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1.26 20:33
수정 : 2008.11.27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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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모봉 정상. 사량도 등 남해바다 섬 무리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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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이병학의 걷고 싶은 숲길
사철 우거진 상록수와 몸에 좋은 피톤치드 들어찬 경남 고성 갈모봉 편백나무 숲길
편백나무는 측백나무과의 상록수다. 피톤치드를 많이 내뿜는 속성수의 하나로, 일본 특산종이다. 일제 강점기 이후 삼나무와 함께 우리나라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많이 심어졌다. 1960~70년대엔 뜻있는 이들에 의해 곳곳에 대량 식재가 이뤄졌다. 국토를 푸르게 하면서 뒷날 목재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뜻이 있었다.
이분들의 노력은 수십년이 지난 지금, 사철 푸른 숲으로 우거져 빛을 발하고 있다. 전남·경남 지역의 크고 작은 편백숲들이 이런 곳들이다. 요즘 피톤치드가 주목받으며 ‘편백 정유’를 이용한 화장품·방향제·아토피완화제 등이 각광을 받고, 가구나 내장재들이 뜨고 있는 밑바탕에도 이분들의 노고가 숨어 있다.
한 그루 베면 두 그루 심는 정성으로 일궈
경남 고성 갈모봉의 편백나무 숲도 그런 곳이다. 고성읍과 삼산면 사이 갈모봉(367m) 산자락 60여㏊에 1970년대 전후로 심어진 20~30㎝ 굵기의 편백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라고 있다. 고성 출신 임업인 윤영학(66)씨가 40여년 전 산을 사들여 ‘나무 한 그루 베면 두 그루를 심는다’는 정성으로 숲을 일궜다고 한다. 윤씨는 지난해까지도 꾸준히 마산·고성 일대 산에 편백나무들을 심어온 분이다.
갈모봉휴양림엔 일부 삼나무도 있으나 90% 정도가 편백나무다. 국내 대표적 편백숲인 전남 장성 축령산의 나무들에 비하면 연륜이 짧지만, 울창하고 아름답고 향기롭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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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나무들이 도열해 숲터널을 이룬 고성 갈모봉휴양림. 굵기 20㎝ 안팎의 20~40년생 편백나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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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모봉 정상 가는 길에 있는 바위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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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모봉 편백숲의 가장 큰 매력은 산자락과 등산로 곳곳에 일직선으로, 또는 굽이치는 오솔길을 이루며 뻗어 있는 편백나무 숲터널이다. 끝없이 도열한 곧고 붉은 기둥들이, 어깨에 사철 푸른 외투를 걸치고 발치엔 부드러운 낙엽더미를 쌓아두어 탐방객들의 발길을 더디게 하는 숲길이다. 이마에 부딪는 청량한 바람도, 가슴 깊이 맘먹은 대로 드나드는 맑은 공기도 진한 편백향을 품었다. 지금 이 숲터널엔 초겨울 햇살이 앞다퉈 스며들어 탐방객들의 발끝을 밝히고 있다.
등산로와 임간도로를 활용한 산책로를 따라 편백나무숲을 한 바퀴 돌아 내려와도 좋고, 숲을 관통한 1㎞ 안팎의 임도를 따라 거닐며 숲 향기에 빠져도 좋다. 더 좋은 건 숲을 구석구석 돌며 쉬엄쉬엄 숲을 즐기는 것이다. 비좁은 오솔길도, 번듯한 임도도, 아기자기한 숲터널도 거닐고 나온 뒤엔 마음 한구석에 진한 편백향이 남는다. 곳곳으로 이어진 숲길엔 나무의자도 놓여 있고, 푹신한 낙엽의자도 깔려 있다.
갈모봉휴양림 관리인 정오철(48)씨가 말했다. “겨울에도 비 온 뒤면 숲 전체가 편백 향기로 진동합니다. 낙엽 냄새, 흙 냄새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세월에 닳은 야트막한 무덤들도 숲의 구성원이다. 편백나무숲을 벗어나 작은 무덤이 놓인 삼거리에서 활엽수 숲길로 들면 갈모봉 정상으로 이어진다. 능선길을 따라가며 왼쪽으로 고성읍내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바위 문’ 앞에서 왼쪽 산길로 오르면 얼마 안 가 정상이다. 꼭대기의 평평한 바위 위에 서면 가슴이 후련해지는 남해 바다 풍경이 펼쳐진다. 고성 삼산면 앞바다(자란만)와 사량도(통영) 주변의 무수한 섬 무리가, 햇살 반짝이는 푸른 바다 위에 흩어져 있다. 내륙으로 눈을 주면 멀리 무이산·수태산 줄기 보현사·문수암의 대형 불상도 또렷하다.
정상 바위에 오르면 펼쳐지는 남해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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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학의 걷고 싶은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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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식수대가 있는 네거리에서 야외데크 옆 나무계단을 올라 숲터널을 통과해 한동안 편백숲을 거닐면 고성읍내가 바라다보이는 팔각정이 나온다. 정자에서 계속 내리막길을 따라가면 끝없이 이어진 어둑어둑한 편백숲 터널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연인과 함께 걷고 있다면 잠시 걷기를 멈추고 서로를 바라보며 주저앉아 있기 좋다.
갈모봉이란 옛날 이 산 주변에 칡이 많이 우거졌던 데서 나온 이름이다. 갈모봉 남쪽 자락 삼산면 상촌마을엔 부잣집을 털어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줬다는 ‘갈봉’이란 의적에 얽힌 전설도 전한다.
사유지인 갈모봉 편백나무숲은 고성군에서 갈모봉 산림욕장 조성 지원에 나서면서 정비됐다. 주차장, 탁자, 산림욕 의자, 숲속 강의실, 체력단련시설, 식수대 등을 갖춰 2006년 갈모봉휴양림을 개장했다. 내년 초엔 33번 국도변 이당리 우실마을에서 휴양림에 이르는 진입로도 정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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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스 리조트 통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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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여행쪽지
공룡 발자국을 즈려밟고
◎ 대전~통영 고속도로 타고 경남 고성나들목에서 나간다. 14번 국도 타고 고성읍내 거쳐 33번 국도로 갈아타고(만림나들목) 사천 방향으로 간다. 4㎞ 남짓 가다 갈모봉휴양림(우실마을) 신호등에서 좌회전한다. 좁은 시멘트길로 다리 건너 우회전, 곧 마을 농가 앞에서 오른쪽 시멘트길로 간다. 다시 컨테이너 앞에서 좌회전해 다소 가팔라지는 시멘트길 따라 1㎞쯤 올라가면 갈모봉휴양림 제1주차장에 이어 제2주차장이 나온다.
◎ 고성은 공룡 화석의 고장. 하이면·회화면·동해면 등 해안 곳곳의 바위에 공룡 발자국 화석지들이 무수히 남아 있다. 당항포 관광지엔 이순신 유적지와 공룡엑스포 행사장이 있다. 고성읍내의 고성탈박물관·송학동고분군도 둘러볼 만하다. 고성군청 옆 골목 장원식당(055-674-4475)은 철마다 제철 생선탕을 끓여 내는 집이다. 초봄엔 도다리쑥국, 봄~가을엔 쑤기미탕(삼식이탕), 겨울엔 대구탕, 물메기탕 등을 낸다.
◎ 이웃한 통영은 다도해를 낀 항구도시이자 문화예술의 도시다. 지금 한창 살 오른 양식굴도 제철을 맞았다. 유람선 선착장 옆 통영대양수산(055-644-4980) 등에서 굴을 구입할 수 있다(깐굴 1㎏에 1만~1만2천원). 통영의 전통 선술집에도 들러볼 만하다. 일정한 술값(예를 들어 4인이면 소주 4병에 4만원)을 내면 각종 해산물 안주들을 푸짐하게 제공받을 수 있는 이른바 ‘다찌’ 식당(실비집·선술집)들이 여럿 있다. 항남동의 대추나무식당(055-641-3877), 무전동의 호두나무실비(055-646-2773) 등이 유명하다. 술은 얼음이 든 양동이에 담아 내오는 게 특징. 무전동의 대송(055-648-0797)은 각종 회와 해산물을 내는 일식 전문점이다.
◎ 통영 미륵도에, 제천 청풍호반의 회원 전용 친환경 리조트로 알려진 ㈜이에스리조트클럽이 ‘이에스 리조트 통영’(사진)을 선보였다. 바다 조망이 빼어난 달아공원 옆 산자락에 이탈리아 분위기의 콘도와 가족호텔 6개 동 120실, 한식당·중식당·야외수영장·전용 유람선·산림욕장 등을 갖췄다. 내년 초반 개장 예정으로 마무리 공사 중이다. 완공된 가족호텔 30실은 현재도 이용할 수 있다. 회원 외에 일반인 이용도 가능. 20평~30평형대 1박에 25만~35만원 선. (02)508-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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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경남)/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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