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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1.27 18:31 수정 : 2008.11.28 14:29

한승수 국무총리가 지난 1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2008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표결을 앞두고 의원들의 찬반 토론이 계속되자 팔장을 낀 채 바라보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뉴스 쏙] 클릭 이사람 ‘사부작사부작 총리’ 한승수

국무총리란 자리는 묘하다. 대통령과의 관계에 따라 실세도 되고 허세도 된다. 참여정부 시절의 이해찬 총리 등 일부를 빼놓고는 대부분 후자에 가까웠다. 하지만 아무리 실권이 없어도 최소한 휘하 장관이나 관료들까지 잡지 못하면 ‘물총리’가 된다.

한승수 현 총리의 군기잡기는 독특하다. 회의 시작 무렵, 한 총리의 목소리 톤이 평소보다 낮으면 일단 비상이 걸린다. 지난 13일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 앞머리에 한 총리가 목소리를 깔았다. “앞으로 매주 목요일 오전 8시에 회의가 있으니, 국무위원들은 미리 시간을 비워놓으라.” 평소 같으면 별 얘기가 아니겠지만 이날만은 참석한 장차관들 사이에 찬바람이 일었다. 하루 전 열린 국가위기관리 대책회의에 장관급 14명 가운데 4명만 참석한 데 열받은 한 총리가 특유의 저음으로 ‘경고’를 발동한 때문이다.

이런 일들로 한 총리에게 붙여진 별명이 ‘사부작 총리’다. ‘사부작사부작’이란 사전에는 ‘별로 힘들이지 않고 계속 가볍게 행동하는 모양’이라고 돼 있다. 일국의 총리에게는 다소 격이 맞지 않는 표현이긴 하다.

회의 자체를 연기하는 것도 또 하나의 군기잡기 방법이다. 지난 4월초 기후변화 대책회의 관련 간부회의를 비롯해 여러차례 회의가 연기됐다. 사전 보고자료 내용이 미흡하다는 이유였다. 당연히 간부들 사이에 비상이 걸린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지난 23일 전광우 금융위원장을 대놓고 비판한 것은 예외적인 경우에 속한다. 이날 경제상황점검회의에서는 이례적으로 전 위원장을 지목해 “(민감한 경제 현안에 대해) 부처간 조율을 거쳐서 발언하라”고 경고했다. 전 위원장이 지난 19일 뉴욕 투자설명회에서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낫과 망치’를 준비하고 있다. (은행들의) 새로운 짝짓기를 할 수도 있다”고 발언한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물론 아주 가끔씩은 직접 불러다 ‘깨기도’ 한다. 총리실 관계자는 “한 총리는 질책할 때도 거친 말이나 험한 말을 하지 않는다. 마치 대학의 노교수가 학생을 불러 조근조근 캐묻고 지시하는 모습을 연상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의 이런 군기잡기 방식은 전임 총리들과도 비교된다. 참여정부 마지막 총리인 한덕수 전 총리는 대놓고 ‘조지는’ 스타일이었다. 취임 초부터 국실장 회의를 매주 주재하면서 “이런 식으로 일처리를 하려면 그만두셔야지”라며 해당 실국장의 면전에서 직접 면박을 줬다고 한다. 관료 출신답게 꼼꼼한 일처리 방식 때문에 ‘깐깐한 덕수씨’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해찬 전 총리는 국무회의나 간부회의 때 자신의 지시사항이나 주요 수치를 메모한 ‘공포의 수첩’을 들이대고 참석자들을 다그쳤다. 장관들까지 공개적인 자리에서 면박을 당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그래서 그의 별명은 ‘면도날’ ‘송곳’에 이어 결국 ‘버럭 해찬’으로 굳어졌다.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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