는데 허 감독도 최근 쌍둥이 손자를 얻었다.

이민선 북한과의 경기에서 0:0으로 비기긴 했지만 최종예선 두 경기에서 크게 성공했다. 요람 세리머니는 팀의 개선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감독과 선수 간 신뢰 회복이 경기력 회복으로 이어졌다. 사우디는 아시아에서 가장 힘든 상대다. 1989년 이긴 이후 3무3패였으니 19년 만의 승리다.

허정무호 허무에서 요람으로


사우디 선수들은 기술도 뛰어나고 순발력도 좋았다. 결코 쉽지 않은 경기였다. 사우디 원정경기의 승리로 오부 능선을 넘은 셈이다. 만약 졌더라면 지금쯤 허 감독은 경질됐을지도 모른다. 내년 2월엔 이란 원정을 가는데 큰 부담을 안 가져도 될 만큼 이번 승리의 의미가 크다. 이근호와 박주영이라는 샛별이 골을 넣었지만, 중요한 승부의 기점에서 이운재와 이영표의 숙련된 경험이 큰 힘을 발휘했다.

이영표는 이번 경기로 A매치 100게임을 치르면 가능한 ‘센추리 클럽’ 가입 칭호를 얻었다. 이운재는 이미 센추리 클럽의 노련한 선수고, 위기에 강한 이영표가 이번에도 코너킥을 두 번이나 막았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대표팀 선수들을 리드하는 주장 박지성. 사진 AP연합
사우디 팀 득점왕인 하자지를 막으러 이운재가 나가던 찰나, 하자지가 넘어졌다. 페널티킥을 유도하려는 꼼수였다. 하자지는 경고로 퇴장당했다. 현장에서 만난 사우디 기자들은 심판 눈이 어디 있는 거냐고 했지만, 페널티킥 의도를 갖고 할리우드 액션을 한 게 분명했다.

사우디 홈경기라 관중석 반응이 냉혹했다. 그날 이운재 선수에게 사우디 관중이 레이저빔을 쏘았다. 일종의 테러인데 한국 축구가 레이저빔 테러를 당한 경우는 없었기 때문에 적잖이 놀랐다. 지난 2월 호날두가 리옹 원정을 가서 프리킥을 차려는 순간 레이저빔 테러를 당했고, 포스코스가 레이저빔에 실명한 일도 있었다. 스포츠 자체를 즐기지 못하고, 승리에 집착해 선수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일이다. 훌리건이 서구에서 아시아 쪽으로 넘어와 확산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날 경기 현장에 있었다. 맑은 강을 진흙으로 만드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있었지만 긍정적인 열기도 대단했다. 홈구장은 7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사우디 국왕 이름을 딴 킹 파드 스타디움이었다. 피파(국제축구연맹)가 선정한 세계 10대 규모의 경기장이다. 한국 기자인 걸 알아보고 야유를 조금 보냈지만 엄지손가락 추켜올려 주면서 실력 있는 한국이라는 응원도 해주었다. 내가 듣기엔 코란 경전 외우는 듯했는데 그들이 부르는 응원가가 굉장했다. 오늘 사우디와 한국이 만난다. 승자가 누구일까 당연히 사우디라는 … 가사의.

일종의 주문처럼 들렸겠다.

골이 터지니까 응원가가 딱 멈췄다. 마지막 순간 박주영이 추가골을 넣을 때는 관중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레이저빔 사건은 군중심리와 익명성이 뒤섞인 돌발상황이었다.

쉽지 않은 경기에서 위기 극복에 가장 큰 몫을 한 사람은 박지성이었다. 그가 대표팀 주장이 되고 나서 대표팀은 다 이겼다.

10월 아랍에미리트(UAE)전을 앞두고 허정무 감독이 박지성에게 주장 완장을 줬다. 주장이었던 김남일이 경고 누적으로 아랍에미리트전에 출전할 수 없었던 것도 이유였다. 이제껏 대표팀은 카리스마 리더십에 길들여져 있었다. 홍명보, 유상철, 김남일까지 모두 말수가 적고, 최고참에 후배들을 강하게 이끄는 주장들이었다. 그런데 박지성에게 주장 완장이 들어가면서 리더십 스타일이 완전히 바뀌었다.

한국 축구에 권위주의는 있어도 권위가 잘 서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스포츠계의 고질적 문제인 폭력이나 상명하복의 분위기가 만연했다. 박지성은 자기 능력으로 스스로 권위를 세웠다는 면에서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따르고 있다. 허정무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도 박지성의 능력을 인정했다.

K리그, J리그의 선수공급원으로 전락하면 어쩌나

박지성 별명이 순둥이일 만큼 카리스마와는 거리가 멀다. 그라운드에서 지시도 내리지만 가장 앞으로 달려나가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인다. 다정다감하게 후배들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유럽에서의 경험과 커리어도 상세하게 말해준다. 지금 최고의 선수인 박지성이 자기 몸을 불사르면서 뛰는데 후배들이 어떻게 안 쫓아올 수가 있을까. 별들이 모인 대표팀에서 박지성을 정점에 세우고 전권을 몰아준 게 허정무 감독의 리더십에도 긍정적 효과를 낳았다.

사실 선수들은 코치 ‘선생님’이라 부를 만큼 지도자들을 어려워한다. 그런데 내가 만약 선수라면, 내 이상향에 도달한 사람의 말 하나하나를 듣는 것부터 신기할 것 같다. 대표팀 막내에게 만약 지성이형이 한마디 해 주면, 동기부여가 확 될 거다.


사우디와의 경기를 2:0 승리로 이끈 대표팀의 허정무 감독. 사진 연합뉴스
하지만 양날 검이 될 수 있다. 박지성이 없으면 어쩔 건가 하는 문제도 있다. 한 사람이 너무 크고 특별한 존재가 되면, 없어졌을 때 그 빈자리는 더 크다. 허 감독이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사실 선수들은 늘 이동하기 마련이다. 지난 주말 김남일 선수가 뛰는 J리그 빗셀 고베 팀에서 대표팀 조원희 영입설이 나왔다. J리그 진출했던 선수가 한둘이 아니고 J리그의 구애를 받는 게 신기한 일은 아니지만 3+1 쿼터제라는 새로운 제도가 생긴 민감한 시기에 터져 나온 소식이라 관심을 모았다. 대다수 아시아 리그는 용병 세 명을 쓰도록 규정하고 있다. 3+1은 용병 셋에 아시아 국적 선수 한 명을 더 기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최근 J리그가 이 규정을 통과시켰고 K리그도 받아들였다. 중국 선수들도 물망에 오르지만 특히 한국 선수들을 겨냥해서 만들었다는 소문이 있다. 대표팀급에서 쓸 수 있는 선수들을 영입하고 싶다는 노골적인 표현이다. 한국에서 뛰는 유망주들을 싹쓸이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아시아도 2006년부터 유럽처럼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아 전역 클럽이 생겼고, 내년엔 기존 23개 팀이 32개 팀으로 확대된다. 아시아 축구 시장이 확대되는 가운데 J리그가 주도권을 탐내고 있다. 지금 J리그 꿈이 유럽 프리미어처럼 아시아 프리미어가 되자는 거다. 그렇다고 K리그가 선수 공급하는 차원의 그라운드가 될 수는 없다.

J리그의 매력은 시스템이 잘되어 있다는 거다. 훈련 환경, 관객 수준, 경기 스타일이 뛰어나다. 시장 규모는 K리그에 비해 J리그가 크지만, 연봉 수준은 큰 차이가 없다. J리그 시스템은 유럽에 근접하기 때문에 외국 생활을 동경하는 선수들이 한 번쯤은 진출을 꿈꾼다.

박지성도 일본을 거쳐 네덜란드에서 경험을 쌓고 잉글랜드에 진출했다. 이런 절차를 자신도 밟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J리그행이 그렇게 매력 있는 것만은 아니다.

J리그 진출이 정말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가를 봐야 한다. 후배들에게도 영향이 있다. 조원희 영입설이 있는 빗셀 고베 팀도 일본 10위 내외의 중위권 팀이다. 요코하마 마리노스 같은 상위 팀에 가서 좋은 성적을 내기도 하지만, 상위 팀들은 이제 한국 선수들을 원하지 않는다. 사실 K리그에서도 FC서울이나 수원삼성에서 뛰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젊은 선수들이여 외국 진출만이 능사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동국이 K리그에서 영국에 갔다가 다시 유턴한 건 실패 사례다. 만약 성공했더라면, 유럽에 있는 에이전트들이 K리그에 주목했을 거다.

하지만 박주영도 있다! K리그에서 바로 유럽으로 갔다. 2005년에도 여러 러브콜이 있었지만 몇 년간 K리그에서 뛰고 월드컵 무대에서 훈련하면서 모나코행을 신중히 결정했다.

최근 이근호도 작년만 해도 J리그에 관심이 많았지만 이젠 끌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근호처럼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한다면, 상위 리그에서 제안이 올 거다. 전제조건은 선수가 준비를 잘해야 한다는 거다.

근래 2년 동안 20세 이하 대표팀 몇 선수들의 행보가 갈렸다. 몇 명은 J리그에 진출했고, 몇 명은 K리그에 있는데 지금 J리그에서 성공한 선수가 거의 없다. 지금 K리그의 서상민·박현범·조동건 선수는 소속팀에서 중요한 선수가 됐고 대표팀 물망에도 오르고 있다. 이 땅에서 축구로 승부수를 띄우려면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볼 필요가 있다.

정리 현시원 기자 qq@hani.co.kr

■ 지금 이 순간 최고인 선수

최태욱-돌아온 사나이! 전북의 최태욱은 지금 최고다. 2002년 월드컵 멤버로 J리그에도 진출했지만 한동안 잊혀진 인물이었다. 최근 최강희 감독에게 절치부심하겠다는 편지를 쓴 이후에 놀랍게도 다시 일어서고 있다. 혹독한 최 감독의 지도와 최태욱의 정신력이 맞붙은 효과다. 기량을 완전히 회복한 건 아니지만, 지금 에너지도 대단해요!(서호정)

마라도나-축구 천재 마라도나가 돌아왔다. 악동도, 악당도 아닌 명실공히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아르헨티나 축구에서 마라도나는 하나의 상징을 넘어선 신앙이다. 최근 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에서 1:0으로 이겼다. 되살아나고 있는 문제적 인물 마라도나, 그의 이름 앞에 어떤 축구 역사가 쓰일지 기대된다.(이민선)

■ 지금 이 순간 아쉬운 선수

갈라스-영국 아스널 팀의 주장. 능력 있는 수비수였는데, 말실수로 팀 주장을 박탈당했다. 팀 선수들끼리 탈의실에서 몸싸움했다는 사실을 외부 인터뷰에서 말한 건 프로답지 않은 실수였다. 주장의 위치에 맞지 않는 말을 했다가 선수생활 종칠 위기를 맞았다.(이민선)

이동국-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스트라이커 이동국. 올여름 영국에서 K리그 성남으로 돌아와 재기를 기대했건만, 계속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 골을 넣었을 때 이제 ‘골 폭풍이다’ 했는데, 두 골로 끝. 많은 이들이 부활을 기대하는 만큼, 부상도 슬럼프도 극복했으면.(서호정)

현시원 기자 qq@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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